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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게시물ID : lovestory_754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1046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20 23:31:20
문성해, 결이라는 말
결이라는 말은
살짝 묻어 있다는 말
덧칠되어 있다는 말
살결 밤결 물결은
살이 밤이 물이
살짝 곁을 내주었단 말
와서 앉았다 가도 된다는 말
그리하여 나는
살에도 밤에도 물에도 스밀 수 있단 말
쭈뼛거리는 내게 방석을 내주는 말
결을 가진 말들은
고여 있기보단
어딘가로 흐르는 중이고
씨앗을 심어도 될 만큼
그 말 속에
진종일
물기를 머금는 말
바람결 잠결 물결이
모두모두 그러한 말
신경희, 너 였구나
부스럭 소리에
눈을 떴다
어둠속에 미동도 없이
서 있는 네 그림자
아무말이 없었다
또 다시 눈을 감았다
바람 소리에
눈을 떴다
어둠의 정적
갈라진 틈 사이로
바람이 분다는것
작은 분신 너였구나
등 뒤에서
부스럭 거린 네가
분신처럼 일어나는 네가
속으로 젖어드는
그리움
너 였구나
박우복, 꽃들의 숨소리
새벽길을 나선 사람은 안다
안개 속에서 조용히 잠이든
꽃들의 숨소리가 얼마나 정갈한지
꽃이름 따라 향기는 다르지만
어쩜 그리도 숨소리는
하나되어 어우러지는지
듣는 사람의 가슴에
또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 준다
살아왔던 날들도
살아야 할 날들도
저토록 가식 없이
맑았으면 좋으련만
안타까운 세상살이
꽃보다 더 흔들릴 때도 많다
류경희, 사랑에 눕고싶다
풀잎에 이슬이
누운 것 처럼
당신 사랑 앞에
눕고싶다
아침에 사라지더라도
풀잎에 지더라도
당신 사랑 앞에서 만큼
거짓 없이 눕고 싶다
햇살에 웃으며
바람에 간지럽게
여린 이슬 처럼
당신 앞에서는
한 송이 꽃잎이고 싶다
오세영, 어머니
나의 일곱 살 적 어머니는
하얀 목련꽃이셨다
눈부신 봄 한낮 적막하게
빈 집을 지키는
나의 열네 살 적 어머니는
연분홍 봉선화꽃이셨다
저무는 여름 하오 울 밑에서
눈물을 적시는
나의 스물한 살 적 어머니는
노오란 국화꽃이셨다
어두운 가을 저녁 홀로
등불을 켜 드는
그녀의 육신을 묻고 돌아선
나의 스물아홉 살
어머니는 이제 별이고 바람이셨다
내 이마에 잔잔히 흐르는
흰 구름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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