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은 오늘의 썰전에서 천문학적인 내부유보금만 축적할 뿐 일자리로 만들지 않는 재벌의 이익을 위해 국민에게 징벌적 과세를 부과하는 한전의 전기요금 체제를 낱낱이 까발렸다. 산업용(일반용 포함)과 가정용으로 나뉘는 한전의 요금체제가 역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국민 착취하기'로 돌변한 것은 1974년의 1차 오일쇼크 때였다. 중화학공업에 집중적인 투자를 했던 박정희 정부는 유가상승에 따른 기업의 경쟁력 하락을 막기 위해 국민에게 살인적인 누진율을 적용한 전기요금을 부과했다.
미국과 유럽, 초국적 에너지업체의 압박과 회유에 유가는 하락했지만 국민에게 전가된 누진율은 원상복귀되지 않았다. 월남참전병의 수당(미국정부가 미국군인 기준으로 지급한 참전수당을 박정희 정부가 한국군인 기준으로 낮춰 약 32조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겼다)을 떼먹은 것처럼, 여기서 발생한 기업의 이익 중 일부가 박정희의 통치자금으로 상납됐다. 소련연방 해체의 단초가 됐고, 세계경제를 풍비박산냈으며, 박정희에게도 치명적이었던 1979년의 2차 오일쇼크가 발생하자 누진율은 또다시 수직상승했다.
당시 중화학공업에 대한 중복투자로 한국경제는 부도 직전이었는데, 박정희는 1차 오일쇼크 때처럼 국민에게 피해를 전가하는 방식으로 경제위기에 대처했다. 독재에 질렸던 국민은 경제마저 최악의 상황에 처하자 전국에서 박정희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가 폭발적으로 일어났지만, 살인적인 누진율을 바로잡지는 못했다(김재규가 박정희를 죽이지 않았으면 국민의 손으로 끌어내릴 수 있었다. 터무니없는 박정희 신화도 없었을 것이고).
최대 11.7배라는 징벌적 누진율은 2007년의 경감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유지됐다. 최대 2~3배를 넘지 않는 외국의 누진율에 비하면 여전히 살인적인 수준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지구온난화와 대규모 아파트단지로 대표되는 도시화의 영향으로 기록적인 폭염이 지속되지 않았던 시절에는 전자제품이 많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에어컨 사용이 적어 살인적인 누진율이 피부에 와닿지 않았을 뿐이다.
박정희 정부 때부터 시작된 기업 위주의 국가운영은 징벌적 과세를 기업이 아닌 국민에게 적용하는 반민주적 행정으로 고착화됐고, 그것을 바로 잡지 못했기 때문에 지금에 이르렀다. 정부와 한전의 국민 엿먹이기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공공부분 개혁(국민의 희생을 강요하는 민영화의 다른 이름)을 울부짖는 박근혜 정부의 압박 때문인지, 아니면 그것을 활용해 이익을 독점하려는 교활함 때문인지, 한전은 검침원 고용으로 늘어나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검침일을 제멋대로 분산시켰다.
징벌적 누진율이 사용량에 따라 수직상승하기 때문에, 유시민이 정확하게 까발린 것처럼, 전기사용량이 가장 많은 기간에 검침일이 배정된 가정은 누진율의 적용이 높아지기 때문에 최대 3배의 전기료를 더 낼 수도 있다. 다시 말해 한전이 제멋대로 지정한 검침일에 따라 엄청난 차별이 발생한다. 파워엘리트나 부자들이 거주하는 고액의 아파트단지가 서민과 사회적 약자가 거주하는 저가의 아파트단지보다 낮은 누진율을 적용받을 수도 있다(전국의 아파트단지를 전수조사하라!).
유시민과 전원책이 공히 말했듯이, 아이가 많거나 노인과 병약자를 모시는 가정일수록 적용되는 누진율이 높아질 가능성이 상당하다. 이는 한국경제의 아킬레스건인 저출산·고령화을 악용해 한전(과 정부)의 이익만 챙기는 사악하고 패륜적인 짓거리다. 2008년 글로벌금융위기가 초래한 경제대불황 때문에 100달러를 상회했던 유가가 40달러 밑으로 떨어졌음에도 똑같은 누진율을 적용했다는 것까지 고려하면 나치의 홀로코스트와 다를 것이 없다.
미국정부가 한국산 철강과 가전제품 등에 초고율의 덤핑관세를 부과하게 된 것도 신보호무역주의가 아니라 국민에게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 터무니없이 싸게 공급되는 산업용 전기료 때문이라 하니,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전가(제품의 원가에 반영)될 부담의 크기는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 박근혜가 광복절을 건국절로 둔갑시키며 국민에게 노오오력을 요구한 '한강의 기적'과 압축성장의 실체가 바로 이렇게 이루어진 것이다.
국민에게 징벌적 과세를 남발한 정부와 한전의 전기요금체제를 바로 잡는 것은, 박정희의 망령에 사로잡혀 주구장창 새누리당만 찍어온 사람들이 자신은 물론 동시대의 모든 세대와 미래의 세대에게까지 엄청난 부담을 지운 것임을 깨닫는 계기로 작용했으면 한다. 지구온난화는 최소 10년 이상 심해질 것이기에 왜곡될 대로 왜곡된 전기요금체제를 바로 잡는데 동참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자신은 물론 모든 국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살인행위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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