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커피를 좋아하지 않았다.
어린애 같은 입맛이 커서도 그대로여서 술은커녕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도 커피를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까페를 가도, 다른 사람들이 아메리카노를 시킬 때, 캬라멜 마끼아또조차 썼던 나는 항상 아이스초코를 주문했었다.
선배들은 아직 내가 인생의 쓴맛을 보지 못해서 쓴맛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
언제부터인가 나는 모카와 라떼를 먹어보게 되었다.
네가 좋아하던 그 시끄러운 카페
아이스초코는 하지 않았으니까.
홍차라떼, 녹차라떼, 미스 사이공 라떼, 카페모카
나처럼 단 것을 좋아했지만
적당히 쓴 것도 좋아했던 너
그런 네 입맛에 맞던 그 커피들은
내게도 익숙한 맛이 되었다.
그러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었다.
이미도 충분히 날씬하고 보기 좋았었는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당분이 많이 들어간 커피를 먹지 않겠다고 아메리카노를 주문해 놓고는
그 쓴 맛 때문에 시럽을 두 번씩 넣던 너.
덕분에 나는 네가 즐겨 먹는 시럽의 양까지 맞출 수 있게 되었고
어느새 그것은 나의 커피 취향이 되었다.
네가 내 옆에 있지 않은 지금
나는 이제 아메리카노를 즐겨 마신다.
선배들은 이제야 내가 인생의 쓴맛을 보면서 쓴맛의 멋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지만 나는 잘 모르겠다.
내게 있어 아메리카노는 여전히 쓰다.
그저 익숙해졌을 뿐, 맛있다고는 못하겠다.
그래도 지금은 예전처럼 시럽을 두 번 넣지는 않는다.
대신 너와의 달콤했던 추억을 넣어서 마신다.
한 번.
두 번.
저번에 만났을 때
나한테 데자와 같던 홍차라떼를 권하던 너.
지금 너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아메리카노를 마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