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런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마음이 털썩털썩 내려앉는다.
뉴스에서는 어떤 여배우가 어떤 사업가와 결혼한다고 떠들고, 그것을 힐끗보던
한 사람이 "역시 돈 앞에서는 어쩔 수 없는게 사람인가봐" 라고 되뇌인다.
이 말에서 느껴지는 것은 원래는 그래선 안되지만, 실제로는 그럴 수 밖에 없다 라는 생각이다.
나는 그에 반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왜냐하면 어쩔 수 없다는 생각 자체가 그러한 상황을 만들어 가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라는 것은 사건 자체가 아니라, 해석이다.
사건이 해석을 무너트릴 수는 없다. 우리가 전체를 아닌 부분만을 보는 이상은 그렇다.
범죄현장에서 발견된 하나의 증거가 어떤 피의자를 지목할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증거가 결국 전체적인 범죄사건의 맥락안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 밝혀지는 것은 결국
사건이 낱낱이 밝혀지고 나서야 그런 것 아닐까? 그 전까지는 추론할 뿐이다.
어쩔 수 없다는 태도는 이런 점에서 성급한 태도이다. 그 여배우가 결국 후회할지,
아니 인간이 후회할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반성해 보지 않고서 나온 태도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순간의 영광에만 한계지어서 생각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서운 점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는 순간 정말로 세상이 그렇게 보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여배우가 사업가와의 결혼을 선택했다는데, 그보다 더 큰 증거가 어디있을까?
하나의 해석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틀을 제공함과 동시에 그 사건이 실제로 그 해석을 지지하는 듯한
인상을 풍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실상 이 사건을 해석하는 틀은 나에게 있었다는 것은
기억이 나지 않게 되고, 실제로 사건은 그래서 일어났기 때문에, 그렇게 보인다 라는 생각이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