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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txt 有
게시물ID :
lovestory_75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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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증손주베이비
추천 :
14
조회수 :
1329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5/08/15 02:4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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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글
이창훈 / 빈 화병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거기 오래 전부터 놓여진 돌처럼 창가에
망부석으로 서서
그저 눈부신 햇살에 하품이나 하며
보고픈 입을 벌리고 헉헉대고 있다
돌이켜보면 그
눈길들이 머물던 곳은
내가 아니라 내가
간신히 붙잡고 있던
욕망의 꽃이였던 것을
내 안에 고여져
흘려보지도 못한 눈물에
뿌리도 없이 젖어야만 했던
너무도 화려했던 꽃들아
황홀해하던 눈동자들아
지금껏 이 생에서
나의 사랑은 한 번도
주인공이 아니었구나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다
빈 방, 잔인한 먼지들,
지루한 햇살아
그 따뜻한 손으로 부디
이 창의 절벽에서 밀어다오
서덕준 / 파도
누구 하나 잡아먹을듯이 으르렁대던 파도도
그리 꿈 꾸던 뭍에 닿기도 전에
주저앉듯 하얗게 부서져버리는데
하물며 당신의 수심보다도 얕은 나는
얼마를 더 일렁인들
당신 하나 침식시킬 수 있겠습니까
정호승 / 철길에 앉아
철길에 앉아 그를 사랑한다고 말했다
철길에 앉아 그와 결혼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때 멀리 기차 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기차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는 아무 말이 없었다
코스모스가 안타까운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기차가 눈 안에 들어왔다
지평선을 뚫고 성난 멧돼지처럼 씩씩거리며
기차는 곧 나를 덮칠 것 같았다
나는 일어나지 않았다
낮달이 놀란 얼굴을 하고 해바라기가 고개를 흔들며
빨리 일어나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앉아 있었다
이대로 죽어도 좋다 싶었다
김광균 / 은수저
산이 저문다
노을이 잠긴다
저녁 밥상에 아이가 없다
아기 앉던 방석에 한 쌍의
은수저
은수저
끝에 눈물이 고인다
한밤중에 바람이 분다
바람 속에서 아기가 웃는다
아기는 방 속을 들여다본다
들창을 열었다 다시 닫는다
먼 들길을 아기가 간다
맨발 벗은 아기가 울면서 간다
불러도 대답이 없다
그림자마저 아른거린다
서덕준 / 잊겠거니
울먹이던 하늘도
매양 스쳐가는 하룻밤 이리처럼
기억의 언덕을 밟고 넘어 지나갔습니다.
풀잔디같던 발자욱이 좋아서
당신의 뒷모습을 눈에 주워담았건만
그대는 물가에 던진 조약돌처럼
내 생애에서 영영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갖가지 추억들을 엮어 만든 슬픔을
가슴으로 움켜쥐고는
오늘도 그저 잊겠거니, 잊겠거니
바람을 벽지 삼아 눈물로 써내려도
돌아오는 것은
피치 못할 그리움이니
그저 잊겠거니, 잊겠거니
앙상한 추억의 가지 위엔
당신께 쥐어준 손수건만이
휘휘 나부낄 뿐입니다.
이무원 / 밥
어머니 누워 계신 봉분
고봉밥 같다
꽁보리밥
풋나물죽
먹어도 먹어도 배가 고픈데
늘 남아도는 밥이 있었다
더 먹어라
많이 먹어라
나는 배 안 고프다
남아돌던
어머니의 밥
저승에 가셔도 배곯으셨나
옆구리가 약간 기울었다.
조용미 / 유적
오늘 밤은 그믐달이
나무 아래 귀고리처럼 낮게 걸렸습니다
은사시나무 껍질을 만지며 당신을 생각했죠
아그배나무 껍질을 쓰다듬으면서도 당신을 그렸죠
기다림도 지치면 노여움이 될까요
저물녘, 지친 마음에 꽃 다 떨구어버린 저 나무는
제 마음 다스리지 못한 벌로
껍질 더 파래집니다
멍든 수피를 두르고 시름시름 앓고 있는 벽오동은
당신이 그 아래 지날 때, 꽃 떨군 자리에
다시 제 넓은 잎사귀를 가만히 내려놓습니다
당신의 어깨를 만지며 떨어져내린 잎이
무얼 말하고 싶은지
당신이 지금 와서 안다고 한들,
그리움도 지치면 서러움이 될까요
하늘이 우물 속 같이 어둡습니다.
이창훈 / 겨울 강
모두가 이별을 이야기할 때
나는 만남을 말하려한다
모두가 죽음을 이야기할 때
나는 사랑을 말하려한다
모두가 나를 버리고
얼어붙은 별마저 웅크린 사람들의
따스한 방으로 걸어 들어가
문을 걸어 잠그는 밤,
바람에 베인 살결과
벌벌 떠는 정신에 갈기를 세워
나에게로 흘러왔던 세월을 추억하지 않으며
섣불리
나로부터 흘러갈 닿을
따스한 바다를 꿈꾸지 않으며
오래전 내 안으로 투신했던
사람들의 절망을 껴안으며 무작정
물결치고 싶어 출렁출렁였던
내 안의 헛된 욕망마저 가라 앉히고
흐르지 않는 절벽으로 꽝꽝
단단하게 서서
모두가 이별을 이야기할 때
나는 만남을 말하려한다
서덕준 / 매미
수년간 참았을 울음
그 얼마나 서러웠을까요
비록 며칠의 통곡이지만
한 계절의 생애를 헤집고는
흙밭에 숨결을 묻는 당신.
통곡하는 법만 배우고
떠나야 하는 것도 그리 애달팠을까요
뻗친 가지 사이에
흉터로 남아있는 번데기가
덜 여문 가을 바람에
흐느끼듯 흔들립니다.
정호승 / 미안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길이 있었다
다시 길이 끝나는 곳에 산이 있었다.
산이 끝나는 곳에 네가 있었다
무릎과 무릎 사이에 얼굴을 묻고 울고 있었다
미안하다
너를 사랑해서 미안하다
김용택 / 불길
지금
내 마음은 불길입니다
불이어서 타는 날은 두려움을 모릅니다
혼신을 다해 탈 뿐입니다
잡지 못하는 타는 이 불길이 두렵습니다
우리에겐 불이 아니고
언 강 밑으로 흐르는 물이 되어도 좋을 것을.
내 물길은
언 강 밑으로 흐르지 못하는 못하고
강둑에서 불로 타 오르며 번져가니
아, 아
나는 당신을.
이 불길을 당해낼 재주가 없어요
그렇게 많이 찾아지는 시가 아닌 것만 긁어모아보았어요.
예쁘게 읽어주세요.
비공감 사유를 적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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