깍두기
우리의 입에 잘 맞는 음식 중
어머니의 전통 손맛을 대표하는
기본 음식은 맛있는 깍두기입니다.
무더운 여름날 학교에서 돌아와
엄마가 만들어 놓은 깍두기 반찬과
찬물에 밥 말아 먹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물에서 금방 퍼 올린 물은 요즈음
냉장고 속에서 얼었던 얼음물과
비교 할 수 없는 맛입니다.
마당 한 귀퉁이 감나무 아래
울퉁불퉁 돌을 쌓아 만든 우물
참으로 시원했었던 기억이 납니다.
동네 아주머니들은 여름에는
우리 집 우물이 시원하다면서
수시로 묽을 길으러 왔었습니다.
아이들은 넒은 마루에 둘러앉아서
찬물에 밥 말아 깍두기하고 맛있게 먹고는
우물물을 두레박으로 퍼서 등물을 하였습니다.
어른들 밭일 하러 간 빈에 아이들이
모여 놀면서 웃음소리로 가득했었고
물장난으로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배부른 아이들은 집에서 노는 것이
시들하면 뒷동산이나 들로 달려가서
메뚜기 잠자리 잡이로 즐거웠습니다.
밭일을 마친 엄마가 커다란 무를 숭숭
깍두기 만드는 옆에 내가 쭈그리고 앉아서
엄마가 깍두기 만드는 일을 거든다 했었습니다.
엄마는 아주 쉽게 깍두기를 만드셨는데
다음날이면 깍두기가 맛이 들어서
찬밥도 절로 넘어 갔습니다.
더운 여름 입맛 없을 때는
무 숭숭 썰어 담가 주신
깍두기가 생각납니다.
여름날 시원하게 밥 한 끼를 먹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깍두기가 우리 입맛을
지켜주고 엄마 생각도 나게 합니다.
깍두기는 튼실한 무 숭숭 썰고
빨간 고춧가루 듬뿍 풀어 넣고
잘 삭힌 액젓으로 간 맞춘답니다.
엄마 손 맛을 배운다고 했지만
아무리 연습을 해도 엄마 손 맛을
따라 갈 수 없어 더 엄마 생각납니다.
우리 음식에서 각가지 김치를
잘 담그면 음식 솜씨 있다고
칭찬 해 주었다고 합니다.
김치는 종류가 다양하고
각각 맛의 특징이 뚜렷하여
김치를 잘 담그기 어렵답니다.
요즈음 젊은 새댁들도 제일 걱정이
가족들 입맛에 잘 맞도록 맛있게
김치 담그는 일이라고 합니다.
김치만 맛이 잘 들어도 밥 한 그릇
맛있게 그리고 즐겁게 먹을 수 있다며
어른들은 갖 시집온 새댁을 칭찬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면서 행복해 했고
음식으로 정이 생긴다고 했습니다.
외식을 많이 하는 요즈음 이름난 음식점이
맛을 자랑하는 데는 꼭 깍두기가 있었고
깍두기 맛으로 손님을 끈다고 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입맛은
옛날 그대로 변하지 않아서
엄마를 더 그리워합니다.
그 옛날 우리들의 엄마는
어쩌면 그렇게 음식을 맛있게
쉽게 잘도 만드셨을까 생각해 봅니다.
세월이 흐르고 이제 내가 엄마의 모습이 되었는데도
그 옛날 만들어 주시던 음식이 생각나고 엄마 생각이 납니다.
오늘 저녁 모처럼 맛있게 담겨진 깍두기로 우리가족 저녁 식탁을 마련해 보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