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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사랑의 시 - 백 서른 일곱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53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1048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13 19:58:08
서태우, 못생긴 사랑
기억하고 있습니다
촉촉한 그대의 머릿결과
젖어있던 입술을
보여주기 싫다며
치맛자락을 내리던
그대의 흰 종아리
못생겼다 하여
끝내 보이지 않겠다던
귀여운 발가락마저
내게는 사랑이었습니다
그 해 뜨겁던 여름날
고운 샌들을 신고
마냥 부끄러워하시던 당신
어찌합니까
그 뜨겁던 여름날이
다시 온다 하여도
촉촉한 머릿결과
못생긴 발가락마저
다시 볼 수 없는 것을
문득 못생긴 사랑 하나
기억해 내며 또다시 그리워 합니다
이정하, 이쯤에서 다시 만나게 하소서
그대에게 가는 길이 멀고 멀어
늘 내 발은 부르터 있기 일쑤였네
한시라도 내 눈과 귀가
그대 향해 열려 있지 않은 적 없었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볼 수는 없지만 느낄 수는 있는 사람
생각지 않으려 애쓰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그 흔한 약속 하나없이 우린 헤어졌지만
여전히 내 가슴에 남아 슬픔으로 저무는 사람
내가 그대를 보내지 않는 한
언제까지나 그대는 나의 사랑이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찬이슬에 젖은 잎새가 더욱 붉듯
우리 사랑도 그처럼 오랜 고난 후에
마알갛게 우러나오는 고운 빛깔이려니
함께 한 시간은 얼마 되지 않지만
그로 인한 슬픔과 그리움은
내 인생 전체를 삼키고도 남으니
이쯤에서 그를 다시 만나게 하소서
심성보,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오늘 하루는 어떻게 살았는지요
나는 오늘도 당신의 길가에
서성이는 바람이 되어
가슴속에 이슬의 꽃만 피었습니다
늘 바다처럼 당신을 포근히 안고 싶었지만
늘 하늘처럼 맑게 당신 앞에 서고 싶었지만
바다엔 폭풍이 일고
하늘은 회색빛 어둠만 가득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걷고 싶은 길가에서
사랑한다는 말 한번 못하고
시들어 버린 삶
그리운 사람을 가슴에 품었지만
포근히 한번 안아 주지도 못했던 시간
오늘 하루 당신은 어떻게 보내셨는지요
혹 찬바람에 떨어진 낙엽처럼
아프지는 않았는지
당신을 사랑하는 나는
오늘도 당신을 생각하는 나는
바보 처럼 당신을 사랑해서
미안합니다
신영,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몇 날 밤
지우고 또 지우다 잠이 든 시간
젖은 자국 말라 바삭거리는 마음 담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시간과 시간의 틈새에 낀 기억
계절과 계절 사이에서 남은 추억
당신과 나의 아름다운 노랫말처럼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그대에게 비친 내 얼굴은
당신 닮은 파란 하늘이 되고
내게 온 당신은 하얀 구름이 되어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약속 없이 왔던 당신처럼
기약 없이 이별이 온다 해도
억겁을 흘러온 인연의 당신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김지순, 가지지 못하는 것
비가 내려 유난히 차가운 밤에
마음마저 시려 오는 것은
너의 마음을 가지지 못함이요
침묵하는 너에게
그어 놓은 그 선을 스스로 범하는 것은
너의 사랑도 가지지 못함이다
꽃을 피우지 아니하고
향기나기를 바라는 나에게
꽃을 가꾸는 법을 알려주는 너
사랑받지 아니하고
뜨거울 줄만 아는 나에게
장작불처럼 느긋하게
타는 법을 알려주는 넌
변할 줄 모르는 푸르른 소나무처럼
진한 향기가 되어 겸손하게
사랑하는 법을 일깨워 주는 나의 임
그런 당신을 사랑하고자
빈곤한 내 언어를 꺼내어
오늘은 사랑하노라 조용히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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