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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서른 여덟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53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100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13 19:57:40
김춘경, 가끔은 나도
가끔은 나도
이름 모를 일몰의 바다 한켠에서
짧은 시어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긴 말들을
줄줄이 매달린 해초의 이파리들처럼
흐르는 물에 풀어 놓고 싶다
가슴 저린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살아가는 이야기들 중에
작은 그림하나 그리고 싶은 얘기라면
수평선이 보이는 너른 바다에 풀어 놓고
출렁일 때마다 행복한 소리로 웃고 싶다
가끔은 나도
가본 적 없는 조그만 항구에서
바윗돌에 널브러진 멍게, 해삼을 바라보며
통통배 소리에 가슴이 들뜬 시인처럼
일탈의 일기에 느낌표를 찍고 싶다
오래 기억될 이야기가 아니라도 좋다
단 한 사람이라도 귀를 기울여
고개를 끄덕이며 잠시 눈을 감아줄 수 있다면
파도소리 철썩이며 달려오는 부둣가에서
하루를 마감해도 행복할 것이다
가끔은, 가끔씩 나도
건조하고 지루한 삶과 동떨어진 곳에서
대책 없이 웃으며 마냥 행복하고 싶다
문근영, 해바라기
사랑하고 있어요
나, 까맣게 까맣게
그리움의 씨앗을 여물며
그댈 향해 가슴을 열었어요
긴긴 낮 햇살의 어르심으로
가슴에 피어난 여린 꽃잎마다
손 내밀어 준 당신
당신과의 눈맞춤으로 노란
꽃물이 들어 꽃 빛 물든 마음에
오소소 돋아나는 그리움의 씨앗들
비로소 내 안에서 별꽃이 되던 날
노랗게 활짝 폈던 내 마음도
하늘의 별로 돌아갈 날을 기다리며
당신만을 향해 있었지요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눈먼 고흐가 되어
이외수, 초저녁 강가에서
헤어진 사랑
땅에서는 바위틈에 피어나는
한 무더기 꽃
하늘에서는 달이 되고 별이 되고
또 더러는 내 소중한 이의 귀밑머리
거기에 무심히 닿는 바람소리
문정희, 칸나
나 오늘 칸나를 사러가네
연애를 해도 외로워
이제 연애도 싫어
사랑은 없고 소문만 무성한 시대
정사도 정사도 가뭇없기는 마찬가지여서
하늘 아래 살아있는 심장을 만나러가네
사랑은 꼭 신고한 사람과 해야 하나
사랑은 서류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하려다
태양의 뿔 하나를 사러가네
칸나가 핏빛인 것은 우연인가
땅 위의 모든 것이 참 의미심장하다네
붓다는 오직 비었다고 했고
야소는 사랑의 죄를 대신 졌지
나는 오늘 칸나를 사러가네
연애를 해도 외로워
이제 연애도 싫어
이해인,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을 식히며 이제 바람은
흰 옷 입고 문을 여는 내게
박하내음 가득한 언어를 풀어내려 하네
나의 약점까지도 이해하는
오래된 친구처럼 내 어깨를
감싸 안으며 더 넓어지라고 하네
사소한 일들은 훌훌 털어버리고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
더 맑게, 크게 웃으라고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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