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20대 중반의 게임업계 종사자입니다.
말 그대로 우리 나라에서 사는 게 너무 힘들어서 진지하게 외국에서 살면 어떨지 이민을 고민하고 있어요.
사람 사는 곳이 다 그렇듯.. 어느 곳이나 다 힘들긴 마찬가지라지만..
어쩌면 제 마음이 이런 건 회사생활 한 지 얼마 된 건 아니지만 어리다면 어린 나이부터 막장 풍파를 겪고나서인지
사기가 훅 꺾여서 뭘 해도 안될거야.. 라는 마음이 큰 탓일지도 모르겠어요.
정치나 뉴스 시사를 봐도 이런 상황이 얼마나 좋아질 수 있을지 희망은 이미 버린 지 오래구요..
(이미 구멍이 너무 커서 메꾸려면 10년 20년가지고 안될 것 같아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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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결심한 이유 1)
최소한의 삶의 여유와 개인의 행복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기업문화..
저에게 있어서 여러 번에 걸친 회사의 월급 체납과 연이은 회사의 도산경험, 야근과 철야 주말출근 등
몇년 안되는 회사 생활이 저에겐 이민을 생각하기 까지 제일 크고 결정적인 역할을 했네요.
회사와 일이 인생의 목표인 것처럼 살아왔던 20대 초반..
몇년에 걸쳐 몸을 혹사시키고 건강을 크게 잃어버리는 바람에 정신적, 경제적으로 큰 타격을 받은 적 있는
저로써는 더욱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렇듯 저도 뭐 떼부자 되어서 잘 먹고 잘 사는 거.. 안바랍니다.
(그래도 부자시켜준다면 감사합니다만..)
그냥 일 끝나고 가족들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
나의 개인적인 취미나 자기개발에 투자하고 일상을 가질 수 있는 시간..
그런 최소한의 보장밖에 바라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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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결심한 이유 2 )
공장처럼 찍어내서 양산하기에만 급급해 비전이 보이지 않는 업계 상황(- 이건 제 주관적인 생각입니다)
현재 한국의 전반적인 문화 컨텐츠는 대부분 매장되었습니다.
그나마 웹툰이나 스마트폰의 보급, 영상화 등으로 몇몇 컨텐츠는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게임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아직 좋지 못하다고 봅니다.
좀 히트친다 싶은 게임들도 양산형 판타지와 외국 게임 베끼기가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그마저도 PC게임은 대부분 사장되어가는 분위기고 모바일은 중국에서 무섭도록 치고 올라오고 있어요.
콘솔 게임은 이미 죽은 지 오래.. 소수의 매니아층만 남아서 겨우 명맥 유지해가는 수준이에요.
그래서 개발자로서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좋은 게임을 만들고 싶은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이민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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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결심한 이유 3)
남보다 잘나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문화,
오직 일등과 평범함을 강요하며 개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분위기.
그리고 문제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인권 보장문제.
한국의 모든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최근들어서는 꽤 개선되어 가고 있다고 보고요..
하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나는 그냥 그러고 싶어서 한 것뿐이고 단지 내 생각을 말하고 나를 표현했을 뿐인데
가족들 사이에서 쟤는 어릴 때부터 예술을 해서 사는 세계가 다르다며 '예술병'환자처럼 취급받거나
어딘가 좀 특이한 사람으로, 심하게는 그로 인해 집단내에서 이유없이 불이익의 타겟이 되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 내 생각을 숨기면서 특징없는 사람처럼 숨어야 하는 것이 답답하고
그들의 편견들을 대하고 나를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일이 저에게는 너무 힘들어요.
남들은 다 하는데 왜 너는 안해? ~등이야? 부모님은 무슨 일 하시니? 네 연봉은 얼마나 되니?
~살이면 결혼해야지~ ~하면 ~해야지, 하는 말을 듣는 것에도 질렸어요.
거기다 결혼, 임신, 출산, 미래계획 등등..
나는 아직 거기에 대비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고 이런 나라에선 할 생각도 없어요.
내 인생의 결정과 선택은 누구도 대신 책임지지 않는 내 몫인데 왜 타인의 인생을 보고 결정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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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결심한 이유 4)
나 한명쯤이야 이미 그렇게 살아왔으니 어찌어찌 버티며 계속 살아간다 해도..
이렇게 기계처럼 일하고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삶을 내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물려주고
객관식 정답만 강요하는 주입식 교육과 인생을 살아가게 한다는 생각은 상상으로도 정말 끔찍합니다.
한국에서 계속 살아야 한다면 차라리 결혼은 안 하거나 자식을 낳지 않는 게 나을거라고 생각할 정도로요..
아이들을 키운다면 최소한의 학벌로만, 그 이후는 그들의 선택하게 해주고 선택을 지켜보면서 조력해주는 부모가 되고 싶어요.
아이들이 학교 가기 싫어하면 보내지 않을거고, 공부를 못하면 못하는대로요.
인생의 정답이 학교와 서류에만 있는 건 아니니까 세상사는 데 필요한 지식이 아니라면 굳이 다 알아야한다고 생각치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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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을 결심한 이유 5)
점점 고령화되어가는 한국에서 새로운 일자리도 구하지 못한 채 노년이 되어 후세에게만 손을 벌리면서 지내고 싶지 않아요.
복지가 좋은 곳에서 지내며 나이를 먹어 늙더라도 자식들의 돌봄에만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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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이유들 때문에 진지하게 이민에 대해 고민을 하며 향후 5년에서 길게는 10년까지 생각하고 있는데..
저도 가끔은 그저 한국에서 사는 것이 진저리나서 이러는 것은 아닐까,
외국에 가면 막연하게 다 잘 되거란 환상에 사로잡혀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닌지 수개월동안 계속 고민해오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국에서의 미래를 비관하면서도 막상 그래서 어디로 가고 싶은데? 물어보면 아무 대답도 못하는 내가 답답하네요.
이런 제가 이상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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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IT나 게임 업계 종사자가 이민을 가기 유리한 나라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