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에 적은 글을 제가 언젠가 이 이야기를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해준 글입니다.
독재가 왜 나쁜걸까요?
우리는 독재가 나쁜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증거로 많은 독재정권을 들 수 있죠.
북한의 3대 세습정권, 이집트의 무라바크, 독일의 히틀러,
그러나 일각에서 우리는 흔하게도 독재에 대한 변명과 옹호역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옹호는 매우 강력한 편이죠. 공과 과를 모두 봐야한다고 하면서 말입니다.
독재는 했지만, 경제를 발전시켰다? 독재는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기 위해선 독재가 필요했다.
물론 그 이면에는 독재를 옹호하고 싶다기보다는 박정희정권을 옹호하기 위한 노림수가 강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이런 주장들은 우리 주위에 매우 흔하고,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장들입니다.
저는 거기에 대해서 좀 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과연 독재는 왜 나쁜가? 우리는 왜 굳이 민주주의를 지켜야 하는가?
헌법에 써있는 '민주공화국'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 말입니다.
인류가 역사를 기록하기 시작한 이후로 사회가 발달되고,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집단을 이루고 나라를 이루게 되면
이 나라가 제대로 유지되기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하게 필요한 절차가 있습니다. 바로 통치제도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나라를 이루게 되면 거기에는 반드시 규칙이 필요합니다.
함무라비 법전이 세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이유는 인류가 이러한 규칙의 원칙적인 부분을 규정한 가장 오래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지금 수천년간 연구를 거듭한 법전을 알고있는 우리가 보기에는 과도하게 잔혹한 처벌이 눈에 들어오지만,
사실 함무라비 법전은 잔혹한 형벌로 사람들을 규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최초로 합리적인 처벌을 규정하기 위한 법전입니다.
법이 없는 원시인들의 폭력성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당연하지 않습니까? 법이 없다면 내 마누라 건든놈을 누가 가만 놔두겠습니까?
당장가서 돌도끼로 머리통을 뽀개버리죠. 법은 이러한 무정부적인 행동에 제약을겁니다. 이런 것이 통치제도입니다.
이런 통치제도가 생겨나면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과연 규칙을 누가 정할 것이냐? 형벌을 누가 시행할 것이냐?
가장 단순한 방법이 바로 머리좋은 사람. 똑똑한 사람, 혹은 힘이 쎈 사람. 거역하기 힘든 사람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자 이제 규칙을 정하는 사람과 규칙을 시행하는 사람들이 생겨납니다.
네 그렇습니다. 지배계층이 생겨난 것입니다. 그리고 이들은 기득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이 기득권을 절대로 놓지 않습니다. 네. 바로 지배계층의 세습화가 이어집니다.
슬픈일이지만, 인간의 본성은 그다지 정의롭지 않습니다. 우리는 타인의 슬픔과 아픔을 자신의 것처럼 교감하는 능력 자체가 없습니다.
우리는 그저 나라면 어떨까? 라는 사고방식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타인을 이해할 뿐입니다. 어릴때부터 이타적인 행동을 학습받지 않으면 사람은 이기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본성은 내 배를 부르게 하고, 내 몸을 편하게 하고 내 씨를 더 많이 뿌리게 하는 것을 원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고 있는것 두번째가 바로 민주주의가 매우 오래된 전통이라는 것입니다.
민주주의의 어원은 그리스의 데모크라티아라고 하긴 하지만, 플라톤이 주장한 민주주의는 우리가 알고있는 것과는 전혀 다른 내용입니다.
플라톤이 민주주의를 주장했다고, 이 민주주의라는 것이 오랜기간동안 인류가 원해왔던 이상적인 통치체계라고 알고계신분들도 많은데,
천만의 말씀입니다. 인류가 국가를 이루어 지배계층이 생겨난 이후로 피지배계층이 지배계층을 이겼던 적은 거의 없습니다.
전세계 어느나라를 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를 볼까요? 한민족의 통합적인 왕조가 세워지기전의 혼란기인 후삼국시대까지의 역사를 제외하고,
고려왕조가 세워진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왕족이 아닌 사람이 왕이 된 경우. 즉 역성혁명이 성공한 케이스는 단 한건입니다.
조선의 건국이죠. 왕씨가 아니었던 이성계가 왕씨를 제끼고 이씨가문을 왕족으로 만든겁니다.
달랑 한건입니다. 조선에도 수많은 역모가 있었고, 성공한 경우는 있었지만,
이씨가 아닌 사람. 즉 왕족이 아닌 사람이 왕이 된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일이었다는 것입니다.
엄청나게 많은 영웅들이 등장했던 중국 역사에서도 역성혁명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다른나라들도 마찬가지구요...
문제는 역성혁명이 일어난 이후에도 통치체계는 바뀐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지배계층이 바뀐 것 뿐이죠.
즉 인류는 최초로 국가라는 것을 만들었던 이후 수천년의 세월동안 지배계층과 피 지배계층으로 나뉘어 살았습니다.
수천년동안 이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왕이 있고, 귀족이 있고, 그런 똑똑하고 잘난 사회지도층들이
무지하고, 힘없는 국민들을 다스리고, 보호하고, 혹은 억압하고 수탈하는 이런 구조가 인류가 수천년동안 이어온 자연스러운 것이란 말입니다.
민주주의는 그리 오래된 전통이 아닐뿐더러, 선진국이 많은 유럽에만 가도 아직 왕실이 유지되는 곳이 많습니다. 물론 정치와 거리를 어느정도 두는 곳이 대부분입니다만, 왜 민주주의가 대세가 된 오늘날에도 왕실이 유지되는 나라가 이리 많은것일까요?
간단합니다. 누군가가 국왕의 머리채를 끌고 그자리에서 끌어내린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도 대표적인 직선제국가죠. 왕이 없습니다. 왜요? 국민들이 루이16세 머리통을 끌고 단두대에 넣어버렸거든요.
프랑스 국민들은 지배계층이 잘못하면 궁전에 쳐들어가서 왕을 붙잡아서 목을 잘라버린 경험이 있습니다. 이런 나라에서 누가 왕을 하겠습니까?
(아 물론 나폴레옹이 하려고 했지만, 나폴레옹이 황제가 되자마자 베토벤이 자기가 쓴 교향곡을 찢어버릴 정도로 프랑스인들은 충격을 받았죠.)
뭐 그 이후의 유럽역사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프랑스가 직선제 국가가 된 이유가 이것때문이라고 보기만은 힘들지만, 국민들이 왕을 잡아다가 목을 쳐버린 이 사건은 유럽이 발칵 뒤집혀질 정도로 큰 사건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왕과 국민은 역전되어서는 안되는 관계였기 때문입니다.
국민이 국가이다. 국민이 국가의 주인이다.
인류가 이 사상이 불순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지 사실 얼마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이런 민주주의의 개념이 정상적인 사상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미국의 영향이 매우 크죠.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이 민주주의를 공산주의의 반대말로 알고있느 것도 미국놈들이 원인이구요.... 이런 냉전시대의 사상적인 대립은 부작용이 매우 큽니다.
민주주의의 반댓말이 뭘까요?
공산주의? 아닙니다.
그럼 사회주의? 사실 그것도 아닙니다.
민주주의의 반댓말은 독재입니다.
제가 하고싶은 말이 여기에 있었네요.
민주주의는 인류가 지배계층에게서 수없이 많은 날들을 지배당하고, 억압당하고, 때로는 보호받기도하고, 그들을 칭송하거나 존경하기도 하고 욕을 하기도하고, 저항하기도 하면서 간신히 깨달은 하나의 생각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이 민주주의가 사실은 수천년동안 당연한 것이 아니었다구요.
수천년동안 피흘리고 죽어간 선조들이 수천년동안 어떻게 하면 나라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을까? 고민하고 피흘린 끝에 얻어낸 아주아주 귀한 방법이라는 말입니다. 그냥 어느 사상가 한명이 어느날 "국민이 주인인 것도 괜찮네?" 이렇게 주장한 것이 아닙니다.
이 민주주의는 프랑스인들은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것이고, 우리나라의 학생들이 총앞에서 목숨을 걸고 얻어낸 것입니다.
우리나라 헌법에 '우리나라는 민주 공화국이다.' 이 한줄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웠을지 우리는 생각해야합니다.
민주주의는 독재의 반댓말입니다. 수천년의 역사를 통해서 얻어진 인류의 고귀한 자산입니다.
그럼 민주주의가 되어서 인류가 이제는 평등해졌나요?
천만에요. 우리는 아직도 지배계층과 피 지배계층으로 나뉘어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인류가 평등해질 날을 아직도 멀었습니다.
민주주의라는건요. 인류가 평등해지기 위해서 수천년을 소모해서 지배계층에서 간신히 얻어낸 아주 소중한 단 하나의 무기입니다.
그리고 이미 경제로 지배구조를 바꾼 지배계층들이 가장 찜찜해하는 아주 강력한 무기죠.
경제발전이니, 부국강병이니 이딴 가치에 폄하될만한 이념이 아니란 말입니다.
자 이제 제가 하고 싶은 얘기가 다 나온 것 같네요.
독재가 왜 나쁘냐구요? 민주주의의 반댓말이기 때문에 나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