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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서른 네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52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5
조회수 : 74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8/06 09:37:59
박계수,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난
이렇게 살았을 게다
새참 내 오는 찔레 밭둑에서
아내랑 같이 고수레를 하고
사래 긴 밭 지심 멜
걱정이나 하며
그렇게 한 세상
살았을 게다
스무사흘 새벽달이
잠긴 옹달샘
표주박으로 고이고이
떠올릴 적에
아내보다 내가 먼저
사립을 열고
샘길 이슬을
털어 냈을 게다
먹다 남을 감 꽃
목에 걸고
풀물이 베어 돌아오는
막내딸 눈동자
나도 딸처럼
푸른 눈으로
장에 간 아내를
기다렸을 게다
상처나면 자리 밑
흙 긁어 바르고
오줌싸면 키 씌워
소금 꾸러 보내고
한차례 모이 주면
그만인 병아리처럼
새끼들도 그렇게
키웠을 게다
아, 세월이 내 등을 밀지 않았더라면
난
그렇게, 그렇게 살았을 게다
이외수, 하늘빛 그리움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워진다
나는
시린 무릎을 감싸 안으며
나즈막히 그대 이름 부른다
살아간다는 것은
오늘도 내가 혼자임을 아는 것이다
안희선, 편지 그리고 가을
바람,낙엽
외로움,사랑
깊어가는 가을만큼
내 마음도 깊어져
영혼의 책갈피마다 눈물로 스민
그대의 따스한 체온을 읽습니다
아침을 열었던
까치소리는
붉게 익어가는 감에 주렁 걸리고
저녁때의 고요한 해후(邂逅)를 예감하듯이
오후 내내 기다리던 가슴은
노을빛처럼 익어갑니다
계절은
터무니 없이 쓸쓸하지만
시린 마음에 찍힌
깊은 그리움의 소인(消印)은
저 홀로 빠알갛게 선명해 집니다
고은, 11월
낙엽을 연민하지 말아라
한자락 바람에
훨훨 날아가지 않느냐
그걸로 모자라거든
저쪽에서
새들도 날아가지 않느냐
보아라 그대 마음 저토록 눈부신 것을
이명희, 허무
소낙비
한 차례
쏟아부은 한나절
실개천에
피어난
일곱 빛깔 무지개
환상 속
그리움처럼
아슴아슴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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