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버지는 화물차 기사이다. 잘 되던 아버지의 사업은 여느 개인 사업과 마찬가지로 하향세를 걷다가 문을 닫아야 했다. 몇 차례의 재기 시도 후 우리 아버지가 시작하신 일은 화물차 기사. 어렵게 시작한 만큼 우리 가족은 고정적인 월수입에 너무나 감사했다.
하지만 시작하신지 불과 4개월도 채 안된 지난 주, 청주의 한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 심박수가 빨라졌다. 아버지는 지난 몇 년동안 70여명의 사상자가 생긴 도로를 운전하고 가시다 사고가 났다고 한다. 그 날따라 악마의 도로로 인도한 네비가 원망스럽다. 무고한 희생을 만들고 싶지 않으셨다는 나의 영웅은 병실 한 구석에 힘 없이 누워 계신다.
살아 돌아옴에 대한 감사도 잠시, 현실적인 문제는 숨통을 조여온다. 거금을 들여 가입한 화물차 보험은 나의 아버지를 외면했고 그나마 적재물 보험이라도 따로 들었으니 몇천만원이 될지도 모르는 손해에서 200만원이라도 아끼게 되었다. 으스러진 뼈보다 더 값어치 있는 저 찌그러진 생수통들은 쳐다도 보기 싫다. 얼마나 더 많은 인명피해가 나야지 유통강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화물차 기사는 대우를 받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