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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서른 세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518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6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8/04 23:55:27
조병화, 겨울
침묵이다
침묵으로 침묵으로 이어지는 세월
세월 위로 바람이 분다
바람은 지나가면서
적막한 노래를 부른다
듣는 사람도 없는 세월 위에
노래만 남아 쌓인다
남아 쌓인 노래 위에 눈이 내린다
내린 눈은 기쁨과 슬픔
인간이 살다 간 자리를
하얗게 덮는다
덮은 눈 속에서
겨울은 기쁨과 슬픔을 가려내어
인간이 남긴 기쁨과 슬픔으로
봄을 준비한다
묵묵히
유안진, 작정
모르며 살기로 했다
시린 눈빛 하나로
흘러만 가는 가을 강처럼
사랑은 무엇이며
삶은
왜 사는 건지
물어서 얻은 해답이
무슨 쓸모 있었던가
모를 줄도 알며 사는
어리석음이여
기막힌 평안함이여
가을하늘빛 같은
시린 눈빛 하나로
무작정 무작정 살기로 했다
신달자, 그리움
찾아낼 수 없구나
문닫힌 방안에
정히 빗은 내 머리를
헝클어 놓는 이는
뼈속 깊이깊이 잠든 바람도
이밤 깨어나
마른 가지를 흔들어 댄다
우주를 돌다돌다
내 살갗 밑에서 이는 바람
오늘밤 저 폭풍은
누구의 미친 그리움인가
아 누구인가
꽁꽁 묶어 감추었던
열길 그 속마음까지 열게하는 이는
이해인, 고독을 위한 의자
홀로 있는 시간은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호수가 된다
바쁘다고 밀쳐두었던 나 속의 나를
조용히 들여다볼 수 있으므로
여럿 속에 있을 땐
미쳐 되새기지 못했던
삶이 깊이와 무게를
고독 속에 헤아려볼 수 있으므로
내가 해야 할 일 안해야 할 일
분별하며 내밀한 양심의 소리에
더 깊이 귀기울일 수 있으므로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야말로
내가 나를 돌보는 시간
여럿 속의 삶을
더 잘 살아내기 위해
고독속에
나를 길들이는 시간이다
천양희, 어제를 돌아보다
돌아오지 않기 위해
혼자 떠나본 적 있는가
새벽강에 나가
혼자 울어본 적 있는가
늦은 것이 있다고
후회해본 적이 있는가
버림받은 기분에
젖어본 적 있는가
바람 속에 오래
얼굴을 묻어본 적 있는가
한사람을 나보다 더
사랑한 적 있는가
인생은 추억을 통해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 적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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