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에서 사람까지
무릇 그릇이 큰 사람이 되자고 생각해왔다.
나 아직 빈 것이 많지만 한없이 채울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런 일은 쉽지 않았다. 아주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거 하나 내 안에 넣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사람 한명조차 내 안에 온전히 포용하기에는 내 그릇은 작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져가는 그릇은 다른 그릇과의 만남에 쨍하게 부딪히는 소리만을 낼 뿐이었다.
살다보면 그럴 수 있다고 인정하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인정하면 스스로에게 옳지 않은 것 같았다.
그냥 순전히 감정적으로 담아낼 수 없는 그런 상황이 있다. 와인 잔에 막걸리를 붓는 기분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뭔가 내키지 않은 그런 감정. 와인 잔에 내가 좋아하는 막걸 리가 담긴다면 흔쾌히 먹을 수 있을 것이다.
단지, 원치않은 내용물이 들어오기에 내키지가 않다.
결국 내가 담지 못한 것은 사람이다. 일의 경우, 힘겨운 일이 끝나면 후련하고 오늘을 마치는 기분이다.
사람이 힘들면, 그 사람과 함께해야하는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언제나 같은 감정으로 추락한다. 기대될 것이 없다.
그저 한시라도 빨리 그 사람과 떨어지기만을 바랄뿐. 한사람 때문에 이런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굉장히 신비함을 느낀다.
처음엔 스스로를 원망할 뻔했지만 이제는 이 감정의 책임을 그 사람에게 넘기고 싶다.
스스로 담기에는 더러워서 못참겠다.
이 감정은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순전히 그 사람으로부터 내가 받은 것이다.
나는 남에게 미움 받을 수도 있고, 남을 미워할 수도 있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그때는 굉장히 어려운 것이었다.
가끔 그 상황을 생각하면 아쉽다. 욕이라도 할 걸 왜 바보같이 입을 다물어서 스스로를 억눌렀을까.
지금에서야 달라진게 그리 많지는 않다. 다만 이제는 그런 사람을 미워할 수 있고, 이 감정은 자연스러워서 나에게 온전히 떠넘기지 않을 수 있다.
그 작은 일 하나에 나는 기쁘고, 이제는 괜시리 미움 받는다면 미움 받는 것만큼 온전히 미워해줄 수 있는 그런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거듭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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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시리 본인을 괴롭히던 사람이 생각나 울적하던 차에 생각해보니 화가나 글을 작성한 본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