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새벽 2시 현재, 심판의 양심선언이라는 검색어가 포털사이트 상위권을 점령하고 있다. 김연아 선수와 관련된 판정 논란 때문인데, 이 기사 역시 며칠전부터 있어왔던 외신기사 오역의 하나다. 처음 기사는 피겨 고위 관계자가 "러시아에 유리한 심판 배정이 있었다" 고 말하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같은 내용의 기사는 어느새 김연아 경기에 관여했던 피겨 심판이 "소트니코바에게 점수를 몰아줬다"는 내용으로 바뀌어 버렸다. 이와 비슷한 경우로 카타리나 비트가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클럽 가입을 환영한다"고 말했다는 기사가 퍼졌는데, 이 기사도 잘못된 내용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원래 기사는 카타리나 비트가 "나는 김연아의 올림픽 2연패 클럽 가입을 환영할 준비가 돼있었다"며 아쉬워 하는 내용이었다. 또 지난 22일 낮 한때 포털 사이트에는 '소트니코바 스핀 고발' 등의 실시간 검색어가 올라와 눈길을 끌었다. 미국 뉴스전문 방송 ABC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여자 피겨스케이팅에서 논란의 금메달을 획득한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러시아)의 스핀을 고발했다는 내용이다. 언론사들은 앞다퉈 기사를 내보냈다. 내용을 살펴보면 "22일(한국시각) ABC뉴스 경기 해설자이자 USA투데이의 칼럼니스트인 크리스틴 브래난은 피겨 경기 결과를 공개적으로 비난, 특히 실력 부족이 드러난 소트니코바의 스핀을 지적했다. 경기 장면을 느린 화면으로 분석한 결과, 소트니코바는 오른손으로 피겨날을 잡고 돌다 왼손으로 바꿔잡은 뒤 다시 양손으로 스핀동작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피겨실력이 부족함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고 돼있다. 또 ABC가 김연아의 점프 장면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ABC는 김연아가 경기직전 준비시간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경기에서 보여준 점프는 완벽했다고 칭찬했다. 어깨와 허리 방향이 완벽하게 일치하는데다 점프 비거리가 25피트(7m62)에 완벽한 착지까지 보여줬다고 분석했다" 는 내용도 담았다. 그러나 이는 처음 번역을 잘못한 이의 '오버'이며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한 다른 언론사들에 의해 이 내용은 순식간에 포털을 점령했다. 그러나 원본을 보면 abc 방송이 소트니코바의 스핀을 언급한 이유는 스핀이 잘못됐기 때문이라서가 아니라 "아무도 못하는 엄청난 고난이도의 스핀이기 때문에 소트니코바의 스핀 동작을 보여준 것"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프레첼 빵을 연상시키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의 이 독창적인 스핀이 김연아를 왕좌에서 끌어내리는데 도움을 줬다"고 코멘트를 하며 스핀을 보여준 것이다. 해설을 하는 스캇 해밀턴도 이 스핀 동작을 보는 순간 'ouch' 라는 말을 할 정도로 신체에 무리가 가는 고난이도 스핀인데 이것이 어떻게 abc가 소트니코바의 스핀을 고발한 영상이라고 기사가 나왔을까. 김연아의 점프자세가 완벽했고 점수 판정에 문제가 있다는 내용도 같이 들어있어서 '소트니코바의 스핀에 문제가 있다고 고발한 영상일 것'라고 지레짐작한 모양이다. 이 외에도 외신기사를 오역한 경우 혹은 앞뒤상황을 고려하지 않아 오보를 낸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불과 하루 전 '카타리나 비트가 "부끄러운 금메달. 김연아는 진정한 여왕이다”라고 트윗을 남겼다'는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다. 비트가 방송에서 "소트니코바도 잘하긴 했지만 김연아에 대한 심판의 판정은 이해할 수 없다" 며 화를 냈기에 그 기사는 사람들에게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 기사를 본 한 트위터리안이 그 내용을 그대로 트윗했고, 이 트윗을 본 비트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부끄러운 줄 알라"고 일침을 가했다. 또 미셸콴의 "Unbelivable" 발언은 김연아의 연기에 대한 놀라움의 표현이었을 뿐 판정에 대한 비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은 앞다퉈 미셸콴의 발언에 대한 기사를 냈고, 미셸콴은 한국 포털사이트에서 뜬금없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됐다. 그러나 사실 시상식 이후 미셸콴의 언행은 오히려 소트니코바의 금메달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쪽에 가깝다. 프리스케이팅 경기 이후 조니위어, 미셸콴, 안도미키 등의 외국 유명선수나 해설자들이 김연아에 대해 발언하거나 트윗을 남겼다는 기사 역시 수없이 쏟아졌다. 하지만 이들이 김연아의 연기에 감탄하고 심판 판정에 놀란 것은 잠깐일 뿐 시간이 지난 뒤엔 자국의 이익에 맞는 발언을 하기에 바빴다. 안도미키 역시 "김연아는 대단한 피겨선수"는 트윗을 남겼다고 하지만 곧이어 소트니코바에게도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가 외국인들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 할 필요가 없는 이유다. NBC, ABC, 시카고트리뷴, LA타임즈, 뉴욕타임즈, USA 투데이…. 며칠간 네이버 뉴스에서 본 기사들의 제목에 들어간 외국언론들이다. 외신을 앞세워 신뢰성을 부각시키고자 하는 모양새로 보인다. 외신에 김연아에게 우호적인 기사, 러시아와 소트니코바에 대해 비판하는 기사가 더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본인들 입맛에 맞게 고친 뒤 기사를 퍼트리는 것은 김연아 선수와 그녀를 돕고 싶어하는 국민들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심지어 전혀 원문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오역할 때는 더더욱 그렇다. 오죽하면 네티즌들 사이에서 "번역을 못 하면 차라리 피겨팬들이 번역하는 걸 기다렸다가 퍼갔으면 좋겠다"는 말이 나올까. 외국선수 트위터나 외국언론 홈페이지에서 대기하고 있을 기자들이 이 사실을 언제쯤 알아차릴 지 궁금해진다. 한편 김연아는 23일(한국시간) 새벽 1시 30분부터 시작되는 피겨스케이팅 갈라쇼에 참가해 28명의 선수 중 21번째로 등장한다. 에이브릴 라빈의 '이매진(Imagine)'을 배경음악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메시지를 담은 연기를 선보인다. /온라인뉴스팀 USA today 기사 원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