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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 헤어졌다
게시물ID : lovestory_7499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1484회
댓글수 : 9개
등록시간 : 2015/07/25 18:0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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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s://www.pikicast.com/#!/menu=userpage&section=0&uid=4243673
사진 출처 : http://whisped.tumblr.com/
BGM 출처 : http://bgmstore.net/view/rUq8u



1.png


내 생일이 다가올 때 쯔음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던 사람과의
연애를 끝냈다

당신은 아직도
우리가 헤어진 정확한 이유를
모르고 있을 것이다

그냥 두 눈 딱 감고
핸드폰 너머로
우리는 더이상 아닌 것 같다며
헤어지자고 했으니까






2.jpg


사실 나는
몸이 너무 아팠다
건강이 생각보다
많이 안 좋아졌다

당신을 만났을 때만 해도
나는 참 건강한 아이였는데

내 욕심 때문에
밥 먹는 시간을 줄여가며
잠자는 시간을 줄여가며
그렇게 내 몸을 혹사시켰고

결국 나는 건강을 잃었다






3.jpg


남들이 다 타는
대중교통을 타지 못했다
20분 이상을 서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다
음식을 소화시킬 힘마저 없어서
식은땀을 흘리며 쓰러졌다

당신과 사귀는 동안
나는 119를 부르는 일이 잦아졌고
응급실을 내 집 드나들 듯 했다

물론 나는 당신에게 얘기하지 않았다
아니, 얘기할 수가 없었다






4.jpg


당신 어머니께서 암으로 돌아가셨고
당신 누나도 암으로 투병 중이시니까

가족들을 병으로 잃어가고 있는데
애인마저 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당신에게 전해줄 수 없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단 한 번도 당신을
병원으로 부른 적이 없었다

혼자 사는 나에게는 당신이 내 보호자였는데
보호자인 당신을 차마 부를 수가 없었다






5.jpg


작년 2월쯤
늘 그렇듯 또 쓰러졌고
그때 나는 당신과 헤어져야겠다고
결심을 했던 것 같다

다른 날과는 달리 그 날은
'이러다 내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쓰러지면
그냥 쓰러지는가 보다 했는데
특히 그 날은
'살고 싶다'라는 생각과
'너무 아프다. 차라리 정신을 잃었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 정도로 많이 아팠다






6.jpg


울지 말자고 굳게 다짐을 한 뒤
당신에게 전화를 걸었고
나는 당신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그 누구보다 자존심이 강하던 당신이
온갖 주절주절 변명을 하며
울었다

단 한 번도 내게 눈물을 보인 적 없던 당신이
더 잘하겠다며, 자기가 그동안 너무 소홀했다며
울었다

미안했다
당신 잘못이 아닌데






7.jpg


얘기를 더 하면
내 마음이 약해질까 봐
서둘러서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나도
울었다

당신과 헤어지고 나서도
몇 달간은 계속 쓰러졌다

차가운 지하철 바닥에 누워있을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났던 것 같다
쓰러질 때마다 당신 생각이 났기에
내 건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8.jpg


몸이 아파서 쓰러지는 것보다
그 아픈 상황에서도 당신 생각이 난다는 게
더 힘들었기 때문이다

운동이라고는 숨쉬기 운동밖에 안 했던 내가
어떻게든 견뎌내려고 운동을 시작했고
쓰러지기 싫어서 어떻게든
악으로 깡으로 버텼던 것 같다

내 건강을 잃어가는 줄도 모르고
욕심부리며 앞만 보고 달려가던
그때의 나를 자책하며
내 옆에 있는 소중한 것들을 보려고 노력했다






9.jpg


그렇게 몇 개월을 노력했다
너무 아파서 그만하고 싶은 마음이
울컥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당신을 떠올리면 참을 수 있었다

그리고
20분 동안 서 있는 것도 벅차하던 내가
50분 동안 서 있을 수 있게 되었다
밥을 세 숟가락도 못 먹던 내가
이제는 반 공기나 먹을 수 있게 되었다

늘 그렇듯
나답게 씩씩하게 버텨냈다
그리고 이겨냈다






10.jpg


나 참 잘했지?

내 어떤 모습이라도 받아주던
당신이었는데
그런 당신에게 상처 줘서 미안해
참 좋았던 우리였는데, 그치?

나로 인해 당신을 잃고 나서
이제는 더이상 누군가를 사랑하는 게
싫어졌어

아니, 무서워졌다는 표현이
더 정확하겠다






11.jpg


예전에도 나는 이별을 몇 번 경험했었고
이별 그 정도쯤이야 아무것도 아니라고
담담하게 견뎌냈던 나였지만
당신한테만은 '그 정도쯤'이 되지 않았거든

당신을 만나서
'의지한다'라는 말의 뜻을 배웠고
다른 사람에게 의지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달았으니까

그리고
그 의지하던 사람이 없어졌을 때
내 인생이 통째로 날아간 것 같은 기분을
느꼈으니까






12.jpg


그 경험을 또 하고 싶지가 않아졌어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거든

나는 이렇게 지냈는데
당신은 어떻게 지냈니?

내가 몸이 안 좋다고 얘기를 해도
당신은 사랑하니까 괜찮다고
끝까지 내 옆에 있어주겠다고
얘기할 게 뻔하기에
당신한테 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그런 나를, 이해해줘

그 거짓말조차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마음 중 하나였으니까






13.jpg


우리가 헤어지던 날
핸드폰 너머로
우리는 더이상 아닌 것 같다며
울고 싶은 걸 꾹꾹 참으며
담담하게 얘기하고 있을 때

울지 말라고 얘기하던
당신의 목소리가 기억난다

내 떨리는 목소리 하나에
내 마음을 읽던
나를 가장 잘 알던 당신이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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