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성보, 두려운 사랑
사랑하고 싶을때
사랑하지 못한것은
사랑이 두려워서가 아니였다
그 사람을
사랑한날로 부터
삶의 인생길엔 고리가 채워지고
마음엔 그리움의 비가
내리기 때문이었다
진정으로 사랑한다는 것은
숭고한 목숨마저
버릴수 있는 용기
그리고 슬픔
아픔을 감싸 안을 수 있는 배려
사랑하고 싶을때
사랑하지 못한 것은
목숨도 열정도 아닌
이별이 두렵기 때문이었다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마냥
어둠에 춤을추는 불빛마냥
우리가 아닌
너와내가 되어 가는 인생
그 하나가 아닌 둘로서 나뉠까봐
나는 미리 혼자인
어둠속에 서서 애태우는 것이다
바보같이
사랑도 모르는 사람처럼
사랑하고 싶을때
사랑한다는 것은
내게는 가장 힘든 시간들이었다
도종환,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꽃들은 향기 하나로 먼 곳까지
사랑을 전하고 새들은 아름다운 소리 지어
하늘 건너 사랑을 알리는데 제 사랑은
줄이 끊긴 악기처럼 소리가 없습니다
나무는 근처의 새들을 제 몸 속에 살게하고
숲은 그 그늘에 어둠이 무서운
짐승들을 살게 하는데 제 마음은 폐가처럼
아무도 와서 살지 않았습니다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늘 한복판으로
달아 오르며 가는 태양처럼 한번 사랑하고
난 뒤 서쪽 산으로 조용히 걸어가는
노을처럼 사랑할 줄은 몰랐습니다
얼음장 밑으로 흐르면서 얼지 않아 골짝의
언 것들을 녹이며 가는 물살처럼 사랑도
그렇게 작은 물소리로 쉬지 않고 흐르며
사는 일인데 제 사랑은 오랜 날
녹지 않은 채 어둔 숲에 버려져 있었습니다
마음이 닮아 얼굴이 따라 닮는
오래 묵은 벗처럼 그렇게 살며
늙어 가는 일인데
사랑도 살아가는 일인데
천향미, 당신이라는 말
말 속에 숨어 있는
의미가 소중할 때 있습니다
가령
당신이라는
말처럼 애매한 말일 때
2인칭 혹은
3인칭의 모호이거나
인칭을 달 수 없는 말
가슴까지 턱
차오르는 느낌으로
가만히 불러봅니다
<당신>
경박하지 않은
걸음에 품위의 옷을 입어
존중하고 싶을 때
끝내 마음 시리던 날에
가슴에 고인
슬픔 그득하여
등 기대어
울고싶을 때도
귀 기울여 주시겠지요
내가
부르고 싶은 이름
<당신>입니다
정향심,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사랑한다 말하지 마라
쉽게 입밖으로 나온 그 사랑
나는 믿지 않으련다
누군가 나를 향해 쏜 사랑의 화살
추억의 다리를 걸어서
보고픔의 강을 건너
그리움의 바다를 지나야
내 가슴에 꽃힐진데
쉽게 말해버린 그 사랑 어찌 믿으라고
인내의 골짜기를 지나
같이 흘린 눈물에 발을 담그며
서로의 허물을 이불삼아 덮어주는
미움의 돌을 치우고 너와 나
마주하는 눈빛에 평온함이 돌 때
구태여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으리니
사랑한다는 그말로 나를
구속하려 하지 마라
소리없이 네 가슴에 스미는
눈물빛이 마르기전에
사랑의 메아리 너와 나의
가슴에 울려 퍼질 때
웃음꽃 활짝 핀 들녘에서
뜨거운 입맞춤으로 사랑을 속삭여 다오
지금은 사랑한다 말하지마라
금경산, 이루지 못할 사랑은 없었다
나도 차마 말하지 못하는 그런 사랑이 있다
그 사람이 나보다 더 아플 것 같기에
이별을 담아야 했던
그러나 잊혀질 수 없는 아픈 사랑이 있다
차마 마음 속에서 조차 아플 것 같기에
건들려 하지 않는 그런 아픈 사랑이 있다
그러나 오래 전이기에 이제 슬며시 돌이켜 본다
역시나 그 아픈 사랑은
둘이서 풀었어야 했다고
마음 속 그 사람에게 말해 본다
왜 우리는 말하지 못하고 울기만 하고
우리는 괴로워 하기만 했을까
당당하지 못한 그 바보 같은 사람을
그러나 내가 사랑한 사람이 있다
언제나 서로가 받아 주었을 텐데
세상이 우리를 떼어 논 사랑이 있다
그러나 난 다시 세상에 말한다
지금도 이루지 못 할 사랑은 없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