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어
생선을 좋아 하는 사람들 사이에는
봄에는 도다리 가을은 전어라며
맛을 칭송 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겨우내 살이 오른
도다리의 살진 맛을 꼽았고
가을은 고소한 전어랍니다.
평범한 민초들이 새로운
환절기 입맛을 잃었을 때
그 입맛을 찾아주었습니다.
봄에 싱싱한 도다리를 잘게 썰어서
채소 양념 버무려 먹으면 좋다고 했고
전어는 소금숯불에 구우면 일품이었답니다.
가난에 지쳐서 집을 나갔던 며느리도
전어 굽는 냄새 맡고 형편이 좋아 졌나
하면서 귀향을 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리 대단하지도 크지도 않은 욕심과 누구에게나
마음을 열고 불러서 함께 음식을 먹던 옛 어른들의
소박하고도 넉넉한 인정이 넘치던 그 때가 그립답니다.
음식을 나누면서 다져진 정은 세월이 흐르고 시대가 변하여도
어른들의 추억 속에 또 이야기 속에 오래도록 살아서 있답니다.
평범하면서도 바쁘게 살아가는 오늘날의 민초들에게는
어른들 이야기를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더위 한 참인 요즈음 민어탕이 제철이고
생활이 되는 집에서는 민어를 먹었고
평민들이 먹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평민들은 값이 저렴한 닭을 찾았고
인삼 몇 뿌리와 닭으로 삼계탕을
끓여서 온 가족이 먹었습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는 말은
추억을 담은 민초들의 변하지
않은 옛날 입맛 때문입니다.
옛날 어른들은 철마다
철에 맞는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에서
더위를 식히며 갖가지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대표적인 민초들의 여름나기 음식으로는
개울에서 잡은 민물고기에 국수나 수제비를
넣고 얼큰하게 끓인 매운탕이 유명했었습니다.
동네 마다 방법이 조금씩 다르지만
매운탕 속에 들어가는 내용물은
비슷비슷 하였다고 합니다.
고장 마다 음식 맛이
조금씩 다른 것을 알아보면
그 고장의 특산물의 차이랍니다.
특산물의 독특한 향기나 맛으로
조금씩 맛에 차이가 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들 맛있게 먹었다고 합니다.
평범한 민초들의 입맛은 거의 비슷하여
처음 먹어 보는 음식도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무더운 여름의 한낮에
흘러간 옛날을 생각하면서
그 시절 먹던 음식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고급스럽고 화려한 음식도
엄마가 끓여 주던 국 반찬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입니다.
특별한 것을 넣지 않고도
아궁이에서 끓여 내오시던
엄마의 그 국이 그립습니다.
약주 드신 다음날 해장국도
제일 잘 끓이신다고 자랑하던
고집쟁이 아버지도 생각납니다.
어머니의 화가 다락다락 붙은 말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던 통이 크시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 약주 때문에 어머니는 걱정이 그치지를 않았던
그 옛날 일들이 하나하나 추억으로 살아납니다.
봄 도다리 가을 전어로 시작한 이야기가 여기 까지 흘러서 추억을 다 돌아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