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경, 사랑해야 한다면
나 그대에게 갈 때는
그대 내게로 올 때처럼
말없이 가렵니다
초라한 가슴
외로운 꽃으로 피어난
고독한 향기로 가렵니다
사랑해야 한다면
그래도 사랑 하고 싶다면
그립다 말하겠습니다
향기가 약처럼 퍼져서
그리움이 치유되도록
그렇게 말입니다
나 그대에게 갈 때는
그대 내게로 올 때처럼
어여삐 가렵니다
가득한 눈빛
빛나는 햇살보다 눈부신
아름다운 눈물로 가렵니다
사랑해야 한다면
그래도 사랑하고 싶다면
원한다 말하겠습니다
눈물이 술처럼 넘쳐서
기쁨에 취하고 또 취하도록
그렇게 말입니다
심성보, 하늘빛 고운 당신
사랑하고 싶습니다
당신 하나를 별이 떠있는 작은 언덕에서
하얀 당신의 손을 잡고 싶습니다
하늘이 슬픈날에는 슬픈 비가 되어
당신의 가슴에 스미고 싶고
마음이 추운 날에는
당신의 가슴속 따스한 불이 되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싶습니다
내 생애의 단 한 사람을
목숨이 다하도록 당신을 지키고 싶습니다
나 숨이 다하여 쓰러지는 날
사랑하여 살만 하였다고
당신에게 말하고 싶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당신이었습니다
당신의 하늘가에서 당신의 별이 되어
나 죽는 그날까지 그렇게 사랑하고 싶었습니다
전현숙, 간밤엔 그리 비가 내렸네요
당신이 내게 쏟아져 들어오듯
간밤엔 그리 비가 내렸네요
그 비를 바라보며
한없이 다독이는 당신을 느꼈어요
마음의 빗장
활짝 열어
차곡하게 쌓였던 아픔
씻겨주었던 당신
방향감각 잃고 죽어가던 영혼
갈림길의 통로에서
유일한 빛이 되어 준 사람
응집 된 깊은 묵상의 언어로
영혼의 핏줄을 타고 흘러들어
암흑을 깨워
미소짓게 해 준 사람
당신, 내 사랑 당신
어둔 밤을 적시듯 비는 내리다 그쳤지만
내 가슴엔 여전히 당신이 내려요
오광수, 그냥 좋기만 한 사람
가만히 생각만 해도
당신이 그냥 좋은 건
하늘 아래 누구보다도
당신을 많이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이제야
내 좁은 가슴이 눈을 떠서
나로 인한 당신의 아픔을 알았고
나로 인한 당신의 눈물을 보았습니다
나의 정다운 말 한 마디가
당신에겐 보석보다 값지며
내가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가
당신에겐 하늘이 됨을 알았습니다
더 이상 아프게 안 할께요
더 이상 눈물을 흘리지 마세요
하늘이 당신과 함께하라 심은
당신을 많이 사랑하라 하심입니다
이제는 가만히 생각만 해도
당신이 그냥 좋은 건
하늘아래 무엇보다도
당신이 소중한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이정은, 사랑할 때는
사랑할 때는
시계 바늘처럼 사랑하세요
바늘의 길이도, 움직이는 속도도 다르지만
서로 잡은 손을 절대 놓지 않는 그런 믿음으로 사랑하세요
사랑할 때는
시계 바늘처럼 사랑하세요
60초마다 꼭꼭 만나는 초바늘의 식상함이 아닌
3600초마다 한 번씩 스쳐 가는 그런 애틋한 그리움으로 사랑하세요
사랑할 때는
시계 바늘처럼 사랑하세요
몸 하나 간신히 뻗을 작은 공간에 갇혀 있어도
그 공간을 함께 나누고 즐길 수 있는 여유로움으로 사랑하세요
사랑할 때는
시계바늘처럼 사랑하세요
어느 날 갑자기 약이 닳아서 멈추는 한이 있을지라도
몸짓이 멎는 그 마지막 순간까지 움직이는 책임감으로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