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숭늉
게시물ID : lovestory_748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1
조회수 : 32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16 11:08:45
숭늉
 

예전에 어른들은
밥을 다 먹으면 입가심으로
숭늉을 밥그릇에 담아 마셨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숭늉을 한 그릇
벌떡 벌떡 다 마시고는 잘 먹었다
하시면서 밥상에서 물러 나셨습니다.
 

가마솥에 누룽지를 대충 긁고는
솥에 물을 부어 끓여서 나온
구수한 물이었습니다.
 

숭늉은 일반 농촌 집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요즈음 마시는
다양해진 차와 같은 것입니다.
 

도시 가정에서는
요즈음 어느 집에서나
숭늉 맛을 볼 수 없답니다.
 

밥은 전기밥솥에서 하고
반찬은 가스불로 하기 때문에
음식이 탈 기회가 없다고 합니다.
 

과학의 힘으로 만들어진 주방기구가
부인들에게 좋은 역할을 하지만 가끔은
가마솥에 남은 누릉지가 그립기도 합니다.
 

끼니 때 마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던
누룽지 맛에는 어림도 없지만 비슷하게
만든 것들을 보면 추억이 새로워집니다.
 

요즈음 어른들의 입맛을 찾아 준다면서
누룽지 맛을 내는 군것질 꺼리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젊은이들이 습관처럼 마시는 차에는
갖가지 이름들이 있고 독특한
맛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차라고 해도
옛 어른들 마시던 숭늉 맛과는
비교 할 수 없는 맛이랍니다.
 

요즈음 젊은이들이 좋다고 하는
차 한 잔 값이 밥 값 보다 더 많아
참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일입니다.
 

점심 식사가 끝나면 누구나 가릴 것 없이
한잔씩 손에 들고 회사 근처 그늘에서
동료들과 이야기 하면서 마신답니다.
 

밥은 시간 관계상 대충 먹으면서
차는 좋은 것을 골라서 마시는
젊은이들만의 특권이랍니다.
 

차 한 잔 값을 들어 보면
깜짝 놀랄 것 같이 비싼
것들도 많이 있다고 합니다.
 

일반 평범한 민초들의 가정에
온 가족 반찬 값 보다도 훨씬
비싼 찻값도 많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이 그러는 것도 한 때이고
형편에 알맞게 마시기는 하겠지만
이해하기 곤란 할 때도 있습니다.
 

오늘도 맛있는 차 한 잔을 앞에 놓고
이런 저런 생각 하다 예전에 머시던
가마솥 구수한 숭늉 생각났습니다.
 

가마솥에 눌어붙은 누룽지
형제들 서로 막으려고 했던
그 옛날 추억도 생각납니다.
 

숭늉 생각하면 어머니 생각
어머니는 아버지 생각나게 하고
고향집 생각나게 하는 순간입니다.
 

집 마당 한쪽에 가마솥을 걸어 두고
밭일 논일 하는 날 함께 하는 많은
이웃들의 밥도 국도 끓였습니다.
 

농촌에서 큰일을 하는 날에는 가마솥을 걸어 놓고 음식을 만들며
자연스럽게 일을 분담하여 밥하는 어머니 국 잘 끓이는 아주머니
반찬 맛있게 하는 할머니 그 옛날 모습이 모두 생각나는 순간입니다.
 

온 동네가 잔치 같은 분위기로 일을 했고 일이 끝나면
남은 음식들을 모아 먹으며 웃고 노래하고 뒷 풀이를 했습니다.
숭늉 한 그릇만 있어도 온 동네 여인네들 입가에는 웃음이 가득했고
집집마다 돌아가면서 일을 했던 시절 자기 집 차례가 되면 더 즐거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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