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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스물네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481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4
조회수 : 697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15 14:39:34
이외수, 들리시나요
걸음마다
그리운 이름들이 떠올라서
하늘을 쳐다보면
눈시울이 젖었지요
생각하면 부질없이
나이만 먹었습니다
그래도 이제는 알 수 있지요
그리운 이름들은 모두
구름 걸린 언덕에서
키 큰 미루나무로
살아갑니다
바람이 불면 들리시나요
그대 이름 나지막히
부르는 소리
문태준, 꽃이 핀다
뜰이 고요하다
꽃이 피는 동안은
하루가 볕바른 마루 같다
맨살의 하늘이
해종일
꽃 속으로 들어간다
꽃의 입시울이 젖는다
하늘이
향기 나는 알을
꽃 속에 슬어놓는다
그리운 이 만나는 일 저처럼이면 좋다
이정하, 씻은듯이 아물 날
살다 보면 때로
잊을 날도 있겠지요
잊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무덤덤해질 날은 있겠지요
그 때까지 난
끊임없이 그대를 기억하고
그리워할 것입니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내 안에 간직하기 위해서
살다 보면 더러
살 만한 날도 있겠지요
상처받은 이 가슴쯤이야
씻은 듯이 아물 날도 있겠지요.
그 때까지 난
함께 했던 순간들을 샅샅이 끄집어내어
내 가슴의 멍자욱들을 키워나갈 것입니다
그대가 그리워서가 아니라
그대를 원망해서도 아니라
그대에 대해 영영
무감각해지기 위해서
이성복, 입술
우리가 헤어진 지 오랜 후에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잊지 않겠지요
오랜 세월 귀먹고 눈멀어도 내 입술은 당신의 입술을 알아보겠지요
입술은 그리워하기에 벌어져 있습니다
그리움이 끝날 때까지 닫히지 않습니다
내 그리움이 크면 당신의 입술이 열리고
당신의 그리움이 크면 내 입술이 열립니다
우리 입술은 동시에 피고 지는 두 개의 꽃나무 같습니다
홍해리, 봄병 도지다
봄은 스스로 솟아올라 튀어오르고
꽃들은 단호하게 천지를 밝히는데
한잔 술로 속을 달구고 불을 질러도
어째서 세상은 대책 없이 쓸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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