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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잔
게시물ID : lovestory_747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0
조회수 : 31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7/14 13:40:56
커피 한잔
 

이른 아침 동네 뒷산
우이동 계곡을 다녀와서
향기로운 커피 한잔 마십니다.
 

이러한 습관이 붙은 것은 하던 일에서
정년으로 물러나고 아침 운동으로 풀어진
마음 추스르려고 운동을 시작하면서입니다.
 

출근에 쫓기느라 잊고 지내던 아침 시간이
퇴직 후 순전히 내 것이 되고 나서부터
참으로 여유로운 아침을 맞습니다.
 

초를 다투며 뛰었던 시간들
출근시간 늦지 않으려 긴장했던
나날이 이제는 옛 말이 되었습니다.
 

직장 상사의 농담 반 꾸중 반이던
또는 책임감 부족하다는 오명이
더 두려워서 뛰고 뛰었습니다.
 

사무실 내 자리 시간 맞추어
앉으면서 안도의 숨을 쉬던
날들이 그립기도 합니다.
 

젊은 후배가 가져다주는
차 한 잔 마시며 숨 돌리고
하루 일과를 시작 하였습니다.
 

어느 날은 보고 시간에 맞추려고
숨 돌릴 틈도 없이 보고서 들고
윗 층으로 뛰기도 했었습니다.
 

이 사람 오늘도 사모님과
이별하는 시간이 길었나 보다
웃음 섞인 농담 듣기도 했습니다.
 

이런 날은 하루 종일 일과가
어찌 지나갔는지 모르도록
정신없이 지나갔습니다.
공직에 수 십 년 몸담았다가
정년을 하니 이처럼 여유로운
아침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월요일도 토요일이고 화요일도 일요일 같은
나만을 위한 시간들이 줄지어 서서
무엇을 할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른 아침에는 아침운동으로 산행을 하고
낮에는 컴퓨터 앞에 시원한 차림으로 앉아서
글을 쓰고 추억을 정리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이 곳 저 곳 카페 들러 우리 님들 글에 감동도 받고
별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댓글로 참견도 하고
나도 가끔은 부족한 글 올리기도 합니다.
 

긴 세월 서류들의 글씨에 고달팠던 눈이
어느 날 부터 돋보기를 찾아서 왜냐 했더니
이제는 나도 너무 힘드니 돋보기 써라 합니다.
 

눈 이 좋아 잘 보인다고 자랑하며
멀리 있는 글씨를 큰소리로 읽으면
친구들 기죽는다던 말이 생각납니다.
 

세월은 무상하여 세월 앞에 장사 없고
기름기 빠진 피부에는 백약이 무효하다
손등 어루만지던 어른 모습 생각납니다.
 

젊어서는 나도 잘나가는 청춘이라며
괜히 어깨 흔들거리던 시절 있었는데
세월은 흐르고 나도 정년을 했습니다.
 

아침시간 이렇게 여유롭게 보내며
봉지커피 하나를 뜨거운 물에
타서 마시면서 생각합니다.
 

젊어서는 남 먼저 승진 하려고
밤을 낮처럼 뛰었던 지나고 보니
모두 허무한 허상처럼 느껴집니다.
 

천천히 걸으며 여기 저기 들러 볼 걸
좀 늦으면 어때 하고 여유롭게 올 것을
이제서야 겨우 돌아보며 알게 되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뒤지는 것 용납 되지 않았던
청춘 시절 나만의 목표를 이루고 나서야
숨 쉬었던 날이 수없이 많았습니다.
 

커피 한잔마시며 다시 생각하면 승진을 때 맞게 해야
자기가 맡은 일에 능률이 오른다는 말에도 수긍이 됩니다.
지나간 날 생각하면 부질없는 한 밤의 춘몽 같고 텅 빈 하늘같지만
공직자의 길은 공공을 위한 길 국가를 빛나게 하는 길 그래서 알차고 보람찬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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