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상 존칭을 생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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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하고 싶지만, 현대야 말로
바야흐로 인문학, 그 중에서도 고전의 시대입니다. 그간 읽기 힘들었던 고전들이 재해석되고, 다시 번역되고 확대 재생산되고 있는 시기죠. (부정하고 싶은 까닭은, 고전은 좋지만 고전의 위대함을 설파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그저 상업적으로 고전 시류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되었고, 그런 부분이 불편했기 때문입니다.)
각설하고, 손자가 누구냐, 고 하시면, 저는 '네 그 손자 병법을 쓴 손무가 맞습니다.' 라고 밖에 대답을 해드릴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손자가 어떤 사람인지는, 저는 손자병법만을 통해 알 수 있었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전쟁의 기술을 쓴 사람에게 연애를 왜 묻냐고 하면, 그야 저한테는 그게 도움이 되었으니까입니다. :)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이렇게 뻘글을 남깁니다. 나중에 이런 뻘글을 왜 적었는가, 하고 이불 차고 후회할 지도 모르죠.
손자병법의 첫 장은 시계편입니다. 계책을 시작한다는 의미이죠. 시계편의 마지막에는 '나는 전쟁에 통달하여, 다섯가지를 알면 전쟁의 승패를 가늠할 수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이 다섯가지는 각각, 도, 천, 지, 장, 법으로 나뉩니다.
각각 연애에 대입해서 풀어볼까요? :)
도(道)란, 이유입니다. 명분이고, 도리죠. 제일 먼저, 제가 왜 그 사람과 연애를 해야 하는지, 그 이유와 명분이 뚜렷해야 합니다. 누구라도 그(혹은 그녀)와 연애를 해도 된다면, 그 사이에 굳이 끼일 필요가 없습니다. 먼저 스스로도, 상대방도, 그리고 주변 사람도 납득할 만한 이유가 필요합니다. 누구보다도 스스로여야 하죠.
천(天)은, 손자병법에서는 '때' 라고 번역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기상조건으로 보는 경우가 많은데, 그리 단순한 것이 아닙니다. 연애에서도, 상대방이 받아줄 수 있을 때와 없을 때가 존재합니다. 굳이나 예를 들자면 상대가 엄청나게 기분 나쁘거나 슬플 때 고백을 한다거나, 아니면 남이 고백을 하니까 발끈 러쉬로 고백을 한다거나, 상대방이 내가 아닌 남이 좋다고 하는데 고백을 한다거나(모든 경우, 케이스 바이 케이스지만 일반적으로는 나쁜 고백에 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지(地)는, 땅입니다만...싸움이 일어나는 장소이며, 연애에서는 데이트 장소입니다. 데이트 장소라기 보다는, 만남 장소죠. 이게 데이트가 되느냐 아니냐는, 전적으로 판을 짜는 사람에게 달려 있습니다. '상대가 좋아한다고 하니까' 영화관이나 뮤지컬, 커피숍, 식사장소를 고르는 것은 하책입니다. 진정한 상책은 무엇이냐, 하면,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줄 수 있는 장소' 입니다. 물론 상대가 좋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당연히 존재합니다. 다만, 그 와중에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부분이 있느냐, 하는 것이 과제지요.
갈고 닦은 노래가 있는 사람이라면 노래방, 썰에 자신이 있으면 커피숍이나 술집, 영화를 공통분모로 가지고 있다면 영화관(특히, 장르가 중요합니다. 사전에 오픈 퀘스쳔으로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을 때에는 좋은 식당, 구석구석 좋은 장소에 데려가 줄 자신이 있다면 드라이브...그런 거죠.
장(將)은 원래는 장수입니다. 내가 무엇을 부릴 수 있는가. 예전에는 이것을 친구나 주변사람을 이용하는 것으로 보았는데, 그런 것이 없더라도 본인 자신에게 밑천이 충분한지부터 검토가 되어야 합니다. 돈도 돈이지만, 함께 시간을 죽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살리는' 경험으로 만들어 줄 수 있는 지식과 경험. 그리고 그러한 친구나 동료들이죠.
법(法)은 손자병법에서는 군법을 말합니다. '무엇에 상을 주고 벌을 주는가' 에 대한 것인데, 이것은 스스로에게 있는 원칙을 말합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상대는 이런 사람이어야 한다' 라는 원칙에 입각해 어떤 상을 주고 벌을 줄 것인가가 뚜렷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연애 전에도 중요하지만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도 당연히 중요한 부분이죠.
저는 이 시계편이 손자병법의 첫 장임과 동시에 가장 중요한 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애에서도 이 다섯가지의 요소는 늘 검토해 볼 필요가 있는, 중요한 사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저는,
원빈이나 장동건이 아니기 때문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