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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탁] 우리가 괴물이 될지도 모를 기로에서...
게시물ID : sisa_74739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4leaf
추천 : 21/29
조회수 : 943회
댓글수 : 46개
등록시간 : 2016/07/25 16:5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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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과 싸우는 자는 자신이 그 괴물이 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오랫 동안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심연 또한 너를 들여다보게 된다.”
- 니체, 선악을 넘어서 중...

철학을 몰라도 한 번쯤 들어본, 뭔가 중2병 스러운 내용이죠.
하지만 제가 시사게에서 활동하면서 조심하려고 하는 것을 압축해서 말해주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물론....제대로 지키지는 못해요. 욱하면....헐크가 되어 병크를 터트리곤 하니까요.)
 
 

메갈리안4 티셔츠 사태가 성우, 넥슨, 웹툰을 넘어 정의당의 한 위원회 논평으로 시사게까지 번졌습니다.
저 또한 시사게로 번지면서 키보드 워리어로 참전해 있고요. ㅠ.ㅠ
분명한 것은 이선옥 작가의 기고문에서 보듯이, 이번 사태는 다양한 입장과 시선에서 진행됩니다.
http://www.mediatoday.co.kr/?mod=news&act=articleView&idxno=131249
 
그리고 개개인은 비열하고 처절하게 싸움에 임하고 있습니다.
저는 그것이 '개인'의 싸움이면 회피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레진 코믹스, 청강대, 넥슨, 오유, 메갈리언, 정의당 등 조직/단체의 싸움으로 전선이 확장되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심지어는 인간이 가진 두 개의 성별 싸움으로까지 확장될 기미도 보이고요.
 
개인의 싸움은 피하면 그만이지만, 조직의 싸움은 내가 피한다고 끝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가 피하는 순간 상대방에겐 작은 승리의 기쁨을, 안에선 배신자라는 낙인이 찍혀버리니까요.
그래서인지 웹툰 작가나 연예인의 사과문에 이해와 수용의 목소리보단 조롱의 목소리가 오유에서 큰 것 같습니다.
물론 상대측에서도 우리 의견과 같은 작가들에게 온갖 비난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고요. (서로 다를 바가 없는 진흙탕 같네요.)
심지어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십수년을 신뢰 또는 그나마 언론으로 인정했던 한경오 등과 결별하고,
극단적으로는 조중동에게 신뢰를 보내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저도 다를 바가 없다는게, 개인적인 충격과 공포입니다만..)
 
 
 
불안한 것은 오유,(전 시사게에서 주로 활동하므로) 시사게시판의 글들이 점점 폭력적이 되어간다는 점입니다.
제가 '이제 그만하자, 중요한 일에 주목하자, 별 것 아닌 일에 흥분한다.' 등의 글에 분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이런 글들이 시사게시판 이용자를 어리석고 한심한(뭣이 중헌지도 모르는..) 부류로 매도하는 것으로 느껴지고,
이에 분노한 반박 댓글이 이어지니까요.
 
이번에 정의당 위원회에서 일베의 조작 자료를 이용해 흔히 말하는 오유나 메갈이나를 시전했습니다.
당연히 분노합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지난 대선 패배의 충격으로 오유 내에서 잠시 이성의 끈을 놓은 글과 반응이 존재한다는 점입니다.
물론 매냥 순수하고 깨끗한 커뮤니티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이성의 끈을 놓고 우리가 괴물이 되어 버린다면, 그것은 진정 상대가 노리는 순간일 것입니다.
그것은 캡쳐가 되어 두고두고 오유의 정체성을 깎아내리는 칼이 되어 돌아오겠죠.
 
각종 시위 현장에서 강자들이 시위를 와해시키기 위해 쓰는 수법 중 하나가 있습니다.
영화 '검사 외전'에서도 나왔던 스파이를 심어 폭력 시위를 유도하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수많은 약자들의 목소리가 '폭력'이란 낙인으로 첨철되어 바스러져가는 것이죠.
 
저는 주류와 어긋나는 글이 스파이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또 그렇게 믿고 싶고요.
저와는 늘 상극인 모 회원분처럼 추구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다른 의견에, 또는 (정말 혹시라도 존재한다면) 스파이들에 의해
분노하고, 그래서 괴물이 되어버린다면 어찌 될까요?
우리의 정당성은 그 과정에서 많이 훼손될 것입니다.
메갈리언의 '한남충'이 어떤 식으로든 남성혐오이기에 인정할 수 없듯이,
우리가  혐오를 생산하는 순간... 메갈 = 오유의 공식은 정당성을 얻을 것입니다.
그것은 또한 메갈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오유는 커뮤니티이고, 다수의 의견이 혼재됩니다.
하지만 캡쳐되는 의견 하나는 오유 전체의 의견이 됩니다.
그 괴물의 모습으로 낙인찍히지 않으려면, 우리 스스로 좀 더 정제하고 냉정해질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일베를 미러링한 메갈리안이...혐오를 혐오로 미러링한 것을 인정할 수 없듯이..
(애초에 미러링이기나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지만)
우리가 메갈리안을 비판하기 위한 방법으로 혐오를 선택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이 생각에 참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며..
제 글 또한 제가 싫어하는 그런 꼰대같은 글로 비춰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우리가 쓰는 글이 다산 정약용의 말처럼, 반대 의견이 봐도 트집 잡을 수 없는 글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적어도 우리 스스로 괴물이 되거나, 타인에게 괴물로 비춰질 글은 아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은 상대 의견과의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스스로 우리 생각에 당당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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