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직 따뜻하네요..
우연히 찾아와 삶의 고단함을 털어놓은 60대 남성에게 선뜻 100만원을 내민 약사의 훈훈한 이야기가 뒤늦게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부산시 중구 보수동에서 7년째 약국을 운영하는 약사 이현경(34·여)씨는 2012년 어느 겨울날 운명처럼 약국에 들어선 김원도(69) 씨를 만났다.
김씨는 약은 사지 않고 의자에 앉아 고단했던 인생사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아 보청기만 있으면 일자리를 구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때 사업이 부도나 대구에서 부산으로 온 김씨는 10여년간 자리를 잡지 못하고 건강마저 잃었다. 링거주사를 맞다가 한쪽 팔이 마비됐고 청력도 약해진 상태라 제대로 된 생활마저 힘들었다.
어려운 생활을 이야기하며 서러움이 북받쳐 눈물까지 뚝뚝 흘리는 김씨의 이야기를 이씨는 함께 눈물을 흘리며 공감했다. 그러고는 이씨는 보청기 사는데 보태라고 현금 100만원을 건넸다. 갚지 않아도 좋다는 말도 덧붙였다. 김씨는 뜻밖에 100만원을 준 이씨의 고마움에 연방 고맙다는 말을 하고 약국을 떠났다.
김씨는 며칠 후 차용증을 들고 와 돈을 꼭 갚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김씨는 그토록 바랐던 보청기를 구입했고 목욕탕 청소 일자리도 구하게 됐다. 김씨는 월급을 받아 매달 조금씩 아홉 달 만에 100만원을 모두 갚았다. 김씨는 이씨의 진심 어린 도움에 감동했고 스스로 한 약속을 지켰다.
김씨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말을 믿고 도와준 이씨가 정말 고마웠고 새로운 용기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씨는 "너무 절실한 상황에서 혼자서는 도저히 극복을 하지 못하실 것 같아 도와드렸을 뿐"이라며 "사연이 알려져 오히려 부끄럽다"고 말했다.
김씨는 요즘에도 한번씩 이씨의 약국을 찾아 서로 안부를 묻는 이웃 사이로 잘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