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배수관을 점검하는 아르바이트를 한 적이 있었다.
맨홀을 통해 지하로 들어가, 관에 이상이 없는지 조사하는 일이었다.
맨홀로 들어가는 그 특이한 일이 마치 모험 같아, 나는 매번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일하곤 했다.
그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관 속에 들어갔는데 사람이 있는 경우도 있으니까 조심해라.] 하고 선배가 말했다.
사람을 만나면 일단 말을 걸어보고, 만약에 대답을 하지 않고 도망치는 사람이 있으면 절대 쫓아가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몇 번 일을 거듭하며 알게 된 것이었지만, 장소에 따라 배수관 중에도 사람이 살 만한 환경의 공간이 있었다.
그래서 종종 거기에 눌러 붙은 노숙자를 만날 때도 있었다.
그래도 노숙자는 그나마 말도 듣고 안전한 편이지만, 그 무렵만 해도 아직 과격한 좌익 운동 같은 게 성행할 무렵이었다.
종종 돌아다니다, 그런 과격파 사람들이 시위에 쓰려고 화염병을 만들어 둔 걸 발견할 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꽤 위험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지하로 10m 정도 내려가면 완전히 새까맣기에, 심리적으로 꽤 위축이 되기 마련이다.
한 번은 맨홀을 타고 내려가는데 안 쪽 벽에 경 같은 글자가 빽빽하게 적혀 있어 소름이 끼쳤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래도 즐겁게 일하고 있던 어느날, 강가에 있는 맨홀로 들어가게 되었다.
그 관은 가장 깊은 곳까지 가면 배수관이 모이는 곳으로 연결되는 형태다.
주변에는 온갖 곳에서 관이 모여들어 물이 흐르고 있고, 안에는 거대한 폭포도 있어 그야말로 절경이다.
그걸 볼 생각에 신이 나서, 나는 의기양양해 안으로 들어갔다.
20m 정도 관을 지나가자, 안 쪽에 사람 그림자 같은 게 보였다.
[거기서 뭐 하십니까!] 하고 바로 소리를 쳤지만, 대답이 없다.
그 곳은 물이 모이는 곳이라 애초에 사람이 들어갈만한 곳이 아니었다.
쓰레기가 쌓여 있는 걸 잘못 본건가 싶어 다가가 확인해 보기로 했다.
가까이 가니 역시 인간이다.
[이봐, 위험하니까 이리로 나와.] 라고 말을 걸며 다가갔다.
그러자 그 사람은 안 쪽으로 도망치고 말았다.
뭔지 알 수 없는, 금속으로 벽을 때리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내면서.
슬슬 일이 손에 익고 있던 나는, 그 사람을 잡기 위해 뒤쫓으려 했다.
하지만 한참 달리다 보니 어느새 배수관들이 한 곳으로 모이는 곳이었다.
그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고, 폭포 소리만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당황한 나는 황급히 밖으로 도망쳐 나왔다.
기다리고 있던 선배에게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니까 쫓아가지 말랬잖아!] 라며 화를 냈다.
아무래도 나 말고도 그런 사람을 본 게 여럿 있어서, 업계에서는 이미 유명했던 것 같다.
그 날 이후, 나는 무서워서 일을 그만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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