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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스물한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47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1
조회수 : 801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07/10 13:27:31
도종환, 세월
여름 오면 겨울 잊고
가을 오면 여름 잊듯
그렇게 살라 한다
정녕 이토록 잊을 수 없는데
씨앗 들면 꽃 지던 일 생각지 아니하듯
살면서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여름 오면 기다리던 꽃 꼭 다시 핀다는 믿음을
구름은 자꾸 손 내저으며 그만두라 한다
산다는 것은 조금씩 잊는 것이라 한다
하루 한낮 개울가 돌 처럼 부대끼다 돌아오는 길
흔들리는 망초꽃 내 앞을 막아서며
잊었다 흔들리다 그렇게 살라 한다
흔들리다 잊었다 그렇게 살라 한다
윤보영, 첫사랑
때로는 내 안에
그대 생각 담고 사는 것이
짐이 되기도 하지만
잠시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내리는 순간
더 아픈 짐을 져야 할 것 같아
권대웅, 낮달
삶은 너무 정면이어서 낯설었지요
목이 메어 넘어가는 찬밥처럼
숭고하고도 눈물났지요
그림자를 휘적거리며 전봇대처럼 외로웠지요
슬픔도 오래되면
영혼이 밝아진다구요
생은 박하사탕 같아서
그렇게 시리고 환했지요
오광수, 당신은 알까요
소나기가 갑자기 오는 날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당신이
버스에서 내릴 때면
꼭 만날 것 같은 마음에
우산을 들고
한참을 기다린 나를
당신은 알까요
길가에 크지도 않은
꽃송이를 피운
코스모스를 보면서
꼭 당신을 닮았다고 생각하며
한참을 바라본 나를
당신은 알까요
하늘에 둥근 달이 떠올라
환한 밝은 얼굴을 할 때면
당신과 함께 어깨를 맞대고
바라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고개 아프게 쳐다본 나를
당신은 알까요
이제 멀리 떨어져
당신의 모습이랑
목소리를 들을 수는 없어도
빗속에서, 꽃 속에서
저 달님 가운데서도
그리움 가득한 마음으로
당신을 보고 있음을 알까요
이효녕, 푸른 잎사귀
멀리 흘러가는 바람 앞에서
마음속에 누군가를 위해 잎사귀 다는 것이
푸른 사랑인 줄 알았다
머리 위에 저리도 많은 별이 살더니
그를 따라 밀어가 나비로 날아
작은 숨구멍 하나하나에 젖어들고
시간이 내는 발자국 앞에
마침내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는 잎사귀
약속하지 않아도 언젠가 꽃은 피어나니
어쩌면 돌아온 내 사랑 같다
사랑, 그 아름다운 자리를 찾아오는
영원히 변하지 않는 그 푸른 약속
이제 내 사랑도 피어나 영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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