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아주 어릴적 부터 친구가 있다.
난 친구를 잘 사귀지 못하는 편이라 친구가 많지 않다. 어린시절부터 보던 너는 활발하고 유쾌한 녀석 이였다. 나와는 다르게 니 주변에는 친구들이 많았다. 나도 너와 놀 수 있어서 좋았다.
너는 팽이를 참 잘돌렸다. 딱지도 잘했다. 뛰기도 참 잘뛰었다. 항상 집 밖에 있어서 니 얼굴은 항상 까만색에 개구진 표정을 하고 있었다.
매일 만나 놀 수 있는 시기가 지나고 대입준비에 군대에 시간이 지나고 회사도 다니고 점점 뜸하게 만나게 된다.
이제는 정말 가끔 만나면 반가운데 할 말이 많지 않다. 내가 기억하던 너와 지금의 너는 많이 다르다. 너에게 나 역시 그렇겠지만......
오랜만에 만난 너는 실내에서 피는 담배에, 길가에 뱉는 침과 버리는 쓰레기에, 공감 할 수 없는 저급한 농담과 유희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나와는 많이 다르구나 이제는 예전과 다르게 불편하구나 내가 너의 부모도 아닌데 이런 지적을 해야하나?' 이런 생각만 든다. 티비와 연예인 버는 돈 이야기 이외에는 소재가 고갈되 버린다. 내가 하는 시사적이거나 상식적인 이시대의 이야기들을 너는 불편해 한다. 우리는 이제 서로 불편한 사이가 되었다. 소재가 고갈되기전에 빨리 한잔 더 마시고 티비라도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예전에 함께 했던 시간과는 다르게 너는 이제는 빛 바래 어울리지 않는 옷처럼 되어 버렸다. 왠지 불편하고 입으면 촌스러운, 입을 수는 있지만 입지 않는 옷처럼 말이다. 그래도 버리지 않고 옷장 깊숙히 넣어두는 옷같다.
입지 않는 옷도 옷이라 부르기는 하겠지만 난 게흐름뱅이라 그 옷을 잘 치우지 못한다. 아직은 정리하지 못한 좁은 옷장을 써야한다.
옷장 속에서 옷이 더 바랠 때까지 묵혀두게 될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