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을 달았지만, 우선 돌아가신 청년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들의 아픔에 위로를 전하며 시작하겠습니다.
1. 원인과 결과 측면에서 학생회는 책임이 있습니다.
<건물이 붕괴되었고> + 그 자리에 <학생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사건의 사상자가 발생했습니다.
건물이 붕괴되지 않았거나, 학생들이 거기 가지 않았다면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학생들의 OT참여는 자발적 선택이었겠지만, 목적지 결정은 단체를 따라야만 했습니다.
이 단체, 즉, 학생회, 학교측은 책임이 있습니다.
2. 책임은 과실이 없는 책임입니다. 퍼센테이지를 나누지 말아주세요.
하지만 이들의 책임은 과실이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책임입니다.
자신들의 수준에서 활용 가능한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도 이번 참사를 예견하고 그 장소를 OT장소로 선정할 수 있었을 만한 여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능력 밖의 참사를 막기 위해 정부는 부실건물에 대한 통제를 규제화하고있습니다.)
이들의 결정은 원인이긴 하지만, 그 선택 과정에서 어떤 과실도 야기하지 않았습니다.
과실의 정도를 따지듯 (배상차원의 분배처럼 오해하게 하는 느낌을 부르는) 퍼센테이지를 나눠서 책임 문제를 논하신다면, 도덕적 책임 차원이 아닌
과실 차원의 문제로 오해할 소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물론 그렇게 말씀하신 분들의 의도가 그게 아닌지는 압니다만...)
학생회나 학교의 책임은 오로지 과실 밖의 일이며, 모든 주의를 다 했어도 피할 수 없었으나 원인이 된 일에 대해 책임을 말하자면, 누군가 표현하신
것 처럼 도의적, 도덕적 책임이 될 것입니다.
특히나 사건의 원인이 된 학생회의 행위는(OT장소 선정)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점이 하나도 없었을 것입니다.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에
오히려 원인의 하나가 되었다고 조심스럽게 이야기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의 결정으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여기에 대해 슬픔과 미안함을 느끼는 인간적 감정이 있다면, 그런 마음이
곧 책임감이고 도덕적 감정이겠지요. 이걸 어떤 방식으로든 표현하고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은 그 책임해제가 되지 않을까요..
3. 책임을 통해 비난할 수 있습니다. 책임을 강제하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당연한 것인지는...
도덕적 차원의 책임 문제는, 그 책임을 다하지 않았을 때에 비난은 가능하며, 중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강요하는것은 어떨지... 판단하기 쉽지가 않네요.
4. 학생회의 행위가 교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접근이 오해의 원인이 되는 것 같습니다.
무지하지만 영향력이 큰 사람, 뭐 꼭 그녜코상이 그렇다고 얘기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사람의 사후 접근방식이 우리로 하여금 '책임'의 문제를
좁은 시각에서 착각하여 바라보게 만드는 원인이 된 것 같습니다.
잘못이 전혀 없었던 학생회의 OT행위지 선정이 마치 과실이 존재하는 양 교정하려 드는 누군가의 사후처리방식은...
만약 정말로 과실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면 어리석은 것이며,
만약 기업의 비난을 덜어주려는 의도적 행동이라면 더러운 것이고,
만약 좀 더 나아가서 OT를 통해 전달되는 학생 문화의 전수를 끊어버리고 대학의 힘과 지성을 약화시키려는 전략이라면 비열한 것입니다.
물론 어떤 것이 맞는지 판단하고자 글을 쓴것은 아니니 이 문제는 제쳐두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런 과실행위에 대한 교정적 책임 논의가 엉뚱하게(혹은 어리석거나, 더럽거나, 비열하게) 등장했으며
마치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정부 / 사회는 No)분위기 때문에, 학생회의 '책임'을 논의하는 데 있어서 과실책임을 무의식중에 떠올리고
무작정 반대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5. 결론적으로 학생회는 미안한 마음 - 생명의 소실이 발생했으므로, 최소한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미안한 마음 - 을 가져야만 할 것이며,
이런 마음이 곧 책임의 시작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람의 생명에 관한 일, 특히나 꽃다운 청년들에 관한 일이기에 도덕적 문제를 말로 풀어내는 것이 정말 어렵네요. 그렇기 때문에 표현하는 방식이나
생각의 조그만 차이가 콜로세움을 만든 것 같네요.
콜로세움을 보다가 정리해서 쓰기 길어질 것 같아 글로 남깁니다.
건전한 상식(이라 쓰고 사실은 주관적 인식의 착각일지 모른다는 우려를 품은 생각)을 바탕으로 생각해보고자했습니다.
특히 저는 법적인 책임분배가 아니기 때문에 '무과실 책임'이라는 표현도 지양하고자 했습니다.
모쪼록 유족분들의 아픔에 대한 위로와, 아름다운 청년들의 고통에 대한 비통한 마음을 함께 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