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군대 가기 전 휴학을 하고 아르바이트를 할 때 이야기입니다. 제가 일하던 PC 방은 유흥가에서 조금 빗겨난 빌딩 4층에 있던 좀 한가한 PC 방이었습니다. 저는 아침 7시부터 저녁 7시까지 일을 했었는데 일하는 초기에는 정말 사람도 없고 한산하고 참 좋았었죠. 그러다가 한 두달 후 부터 주변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언니들이 한 두명 늘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40대 규모의 PC 방 절반이 밤일을 하는 남자 여자들로 북적이게 되었습니다. 일하는 입장에서는 참 귀찮은 손님들이었죠. 멀쩡한 재떨이를 냅두고 바닥에 뱉는 가래침하며 키보드를 재떨이 삼아 담배를 끄는 미친놈들 하며 술을 하도 처먹어서 자리에서 토하던 여자도 있었네요. 짙은 화장도 안하고 머리도 그냥 검은색 생머리였지만 분위기나 외모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정말 예쁜 대학생이라고 생각할만한 아가씨였습니다. 들어올때는 다른 여자들과 같이 들어와도 항상 구석자리에서 나머지 반을 버리지 말고 달라고 부탁했었습니다. 그 후로 여자는 라면을 반으로 쪼개서 반쪽을 저에게 주곤했었죠. 언젠가부터 피씨방 진상들 중에서도 가장 재수없는 진상이랑 사귀기 시작했습니다. 구석자리는 구조상 밖에서 잘 안보이는 마치 방 같은 구조였는데 반대편 천장에 달려있는 CCTV로 볼 수가 있었습니다. 둘이서 구석에 앉아 온갖 애정행각을 벌이더군요. 한달도 안되서 남자 양아치들은 피씨방에 오지 않기 시작했고 (밤일하는 진상들 때문에 PC방 이미지도 버리고 그나마 있던 단골들도 없어져서 거의 망하기 직전에 피씨방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은 오전내내 그 여자와 저 둘밖에 없었을 때가 대부분이었고 그 구석자리에서 가만히 모니터만 응시하고 있는 것을 보니 저도 왠지 모르게
그 여자가 늘 먹던 그 라면 반개에 물을 부어서 가져다 줬습니다. 꾸벅하고는 인사를 했습니다.
들썩이는 그녀의 어깨가 젓가락질 때문이 아니라는것을요. 그날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겠거니 생각만 했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피씨방 카운터로 와서는 저를 보고 살짝 웃더군요. 얼굴색도 마지막으로 봤을 때 와는 달리 분홍빛의 건강하고 행복한 모습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봐왔던 그녀의 모습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웠다고 기억합니다. 오랜만이라는 저의 인사에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 그 긴머리를 살랑이며 너무도 반가운 마음에 그때처럼 라면 반개에 물을 붓고 그런 저를 보며 생긋 웃는 그 얼굴은 고맙다는 인사보다 더 고마웠죠. 그렇게 설레는 마음을 안고 다시 카운터로 돌아와서 게임을 하다 다른 손님이 들어와서 자리를 확인하고 매장을 한 바퀴 돌았는데 지금 온 손님 이전에는 그녀와 저 둘 뿐이었고 입구 바로 옆에 카운터에서 누가 나가는 것을 몰랐을리는 없었으니까요. CCTV에는 빈자리에 컵라면과 음료수를 두고 돌아서는 저 밖에 찍혀있지 않더군요. 그렇게 몇번이고 화면을 돌려보다가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나더군요
아마도 그녀는 어딘가에서 이세상을 떠났을거라고 생각하니
평범하게 사랑 받으며 자라는 평범한 학생이 되기를…
[우리는 세월호를 아직 잊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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