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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돌연변이의 꿈(4)
게시물ID : readers_1194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Fox
추천 : 4
조회수 : 28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4/02/19 02:16:35


꿈을 꿨어. 오늘도 그녀에 관한 꿈이었어. 요 며칠 동안 연속해서 그녀에 관한 꿈을 꾸고 있어. 그녀가 많이 신경 쓰이나 봐. 이제는 내가 그럴 필요 없는데.


꿈속에서 그녀는 괴한들에게 포위당했어. 모두 복면을 쓰고 있었고, 한 명만 복면을 쓰지 않고 있었어. 얼굴이 잘 보이진 않았지만. 그녀가 어떻게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이해되지 않았어. 그녀의 능력이라면 적당히 번거로운 상황을 만들지 않고 도망칠 수 있었을 테니깐. 하지만 관찰자로만 존재할 수 있는 나는 상황이 진행되는 걸 지켜봤어. 꿈속에서 나는 개입할 수 없거든.


그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지만 들리지 않았어. 내 능력에 아쉬운 부분 중 하나야. 꿈이 불안정할 때는 소리를 들을 수 없어. 그들이 어떤 행동을 하는지 볼 수만 있지. 이 상황을 설명해줄 만한 단서가 있는지 자세히 관찰했어.


그때였어. 무언가가 내 옆을 지나갔지. 그게 뭔지 확인해보니 나였어. 꿈속의 나. 나도 관련된 미래였던 거야. 왜 갑자기 나타난 걸까? 이 골목이 우리 집 근처이긴 하지만 이 시간에 내가 돌아다닐 이유가 없었어. 이 꿈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것 투성이야. 꿈속의 나는 그녀에게 무어라 소리치고 있었어. 그녀는 그제야 비로소 정신을 차렸는지 능력을 사용하고 그 자리를 벗어났어. 잘 벗어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 눈에 보이지 않으니 괴한들 눈에도 보이지 않겠지.


이제부터 나는 어떻게 되는 거지? 괴한들은 척 보기에도 나에게 화살을 돌렸어. 그런데 전혀 예상하지도 못 한 일이 벌어진 거야. 꿈이 끝났어. 내 안전을 무엇보다 최선으로 여기던 능력이 나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 한 치 앞을 알 수 없을 때 끝났어. 무슨 상황인지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어. 당황스러웠지만 그거 말고도 더 의문인 부분이 남았어. 지금까지 나를 노린 경우는 많았지만, 그녀를 노린 건 이번이 처음이야. 그녀에 관한 것은 항상 비밀로 감추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도 의심하지 않았어. 그런데 왜 그녀를 노린 걸까. 그들은 그녀가 돌연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걸까? 아니면 단순히 재수가 없었던 걸까? 복면을 쓰지 않은 인원도 있었어. 단순한 강도질이라면 대화가 필요했을까? 그녀는 왜 도망치지 않았지? 의문이 많이 들었지만 확실한 것은 그녀의 비밀을 나 외에 누군가가 알게 된 후에 생긴 일이라는 점이야.


그녀는 일하러 가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어.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 한두 군데가 아니지만 일하러 가기 전에 주의를 해주는 게 먼저겠지.


오늘도 네 꿈을 꿨어.”


어제 이야기를 중간에 끝내서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어. 그녀도 눈치채고 일부로 밝게 물어봤어.


무슨 일인데? 이번에도 좋은 꿈이야?”


아니. 이번에도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아.”


또 모르지. 어떤 꿈인데?”


괴한들에게 둘러싸이는 꿈이야.”


괴한? 내가?”


그녀는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어. 나 역시 그러한데 그녀라면 더욱 그렇겠지. 나는 최대한 상세하게 꿈에 대해서 이야기했어.


이해가 안 되네. 하지만 이제 알았으니깐 조심할게. 너도 괜히 이 일에 끼어들지 마. 네가 그러면 내가 맘 놓고 도망갈 수가 없으니깐. 혹시 모르지. 네가 근처에 있는 걸 알고 있어서 못 도망가고 있었던 걸지도.”


나도 그 꿈이 온전하게 이루어지도록 도와줄 생각은 없어. 그리고 너 정도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도망치고도 남겠지. 진짜 의문인 건 따로 있어. 왜 너를 노렸냐는 거야. 만약 나를 노리려고 했더라도 나와 네가 함께 산다는 걸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런데 왜 너를 노린 거지?”


단순한 강도들 아닐까? 오늘은 일찍 일찍 들어올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단순 강도질이라고 생각해?”


어제 했던 얘기의 연장선이라면 그만해줬으면 좋겠어. 일하러 가기 전부터 기운 빼고 싶지 않아.”


너 진짜!”


미안한데. 진짜 가야겠다. 더 지체하면 늦을 거 같아. 그리고 정말로 나서지 말고 집에 꼭꼭 숨어있어. 조심할 테니깐.”


화가 났다. 이해가 안 되는 것들 투성이지만 제대로 풀어낸 것도 없이 끝나버렸어. 더군다나 일하러 가기 전까지 아직 시간이 많이 남았어. 더이상 얘기하기 싫어서 피했거나 그 녀석 만나러 갔거나.


잠을 자기에는 이른 시간이지만 신경을 많이 썼더니 피곤함이 느껴졌어. 기분도 좋지 않아서 그동안 밀린 일을 마무리할 겸 의뢰인이 보냈던 메일을 확인하려고 로그인했지. 의뢰인에게 새 메일이 와있었어. 의뢰를 받은 직후 연속으로 그녀와 관련된 꿈을 꾸느냐고 며칠 밀린 상태였어. 그동안 일 처리가 빠르기로 유명했으니 답변이 없는 나에게 화를 낼 만도 하지.


의뢰 내용은 별로 대단할 건 없었어. 그냥 어떤 사진 속에 있는 한 여학생의 미래가 궁금한 거였어. 아마도 부모님가 걱정되는 두리뭉실한 마음으로 뭔가 해보고 싶은 거였겠지. 최대한 빨리 처리해준다고 간단하게 답장을 하려고 메일을 확인했어. 그런데 메일 내용은 예상했던 것과 좀 달랐어.


[얼마 전에 의뢰했던 사람입니다. 빠르게 답변을 해준다는 소문을 듣고 있었는데 제 경우에는 소문과 좀 다른 것 같아서 연락 드립니다. 급하게 답변을 듣고 싶은 것은 아닙니다. 너무 두리뭉실해서 곤란함을 겪고 계신 건 아닌가 싶었습니다. 만약 그런 이유라면 좀 더 의뢰를 좀 더 명확하게 해드리고 싶습니다. 아니면 혹시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신 건 아닌지 싶네요. 제가 하는 일이 일인지라 관심을 두게 되네요. 많은 사람과 이야기하면서 느낀 점인데 어려운 일을 겪고 계신다면 가볍게 털어놓으시는 것도 마음의 짐을 덜어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평소 같았으면 이런 오지랖 넓은 사람이 있나 싶었겠지. 그런데 오늘은 그런 생각보다 울적한 기분이 먼저였어. 그래서 좀 감정적으로 움직였던 거 같아.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했지. 내 비밀보장이 최우선이니깐. 내 정체가 드러날 만한 사적인 이야기는 하면 안 되니깐. 하지만 그때는 정보를 최대한 숨기면서 답장을 보냈어.


[친구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 일이 친구가 사랑하는 사람 때문인 것 같다는 의심이 드네요. 이야기하면 할수록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의뢰인이 보내준 메일 속 사진을 다시 한 번 더 확인하고 잠에 빠졌어. 꿈속에서 사진 속의 그녀가 보였어. 그리고 그녀와 함께 있는 남자가 보였어. 둘이 하는 대화는 대단해 보이는 것이 없는 사소한 일상얘기였어. 서로 굉장히 신뢰가 두텁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어. 그리고 꿈에서 깨어났어. 의뢰만큼이나 두리뭉실한 꿈이었어. 그래도 오랜만에 긴장감 없이 편안하게 꿈을 볼 수 있었어.


일어나서 꿈 내용을 알려주기 위해 메일을 확인했어. 의뢰인에게 답장이 와있었어. 궁금한 마음에 의뢰 결과를 알려주는 것보다 먼저 답장을 확인했어.


[아무것도 확신이 서지 않을 때는 바보처럼 구는 것이 더 좋을 때도 있습니다. 친구를 위해서 영리하게 움직이기보다는 바보 같더라도 지켜봐 주세요. 지켜보다 보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확신이 설 때가 올 것입니다. 지금은 그때 행동하기 위한 용기를 모아둔다고 생각해 보세요.]


지켜보라고? 그녀가 어떤 일을 당할지 모르는데 지켜보라니 답답할 노릇이야. 의뢰인은 의뢰 내용만큼이나 두리뭉실한 사람일지도 모르겠어. 아무튼, 고맙다는 말과 함께 꿈속에서 본 내용을 메일로 보내줬지. 그리고 이제 새로운 의뢰를 받기 위해 새로운 의뢰를 모집했어. 주로 한 번에 하나씩의 의뢰만 받거든. 미래를 궁금해하는 사람은 많으므로 새로운 일거리를 구하는 게 어렵지 않았어. 하지만 오늘따라 의뢰를 맡기는 사람이 없었어.


할 일도 없어지자 그녀에 대한 걱정이 점점 커졌어. 그녀는 별 탈 없는 걸까? 시간은 어느새 퇴근시간이 다 되었어. 애초에 그녀랑 내가 함께 있으면 꿈이 틀어지게 되지 않을까? 그녀가 퇴근할 때 함께 집에 오면 되잖아! 당장 나갈 준비를 마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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