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스무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45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6
조회수 : 826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29 11:12:59
유안진, 황홀한 거짓말
사랑합니다
너무도 때묻힌 이 한마디 밖에는
다른 말이 없는 가난에 웁니다
처음보다 더 처음인 순정과 진실을
이 거짓말에 담을 수 밖에 없다니요
겨울 한밤 귀뚜라미 거미줄 울음으로
여름밤 소쩍새 숨넘어가는 울음으로
사랑합니다
샘물은 퍼낼수록 새물이 되듯이
처음보다 더 앞선 서툴고 낯선 말
사랑합니다
목젖에 걸린 이 참말을
황홀한 거짓말로 불러내어 주세요
홍인숙, 자화상
세상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바라보는 일뿐이다
새 한 마리
밤새 무화과나무에서 울어대도
바람이 계절 따라 가슴을 흔들며
짙은 물감을 쏟아놓아도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지식의 바구니를 채우고
감성의 샘물을 일굴수록
갈 길이 멀고, 지고 갈 짐이 많다는 걸 안다
사람들은 현명하게 살아가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지만
물살을 거꾸로 타고 오르는 힘겨움 뿐
영리한 사람들의 뒷모습을 바라보기조차 숨가쁘다
다가오는 것들을 말없이 품어주고
사라져 가는 것들을 손 흔들어 보내는
생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바라보는 일과
세상 속에서 흔들리지 않고
내 모습 이대로를 지키는 일뿐이다
천양희, 우두커니
희망이 필요하다고 얻어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불행이 외면한다고 오지 않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랑이 묶는다고 튼튼한 건 아니었습니다
고통이 깎는다고 깎이는 건 아니었습니다
마음 한줌 쥐었다 놓는 날이면
나는 가끔 우두커니가 되었습니다
김용택, 6월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에
바람이 불고 하루해가 갑니다
불쑥불쑥 솟아나는
그대 보고 싶은 마음을
주저앉힐 수가 없습니다
창가에 턱을 괴고 오래오래 어딘가를
보고 있곤 합니다
느닷없이 그런 나를 발견하고는
그것이 당신 생각이었음을 압니다
하루 종일 당신 생각으로
6월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고 해가 갑니다
정연숙, 한 잔의 커피와 한 잔의 사색
아직도 있을까 그 사람
흐드러진 꽃길을 따라
하루쯤을 걷고도 싶어지고
여유있는 하루길을 따라
봄이 찾아드는 곳을 찾아가
듣고 싶다 그 목소리
보고 싶다 그 모습
느끼고 싶다 그 숨결 그 손길
푸른 하늘에
하이얀 뭉게구름으로 그려보지만
바람이 불어와 흐트러 놓는 걸
시간은 나를 보고 기다리라 하고
기차는 떠났지만
너는 남아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쩌면 돌아보지 않은 건
나였을지도
댓글 분란 또는 분쟁 때문에
전체 댓글이 블라인드 처리되었습니다.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