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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새벽녘 밤을 밝히는 시 - 백 열아홉 번째 이야기
게시물ID : lovestory_744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6
조회수 : 715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5/06/26 16:04:21
유안진, 오후
천천히
담담하게
조용히
객쩍고 미안하게
이런 말들과 더 어울리는 오후
그래서 오후가 더 길다
그런 오후를 살고 있다 나는
지는 해가
더 처절하고
더 장엄하고
더 할말 많고
더 고독하지만
그래서 동치미 국물보다 깊고 깊은 맛이여
그런 오후를 살고 싶다 나는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디고
좀먹은 옷처럼
당신 떠난 자리를 봅니다
북이 아니라
나무통에 맞은 북채의 소리 같은
그런 이별이 있었지요
해는 졌는데
좀처럼 달이 뜨지 않는 그런 밝기의
이별을 당신은 바랐던가요
울지 않는 새의
부리가 녹슨 화살촉이었다는 것을
당신은 왜 일찍 일러주지 않았던가요
당신도 없이 나를 견딥니다
묵은 베개의 메밀 속처럼
나날이 늙어도 꼭 그만큼입니다
양애경, 조용한 날들
행복이란
사랑방에서
공부와는 담쌓은 지방 국립대생 오빠가
동당거리던 기타소리
우리보다 더 가난한 집 아들들이던 오빠 친구들이
엄마에게 받아 들여가던
고봉으로 보리밥 곁들인 푸짐한 라면 상차림
행복이란
지금은 치매로 시립요양원에 계신 이모가
연기 매운 부엌에 서서 꽁치를 구우며
흥얼거리던 창가
평화란
몸이 약해 한 번도 전장에 소집된 적 없는
아버지가 배 깔고 엎드려
여름내 읽던
태평양전쟁 전12권
평화란
80의 어머니와 50의 딸이
손잡고 미는 농협마트의 카트
목욕하기 싫은 여덟 살 난 강아지 녀석이
등을 대고 구르는 여름날의 서늘한 마룻바닥
영원했으면...하지만
지나가는 조용한 날들
조용한...날들
이명희, 너
네 눈빛
너에 손짓
천리 밖에 서성여도
손 내밀면 잡힐 듯
가까이
다가와서
온밤을
휘감아 올려
모래성을
쌓는다
김홍성, 봉숭아 꽃
인생은 왔다가
그냥 아무렇지 않게
구름 흘러가 듯
그런 인생이 아니었네
인생은 왔다가
머물다 머물다가
뒤돌아보면
머물던 그 자리에는 언제나
빈 집처럼 덩그런히
그리움만 남겨 놓고 왔었네
돌아갈 것처럼
늘 가슴의 창가에
불빛 새어 나오는 그리움 하나
밝혀 두고
손톱만큼 자란
긴 세월의 추억들이 궁색한 변명처럼
봉숭아 꽃물 들여 놓고
추억의 빈 자리에 까만 씨앗을 품고
곱디고운 추억이 터질 듯
반짝이며 영글어가는 추억의
길목에 서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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