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곤, 묻고 싶더라
먼곳에 너는 어떠하냐고 마음으로 그리기만 해놓고 오래전에 그 모습만 떠올리며 창가를 스치는 바람에 나서 이따금 서러운 마음으로 핼쓱해지는 기억처럼 이쯤에서 불쑥 만나지던지 어깨를 스치며 지나쳐 지든지 강물에 내려앉아 은빛 표정으로 반짝여 주던지 오래전 부터 버려둔 가슴에는 더 이상 사람을 들이지 않고 사랑으로 아파한 기억 새기지 않겠다고 넘실대는 강가에 앞세웠던 다짐에도 이렇게 눈물나게 그리운날 뜬금없이 묻고 싶더라 너는 어떠하냐고
정유찬, 전할 수 없는 사랑
그런 사랑이 있다
전하고 싶어도
전할 수 없는 사랑
만나고 말하고
만지면서도
전할 수 없는 사랑이 있다
오감을 지나
육감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침묵의 언어
오직 그대가
완전히 열려 있을 때
스스로 느껴지는 사랑
그런
하늘의
사랑이 있다
그 사랑을
간절히 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슴에 피멍이 들어도
행복한
그런 사랑이 있다
백창우, 거리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소나기 쏟아져 내 삶을 온통 적시는 것을 어디론가 멀리 떠나가 꿈도 없는 긴 잠 속에 며칠이고 나를 눕히고 싶다 너는 모를거다 때때로 내 가슴에 큰 바람 몰아쳐 내 눈과 귀를 멀게 하는 것을 아무도 없는 어둠 한구석 찬 벽에 등 기대 앉아 새벽이 오도록 별을 바라보고 싶다 나는 안다 너는 내 마음 속에, 나는 네 마음 속에 이토록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때때로 우린, 철저히 혼자라는 것을
함민복, 선천성 그리움
사람 그리워 당신을 품에 안았더니 당신의 심장은 나의 오른 쪽 가슴에서 뛰고 끝내 심장을 포갤 수 없는 우리 선천성 그리움이여 하늘과 땅 사이를 날아오르는 새떼여 내리치는 번개여
박성철, 오랜 기다림 가져본 사람은
사랑한다는 것은 기쁨과 동시에 슬픔을 아름다움 뒤에 남겨진 쓸쓸함을 책임지는 일이어야 합니다 늦가을 즈음 떨어지는 나뭇잎 하나 보면서 그것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더 아름다운 삶으로 피어나기 위한 자양분이 되어갈 것이라고 굳게 믿는 것입니다 시들어가는 저문 그대 꽃밭에서 씨앗 한 톨 꼭 움켜지고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기다림이라는 길고 긴 싸움에서 지치지 않겠다고 맹세하는 것입니다 내가 그대를 사랑한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