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드, 국회 비준동의’ 공방…한미불평등 조약 폐지가 해법”
“국제법 정식 문제제기 회피하면 안돼…한미상호방위조약 불평등 조항 개폐 공론화해야”
고승우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공동대표
승인 2016.07.15 17:51:39
수정 2016.07.15 18: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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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전 경북 성주군 성주읍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에 대한 주민 설득에 나선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주민들이 물병과 계란을 던지며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국내배치에 대한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청와대와 여권은 한미 정부의 성주 배치 합의를 기정사실화 하는 입장이고 야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철회 또는 국회 비준을 요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사드 배치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며 "오늘날 대한민국의 안보는 커다란 도전에 직면해 있다. 이해당사자 간의 충돌과 반목으로 정쟁이 나서 국가와 국민의 안위를 잃어버린다면 더 이상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은 "사드는 무기배치의 문제가 아니고 우리의 주권과 국익, 운명이 걸린 총체적인 국가안전의 문제"라며 "사드 배치의 국회 비준동의를 위한 특별결의안을 채택하자"고 제안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국방부가 사드를 경상북도 성주에 배치하겠다고 발표한 13일 성명을 발표, “사드를 저지하지 못하면 그 재앙은 오롯이 자손들에게 돌아가고 우리는 영영 조상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게 된다”며 미국을 향해 “핵무장을 포기하도록 북한을 설득하는 유일한 수단은 평화협정뿐”이라며, “전시통제작전권을 즉시 이양하고 이참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갖가지 대책과 주장이 난무하는 상황에서 국회입법조사처(처장 임성호, 이하 조사처)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국회입법조사처, 사드배치 국회 비준동의 필요'라는 보도를 해 논란이 있다면서 이는 국회입법조사처의 균형된 입장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이라고 14일 해명했다. 조사처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 사드)의 국내배치 합의의 국제 규범적 성격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 제공을 위해 이를 '기관 간 약정'으로 볼 경우와 '조약'으로 볼 경우에 따라 국회 비준동의에 대한 입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접근방식을 취한다고 설명했다.
조사처는 우선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제2조 및 제4조와 주한미군지위협정의 제2조 및 제5조 등 두 조약을 이행하는 기관 간 약정으로 규정 시 국회의 비준동의가 불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는 "미국의 육군 해군과 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하는 권리를 대한민국은 허여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 한다"고 돼있고, 이에 따른 하위 규범이라 할 수 있는 SOFA는 "미국은 대한민국 안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을 공여 받는다. 개개의 시설과 구역에 관한 모든 협정은 본 협정 제28조에 규정된 합동위원회를 통해 양 정부가 이를 체결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SOFA 합동위원회를 통해 체결된 모든 협정'은 상위법인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의 미국 ‘권리’에 제약을 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닌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나 조사처는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와 의심스러울 경우에는 국가주권을 덜 침해하는 방향으로(in dubio mitius) 조약을 해석·적용해야 한다는 법리를 적용할 경우 국회의 비준동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사처는 또한 "금번 사드 합의와 같은 국방과 안보에 관한 정치적 약정은 헌법 제60조 1항의 ‘국회는 상호원조 또는 안전보장에 관한 조약, 중요한 국제조직에 관한 조약, 우호통상항해 조약, 주권의 제약에 관한 조약, 강화조약, 국가나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조약 또는 입법사항에 관한 조약의 체결,비준에 대한 동의권을 가진다’의 '상호 원조에 관한 조약', '안전 보장에 관한 조약'에 해당할 수 있다“며 "만약 조약의 형식으로 체결된다면 국회의 비준·동의를 요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엔나 협약 제31조, 헌법 제60조 등을 적용해 사드의 배치가 1953년 제정된 국제법 성격의 한미상호보호조약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할 경우 미국이 국제법 파기의 이의를 제기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조약은 1953년 제정된 이래 미국의 전술핵무기 등 모든 주한미국의 무기의 한국 배치에 적용되어 왔기 때문이다. 한미 관계로 보아 한미상호보호조약조사처가 수십 년 간 진행된 한미간 관행을 고려치 않고 법리적 측면에서 조약법에 관한 비엔나 협약 제31조 등을 거론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적용 가능성은 매우 희박한 것으로 보인다.
사드와 관련해 한국은 지난 수년간 신중한 입장을 취하면서 도입보다는 자체 미사일 방어체계의 개발로 입장을 정했지만 최근 갑작스럽게 주한미군 부대 배치 쪽으로 한미가 결정한 것은 일본의 한 언론보도에서 보듯 미국이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의 ‘권리’행사를 한국에 요구한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남중국해에 대한 헤이그 상설중재재판소(PCA)의 중재재판에서 중국의 패소 결정이 나오기 전 사드의 한국 배치를 강행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미중간 대치가 전 방위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한 중국측 반발이 약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에서처럼 사드에 대해 국회 조사처는 법리 차원에서 두 가지 대안을 제시했지만 야당이 한 가지만을 거두절미하고 앞세우고 일부 언론이 비중 있게 보도하면서 혼선이 빚어졌다. 이에 대해 조사처는 해명자료를 통해 중립성과 객관성을 업무원칙으로 국회의원의 의정활동에 필요한 조사·분석 서비스를 제공하며, 유권해석을 내리지 않는다고 강조했다.조사처는 국회 비준동의 필요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 입장을 갖고 있지 않으며, 관련한 사항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한다고 해명했다.
조사처의 이런 입장에도 불구하고 논란은 계속될 전망인데 이는 한미상호보호조약이 한미간에 쌍방 호혜적인 성격이 아니고 미국이 한국의 방어를 위해 일방적인 군사적 시혜를 베푸는 식의 불평등 조약이라는 점이고 이를 입법부 조사처, 정부나 야당, 시민단체 등이 정확히 지적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사드에 대해 한미상호보호조약이라는 국제법에 대한 정식 문제제기는 회피하면서 사드에 대한 국민적 반감에 편승해서 일과성 주장만 하는 것은 정상적인 태도가 아니다.
사드 배치 강행은 박근혜 정권의 무원칙, 무능, 불통이 다시 확인된 불행한 사안으로 한미상호보호조약이 존속되는 한 앞으로 유사한 사태의 발생을 막기 어렵다. 따라서 군사주권을 고려한 국격을 회복하면서 동북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한미상호보호조약의 불평등 조항의 개폐에 대한 공론화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