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reddit] 71. 화재경보기
게시물ID : panic_744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공명의함정
추천 : 14
조회수 : 4385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4/11/13 11:26:36
예전부터 우리집 경보기가 귀신들렸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아니면 그 화재경보기로 인해 우리 집이 통째로 귀신들린 건지도 모르겠다. 낡고 기분나쁜,아주 오래된 그 벨은 온 집안에 종소리를 울려퍼뜨릴 준비가 항상 되어 있었다.
매일 밤 열두 시 삼십 분 전이면 그 벨은 정신나간 괘종시계마냥 울어제꼈다. 온 갖 종류의 소리를 말더듬이처럼 뱉어내다가
1 분 정도만 있으면 쥐죽은듯이 조용해진다. 심지어 선을 끊어버리고 종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도, 기막히게도 종이 달려있던 플랫폼은 구슬픈 종소리를 계속해서 낸다. 벨을 다시 달아놓을 때까지 계속 낸다.

사실 난 왜 그것이 귀신들렸는 지 알고 있다. 이동네 모든 사람이 알고 있다. 이 동네 전설 같은거다. 한 50여년쯤 전, 본채가 반쯤 탈 정도의 불이 났는데, 당시 장님에 농아인 어린 여자애가 그 불길 속에서 잠이 깼다. 당연하겠지만 그녀는 그 화염 속에서 잠을 잤었던 거다. 문제는 경보기가 그녀를 깨우질 않았다는 것이다.(울리지 않았다는 것) 그래서 오늘날 경보기가 멈추지 않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걸 가지고 "끝나지 않은 사명" 이라고 설명했다.

아내와 내가 처음 이사왔을 때는 적응이 전혀 안되었지만, 점차 그것에 익숙해졌고 심지어 이젠 그것을 귀엽게 바라보기도 한다.
내가 보기에 그건 마치.. 주인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 충성스러운 개 같았다. 그러니 당연히 무서워해야할 이유가 없지 싶다.

잠결에 아내는 말했다. "믿음직스럽네요."

아내에게 아직 말하지 않은 것이 있다. 불안에 휩쓸린 지난 이틀 밤 동안 나는 침대에 뜬눈으로 누워 천장에서 들려오는 알람을 가만히 들었다.

따릉...따르릉...따르릉...따릉... 따릉...따르릉...따릉..따릉...따릉...따릉...따르릉... 따릉 따릉 따릉..따릉..

난 순간 소리가 마구잡이로 나는게 아니라는걸 깨달았다.






원문 링크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