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위대성은 인간의 비참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 만큼 분명한 것이다. 왜냐하면 동물에게는 자연스러운 것도, 우리 인간에게 있어서는 비참하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것만으로도 오늘날 인간의 본성이 동물의 그것과 별차이가 없다고 해도, 인간이 옛날에는 인간 특유의 뛰어난 본성으로부터 타락했음을 인정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폐위된 왕이 아니라면, 누가 왕이라는 것을 불행하다고 생각하겠는가?
사람들은 파울루스 에밀리우스가 집정관의 지위에서 물러난 것을 불행하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다. 오히려 그가 집정관이 된 것을 행복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의 지위가 영구한 것은 아니었으니 말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페르세우스가 왕위에서 쫓겨난 것에 대하여 매우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지위는 영속적인 것이었고, 사람들은 그가 죽지 않고 살아 남게 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입이 하나밖에 없다는 것을 불행한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사람은 눈이 세 개가 아닌 것을 결코 불행으로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눈이 하나도 없는 사람에게는 위로의 말조차 할 수 없다.
-파스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