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태연, 평생을 두고 기억나는 사람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내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음을 알고부터
그것이라도 바래야 했다
어쩌면
당연한 권리라 생각하며
슬프디 슬픈 사랑으로 기억 속에 남아
그 가슴 촉촉이 적시울 수 있게 되기를
이를 수 없게 된 사랑을 대신해 바래야 했다
그래서 그때마다
그 눈물로 다시 태어날 수 있게 되기를
참으로 부질없음은
사랑하는 일이라고 믿으며
진작부터 그런 바람으로
평생을 두고 기억에 남는 사람이 되기를
나는
애원이라고 하며 바랬어야 했다
이준호, 너무도 사랑하기 때문에
차라리 이름을 모르고 살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누군가를 부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차라리 만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자꾸만 그 사람이 아른거리지 않았을 텐데
차라리 얼굴을 모르고 살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그리워 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차라리 그리워 하지 말 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사랑하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차라리 사랑하지 말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한 사람 앞에 이토록 나약해지진 않았을텐데
그것도 아니라면
차라리 더 서둘러 만날걸 그랬습니다
그러면 지금처럼
가슴 태워야 하는 시간은 지났을 텐데
이선옥, 한 번의 이별, 두 번의 사랑
마지막이라 부르던
오직 단 하나의 사랑
그대 떠나보내고
더 이상의 사랑없다 믿었던
그대 아픔 속 불어온
바람결 널출되는 또다른 그리움
그게 사랑인 줄 미처 몰랐다
한 번의 이별 슬픔으로 흐르고
두 번의 사랑 또한 아픔되어 남으니
이제 또다시 보내야하는 사랑 앞에
목놓아 울지 못하고
사위어가는 마지막 계절 끝
목메이어 가는 나
너 가고 없을 그 빈 바람의 자리
이젠 홀로 남기 두려워
아직 머무는 너 잡지못하고
이 밤 서러워
사랑의 원망처럼 달빛 시리기만 한데
애써 너의 미소 앞에
웃음짓고 만다
황라현, 생각이 잠들면 잊힌다
죽은 세포는
살이 될 수 없듯이
이미 떠난 사람은
사랑이 될 수가 없다
생각 속에 붕붕
떠다니던 것들이
고요하게 가라앉으면
마음의 거리도 길어진다
생각이 잠들면
천만번 꾸려 넣었던 그리움마저도
단추처럼 떨어져 나간다
서안나, 위로의 방법들
나는
떠나간 당신에게서
직유법으로 새처럼 날아오를 수 있었다
자고 일어나도 어두웠다
낮인가 했더니 밤이었다
먼 나라의 국경에서 전쟁이 반복적으로 터졌다
전쟁은 총과 피와 대포를 끌어들여 비극의 이미지가 되었다
죽은 자만큼 태어난 아이들이
국적 없는 거리에 보조관념으로 흩어졌다
사랑이라 했더니 이별이었다
사랑은 혁명처럼 붉은 깃발을 흔들며 역설적으로 사라졌다
우리는 헤어지는 자들을 은유로 위로했다
눈물이 환유적으로 흘렀다
우리는 원관념에서 너무 멀리 걸어와 버렸다
죽은 자들을 다시 불러내어 과장법으로 기록하였으며
죽은 자들은 스스로 별이 되어 상징으로 부활했다
우리는 이미 재생의 은유구조를 알아버린 자들이었다
한 사내가 피를 흘려
모든 죄를 껴안아 용서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세상의 모든 틈이 수사법으로 채워졌다
우리는 너무 많은 위로의 방법을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