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 가끔 살아가는 일이 힘겨울 때면
가진 것이 많은 당신은
부풀리고 또 부풀리겠지만
가진 것이 적은 우리는
살아내기조차 힘이 드는 세상
당신과 우리는 더이상
생존 방식이 같을 수 없고
삶의 공식 또한 이원화될 수 밖에 없다면
성공의 비결도 조금씩
그 원칙이 무너지고 말 것인가
자연인 '나'라는 존재의
언덕과 언덕을 훨훨 날으며
새처럼 구름처럼 자유롭고
그 아침의 햇살처럼
그 햇살의 풀잎처럼
푸른 꿈 키우며 살 수는 없는 것인가
'왜 사람인가'라는
가장 보편적인 질문을 해야 할 때
우리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현실적 가치를 초월한
가장 자연적이고
가장 인간적인
그 영역에 도달할 수는 없는 것인가
도현금, 그대가 알 수 있다면
시간이 흘러가서
잊혀질 그리움이었다면
처음부터
사랑하지도 않았을 텐데
아직도 못 잊는 것은
미련 때문이 아니라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그대가 알 수 있다면
정말로 얼마나 좋을까
세월이 흘러서
빛 바래질 그리움이었다면
벌써 골백번
잊고도 남았을 텐데
잊는다
정말 잊는다 하면서도
아직도 잊지 못하는 건
사랑하는 마음이라는 걸
그대가 알 수 있다면
정말로 얼마나 좋을까
김미경, 그대 이름을 불러 봅니다
내 기억의 뿌리까지 밟고 들어가
마음 한가운데로 걸어 들어오는
나만의 그대를 불러봅니다
내 가슴 파란 싹 띄울
그런 하얀 마음에게
내 머리끝까지 울림 되어 번져나올
그대 이름을 불러봅니다
마른 눈물나도록
기다림을 배우게 하고
그리움을 채우기 위하여
노래한다는 것을
이 세상 존재하는 모든 아름다운 이름에
수줍음에 전하지 못한
내 마음을 담아
푸른 하늘에게 그리움 실어
우리 사랑은 흐르고 흘러
강이 되고
바다 되어버리는 꿈을 꾸며
이 마음 바람에 실어
그대 이름 불러봅니다
정호승,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
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 순백의 골목을 지나
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
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놓은 군밤을
더러 사먹기도 하면서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
눈물이 나도록 웃으며 눈 길을 걸어가자
사랑하는 사람들만이 첫눈을 기다린다
첫눈을 기다리는 사람들만이
첫눈 같은 세상이 오기를 기다린다
아직도 첫눈 오는 날 만나자고 약속하는 사람들 때문에
첫눈은 내린다
세상에 눈이 내린다는 것과
눈 내리는 거리를 걸을 수 있다는 것은
그 얼마나 큰 축복인가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약속한 사람을 만나
커피를 마시고
눈 내리는 기차역 부근을 서성거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