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서영, 못 견디게 당신이 보고 싶습니다
찬란한 여명의 시간
함께 한 당신이지만
못 견디게 보고 싶습니다
가슴을 달래도
숨 막히게 그리운 사람, 당신입니다
밤새도록 곤히 잠든
당신 볼을 탐하며
사무치는 사랑
입맞춤으로 고백하였지만
어디 흡족이나 하겠습니까
가슴을 덮고 있는
흠모의 정이
하늘만큼, 아니 땅 만큼
아니, 그보다 더 많이
은하에 흐르는 열정만큼이나 눈부시기만 한데
당신 가슴에 빠진
내 영혼
여적도 당신을 껴안고 있나 봅니다
여울진 그리움으로
실핏줄이 바르르 떨리고 있습니다
정성수, 이별
세상 구경 다 끝나는 날
그대
흔드는 손 뒤로 하고
요령소리 울리며 청산 가리
들녘을 지나 강을 건너
쉬엄쉬엄 떠나가리
산꽃, 들꽃
품으러 가리
가서
어떤 기억 하나로 남으리
그대 앞섶에 떨어지는 눈물이 되리
김용택, 노을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눈부시게, 눈이 부시게 쏟아지는
지는 해 아래로 걸어가는
출렁이는 당신의 어깨에 지워진
사랑의 무게가
내 어깨에 어둠으로 얹혀옵니다
사랑이 날개를 다는 것만은 아니더군요
사랑은
사랑은
때로 무거운 바윗덩이를 짊어지는 것이더이다
이형기, 호수
어길 수 없는 약속처럼
나는 너를 기다리고 있다
나무와 같이 무성하던 청춘이
어느덧 잎 지는 이 호숫가에서
호수처럼 눈을 뜨고 밤을 새운다
이제 사랑은 나를 울리지 않는다
조용히 우러르는
눈이 있을 뿐이다
불고 가는 바람에도
불고 가는 바람같이 떨던 것이
이렇게 고요해질 수 있는 신비는
어디서 오는가
참으로 기다림이란
이 차고 슬픈 호수 같은 것을
또 하나 마음속에 지니는 일이다
이종원, 이어지기를
내가 그대 이름을
외우는 소리
그대를 생각하는 것은
그대가 앉아 있는
외로운 바람 한줄기 가지
외로운 산마루에
달이 지고
나 또한 한잎 두잎
시나브로 낙엽이 지고
어느날엔가 사랑도 슬픔도
이제는 먼 그리움도 다하여 가고
다만 다함이 없는
기다림의 두렷한 빛 둘레로만
항상 그런대로 이어지기를
이어지기를
달이 지고
낙엽이 내리고
그대 이름 외우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