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클릭하는 분들은 관련기사나 오유에 오른 베스트 글을 이미 보신걸로 생각하겠습니다.
저는 신사동 가로수길 우장창창에서 임차인의 권리를 찾으려 애쓰는 사람들을 지켜본 사람입니다.
직업은 소설도 쓰고 음악도 하고 있지만 워낙 알려지지 못해서 홍보로 오해받을까봐 이름을 밝히진 않겠습니다.
사실 오늘 새벽에는 저도 현장에 가서 무시무시한 용역 친구들과 여러시간 밀착해서 뜨뜻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가 요즘 젠트리피케이션 을 주제로 소설을 쓰고 있기 때문에, 취재차 두어번 들렀던 인연으로 그런 일까지 겪게 됐네요.
'리쌍'이 워낙 유명하고 호감도도 높은 연예인이다보니, 이 사건에 대한 비교적 공정한 언론보도에도
댓글들로 본 사람들의 반응은 '선량한 건물주와 악질 세입자의 을질' 이라는 식으로 비치는듯 합니다.
혹은 '연예인'의 약점을 공략하는 능수능란한 진상?
하지만 진짜 핵심은,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이고 한국사회의 부동산 관련 문제 입니다.
사진이나 영상을 보셨을지 모르겠는데, 현장에 가 보면 그저 권리금 얼마 보상금 얼마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1분 안에 알 수 있습니다. 새벽에 모였던 100여명의 인근 상인, 시민운동가, 예술가 등등 중 누구도 단지 우장창창 하나만을 보고
싸움을 했던 사람은 없을 겁니다. 장담하건데 가게 주인, 서윤수 사장도 마찬가지일 거구요. 믿기지 않으시겠지요?
3억이 되었건 4억이 되었건, 그 정도 돈을 내던질 용기와 배짱이 없다면 그런 자리에서 그렇게 식당을 잘 해내고, 몇년동안
계란으로 바위치기를 해대고,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새벽에 와서 도와줄만큼 연대를 이끌어내지 못합니다.
자주 가 본건 아니지만 우장창창에 가서 주방이 있는 지하에 내려가면 언제나 미친듯이(표현이 좀 과격하지만 정말 열심히)
곱창을 굽는 서윤수 사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방금 게시판을 돌아보는데 현재상황 사진을 올리신분이 계시던데, 그게 바로 매번 제가 보던 풍경입니다 손님은 좀더 많았고...)
사용하는 건 가장 질이 좋은 곱창(이라고 합니다. 맛이 좋다니 그런줄 알지, 전 사실 밤시간엔 안먹는 습관이라 제대로 그집 곱창 맛도
못봤지만 주말엔 정말 빽빽하게 사람이 몰리고 하는 걸 보면 그런 것 같더군요. 누가 생 간을 시켰길래 그 신선도를 보니 고기 수준도 높을 거라고
짐작할 순 있었습니다)을 떼어다 쓴다고 방송에서 봤는데, 정말 12쯤 되면 매진되서 손님을 보내는 것을 봤습니다.
각설하고, 이런 지리한 설명은 제가 지켜본 '서윤수 사장'의 캐릭터를 전달하기 위한 묘사입니다. 그는 아주 현실적이고 평범한 사람인것 같고,
제 시각에서는 요즘 시대의 30대 후반 가장이자 자영업자의 표본으로도 보였습니다. 능력도 좋고 인성도 좋은 사람.
사실 그 건물주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개리, 길 둘다 그렇지요. 어디가서 나쁜짓 할 사람들론 안 보입니다. 사건의 당사자들이 다 그렇다구요.
그런 인물들은 사실 소설가의 입장에서 그리 흥미를 끄는 캐릭터가 아닙니다.
그래서 그들에겐 이야기를 이끌어갈 주인공이라도 맡겨서 비중도 높이고 감정이입도 되고 해야 애정이 가고 재밌을 수 있죠.
오늘 현장에서 제 눈길을 가장 확 잡아끈 인물은 명품 조연, 법원의 집행관과 용역팀 보스 였습니다.
그들의 포스는 충무로, 헐리웃 배우들이 드림팀으로 뭉쳐야 나올까 말까한,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캐릭터를 보신 일 있습니까? 혹시 대기업에 다니신다면 임원 중에서 보신적 있나요?
아무튼 그 두사람은 스크린을 찟고 나온것같은 느와르적 분위기를 풍기며 현장을 오갔습니다.
집행관은 개화기 홍콩에서 튀어나온 것같은 묘한 인상의 인물이었어요.
이번엔 이태원, 경리단길, 상수동 같은 지역에서 건물들을 블록 채로 사들이는 사람들을 이야기 해 볼까요?
변호사를 굴리는 건물주들. 아예 하나의 '로펌'을 돌려 대량생산 시스템의 부동산 매입을 하는 기업들.
제가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임차상인을 내쫓는 기술의 전파에 관한 것입니다.
우리가 영화에서나 봤던 거대한 조직들이 아니면 저런 카리스마 쩌는 하수인들은 굴릴 수 없습니다.
개인적 경험으로, 한때 서울 시내의 철거용역을 주름잡던 건달'X 끼'를 본 적이 있는데 그치도 그렇더군요.
아마도 그걸로 먹고사는 부류들인지라 그런지.
리쌍은 세입자와 분쟁을 시작하면서 그런 흐름의 말석에 자리를 하나 마련하고 만 것입니다.
애초에는 그 부류에 섞일 의도 같은 건 없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저나 여러분들에게는 그렇게 보이는 사람들이죠.
지금은, 자신들의 의도가 어떻건 간에, 이미 쉽게 물러설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들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싸움 하나하나가, 이 큰 흐름과 거기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의 작은 표본들입니다. 중요한 고지들이구요.
어디선가 '국회의원을 동원해서 법까지 개정 하다니 정말 슈퍼 을'이란 글을 본 기억이 나길래
게시판을 돌아보니 벌써 관련글이 많이 올라왔네요. 하나같이 눈감고 더듬는 식의 글들인데 참 갑갑하군요.
그 글들은 차차 각개격파해 나가겠습니다. 왜곡된 사실도 많고 하니...
아무튼 이 글에서는 직접 눈으로 본 당사자에 대한 묘사를 해 보았습니다. 다른 게시글 쓴 분들도, 잘 알려진 리쌍에 비해
알지 못하는 '서윤수' 사장에 대해 궁금해서 이것저것 뒤져보고 사실관계도 명확히 하고 싶으시겠지요... 가능하다면
가서 한번 만나보세요.
왜 인근 상인들 30여 분이 건물주느님에게 찍힐것을 무릅쓰고 우장창창을 응원한다는 배너를 가게앞에 떡하니 걸어주었는지
그는 그저 열심히 사는 곱창집 주인일 뿐입니다. 가 보면 한 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늘 곱창굽느라 정신없고, 낮에는 도와달라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호소하는걸 '엄청나게' 부지런하게 할 뿐입니다. 그래서 장사 잘되는 곱창집 사장으로 살아남고 많은 친구들이 도와주는 사람이 된 거죠.
제가 새벽시간에 별 관계도 없는 신사동을 찾아가게 만든것은 그의 열렬히 호소하는듯한 눈빛이 자꾸 생각나서 였습니다. 물론 미안하게도
작품의 취재 측면도 없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이 목적이었다면 잘 모르는 사람들과도 팔짱을 끼고 가게 앞을 막아서진 않았겠죠.
보통의 인간은, 그 강제집행 현장을 보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하게 되어 있다고 느꼈습니다.
다른 글 올리는 분들이, 아마도 트윗이나 SNS 쪽에서 우장창창의 풍경이나 서윤수 사장의 모습을 퍼와서 판단의 근거로 왈가왈부 하시는게
보이는데요... 잘 뒤져보세요. 우장창창에 관한 웹 자료가 별로 없지 않습니까? 정작 본인은 장사하고 남의 가게 강제집행 막으러 다니고
누군가 을질이라고 왜곡한, 쉴 짬도 없이 발로 뛰어서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연대를 구하느라 너무 바빠서 SNS도 별로 못합니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이글을 읽는 여러분 중에 자영업을 하는 상인분이나 그들을 가족 친지로 둔 분들이 계시다면 서윤수 사장에게 고마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상가법' 놓고 '임차인의 갱신청구권'도 모르면서 비꼬듯 말하길 "법을 바꾸다니 대단하다"고 하는 게시글을 봤습니다.
2013년 이전에는 계약기간 2년이 지나 건물주가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서윤수 사장과 맘상모, 장하나 의원등이 많은 애를 써서 그 기간이 5년으로 늘어난 것입니다.
이건 자영업하시는 분이면 누구나 아는 상식이고요.
이런 내용은 커녕 실제 있었던 계약 내용들이나 법적 공방, 사실관계를 누가 왜곡한 말만 듣고 게시하시는 분들은 부끄러움을 아시길 바랍니다.
모르는 건 전혀 잘못된게 아닙니다. 하지만 틀린 내용을 제대로 확인도 않고 퍼뜨리다니.... 쩝!
아무튼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길고 지루해서 보시는 분이 몇 안되실 것 같고 오늘은 이쯤에서 매듭짓습니다. 온몸이 쑤셔서 힘드네요.
다음에는
1. 강제집행 반대에 관한 글 - 대면합의의 회피/월세계좌를 막아버려서 법원에 공탁금을 걸어야 하는 상황/
2. 사실관계에 대한 명확한 정리 - 첫번째 가게에서 쫓겨날 때의 합의 불이행/판결문 상의 말도 안되는 견해
3. 법과 권리 개념에 대한 의견
등을 전하겠습니다. 부디 현명한 오유인이라면 부정확하고 왜곡된 전달만 듣고 판단짓지 않으시길 빕니다.
(사회 게시판에 올렸다가 삭제하고 시게로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