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고등어자반 굽는 냄새가
담장 밖으로 슬금슬금 넘어오면
하루 일과를 마칠 시간이라고 합니다.
골목 시장에서 어머니는
고등어자반 한 손을 사가지고 와서
여로 토막을 내고 숯불위에 굽고 계십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한 토막씩 드리고
하루 종일 힘든 일하신 아버지도
큰 것으로 한 토막 드립니다.
아이들에게도 한 토막씩 골고루
나누어 주고 나면 남는 것은
고등어 머리뿐입니다.
시장에서 고등어자반을 사오시면
어머니는 늘 고등어 머리만
드시면서도 웃으십니다.
하루는 우리 집 막내가
“ 엄마 엄마는 왜 머리만 먹어 ”
“ 응 나는 머리가 더 맛있어서 그래 ”
다들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먹을 것이 부족해서 머리만 먹던
엄마의 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세월이 한 참 흐른 후 자기 살림을 살고
각자의 가계부를 쓰면서 엄마의 힘들고
고달팠던 삶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시장에서 고등어자반 두 손 사면
온 가족이 넉넉히 먹을 수 있었는데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한손만 샀습니다.
그렇게 알뜰하게 아끼고 절약하여
우리 남매 모두 대학교육을 시켜
우리의 오늘을 만들었습니다.
아버지가 밖에서 남의 눈치를 살피면서
가족을 위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일도 참으로 중요합니다.
하지만 집안에서 어머니가
어떻게 살림을 꾸리는가 하는 것도
참으로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옛날 같은 골목 시장은 아니지만
동네에 현대식으로 잘 다듬어진 시장에서
엄마를 생각하며 고등어자반 한 손 사왔습니다.
이웃집에서 냄새 걱정 할까봐
무 숭숭 썰어 넣고 냄비에
매콤하게 끓였습니다.
고등어 굽는 냄새가 좋다지만
동네로 퍼져나가는 냄새 때문에
굽지는 못하고 맵게 끓여 먹습니다.
아이들도 잘 먹는 반찬이어서
싱싱한 생 고등어를 사다가
이렇게 자주 해 먹습니다.
직접 살림을 하고 생활을 해 보면서
어머니의 마음을 조급씩 알게 되고
생각할수록 고맙다는 마음이 듭니다.
속없이 날마다 엄마에게 돈 달라고
조르던 것 등록금이 늦으면 선생님에게
창피하다 짜증 부리던 일도 후회 됩니다.
가족들과 하루를 살고 한 달을 산다는 것이
이렇게 외줄을 타는 듯 아슬아슬 하다는 것을
직접 살림을 살아 보고서야 알았으니 말입니다.
직장에서는 회사의 상황을 수시로 파악하고
상황에 따른 바른 판단 신속하게 해야 하고
이웃에게는 부족함 보이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에서 물건을 살 때는 한 푼이라도
절약 할 수 있는 시장 정보를 알아서
신속하게 선택하고 움직여야 합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여러 가지 지식과는
전혀 다른 생활의 지혜를 가르쳐 준
어머니 생각하며 시장으로 갑니다.
고등어 머리보고 어쩌다 그것을 먹을 때마다 생각나는 우리 어머니
힘들어도 힘들다 말하지 않고 사시면서 알뜰살뜰 절약하시던 우리 어머니
아이들이 무럭무럭 커가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바다보다 깊고 태산보다 크시던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은 모두 어머니가 일깨워 주신 것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