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비 오던 날, 작고 하얀 아깽이를 데려왔습니다
이 아깽이는 성격이 좋은 건지 생각이 없는 건지 처음 만난 제 손 위에서 골골거렸고
고양이들은 집에 처음 오면 낯선 환경이 무서워서 좁은 곳에 숨을 수 있다길래 집안 모든 구석구석 청소도 해놨건만
웬걸 거실에 풀어놓자마자 밥을 우걱우걱 씹어먹더니 온 집안을 헤집고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뛰어다닌후 소파 위에서 동공어택 하고 있음.)
그리고는 하루 만에 제 옆에 발라당 누웠고
만져달라고 온갖 애교를 부리며
초보집사를 심쿵하게 만들었습니다.
(당시 1.5kg이었던 아깽이. 조그마한 사이즈인것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곤 아깽이의 미모가(+몸무게도) 폭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막 찍어도 화보가 되는 미친 비주얼을 자랑했고
집사를 쓰러지게 만드는 메롱을 포함하여 카메라 앞에서 다양한 표정과 자세를 구사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깽이가 캣초딩 시기에 접어들기 시작했습니다.
아깽이, 아니 이 캣초딩은 랙돌이라는 종이었는데,
이 종은 성장이 느린 편이라 4-5개월 즈음 골격이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얼굴이 길쭉해지고 귀도 얼굴에 비해 커져서 흔히들 말하는 '몬난이 시절'이 찾아옵니다.
이 캣초딩도 몬난이 시절은 피해갈 수 없었습니다.
이 시절 캣초딩은 아바타 나비족, 인면묘 등등 다양한 별명을 얻게 됩니다.
그래도 캣초딩은 여전히 집사 눈엔 예뻤습니다.
때론 이렇게 초딩답지 않은 눈빛과 표정으로 집사를 두근거리게 만들기도 했고
(잘생김....)
이런 예상치 못한 귀여움으로 집사를 귀염사하게 만드는 등 암살 시도도 끊이지 않았습니다.
꽤 무서웠으나 이빨이 아직 아가이빨이라 집사 겁주기 실패.jpg
시간이 계속 흘렀습니다.....
캣초딩은 4kg대에 진입했고
새로운 타이틀을 얻게 되었습니다.
그거슨 바로 개그묘ㅋ
렌즈 뚜껑은 씹어먹어야 제맛이냥.jpg
캣초딩은 훌륭한 개그묘가 되어 온갖 코미디를 선보였습니다.
시간이 또다시 흘러, 개그묘는 5kg짜리 청소년묘가 되고.....
또 시간이 흘러.....
몬난이 시절을 탈피하고, 생후 1년만에 6kg대를 찍으며 드디어 어엿한 성묘가 되었습니다.
이 고양이는 [눈 뜨고 자기] 스킬을 마스터했고
또다시 미친 비주얼을 자랑하기 시작했습니다.
고양이는 자기가 예쁜 걸 잘 알았습니다.
그리고 그는 자기가 애교를 부리면 집사가 바로 넘어간다는 것도 잘 알았습니다.
그는 말랑말랑한 솜방망이를 무기 삼아 집사에게 영양 간식을 갈취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다시 흘러 겨울이 찾아왔고, 그의 털이 빵빵해지기 시작하여.....
......털돼지에 전직하게 되었습니다.
털돼지는 영양 간식에 힘입어 이제 7.5kg의 거묘가 되었고
털 덕분에 그 2배는 되어보이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거묘가 된 털돼지는 여전히 예뻤습니다.
카메라 앞에서 미친 미모를 자랑하는 것도 여전했습니다.
가끔은 이렇게 거친 남자의 스멜을 풍겨 설레게 하기도 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허당 표정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세월이 좀더 흘렀고 이제 이 거묘 털돼지는 두 살이 다 되어 갑니다.
이제는 집사 삶의 일부가 되어 너무도 익숙해진 털돼지지만
집사는 어느 비 오던 날 처음 만난 작고 하얀 아깽이가 아직 생생한데
너무도 빨리 커버린 아깽이가 아쉽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합니다.
아깽이, 캣초딩, 개그묘, 청소년묘, 거묘 털돼지,
샤로야 내곁에 와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