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버릴 사람은 없다. '조선시대 장애인 복지'

역사체널e에서 조선시대 장애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길래 몇 자 적어봅니다.

조선시대는 복지의 개념이 없던 시대이긴 했지만 구휼의 개념은 존재했던 게 당시입니다.
전근대시절 시스템의 한계로 그 정도가 체계적이지 못했다는 한계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조선시대 때 보여주는 장애인에 대한 모습을 보면 가끔씩 놀랄 때가 있습니다.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누구 먹이는 건 정말 좋아하는 게 조선입니다.
조정이든 관청이든 무슨 행사만 하면 그 날은 그 주위 거지들과 장애인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날이었습니다.
또 나이가 곧 벼슬인 조선시대에서 나이가 70만 넘어가면 신분을 가리지 않고 상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었고,
80이 넘어가면 앵간한 죄도 전부다 면제해 주었습니다.

이 이외에 구체적인 사례들은 언급하면,

태종 땐 홀아비, 과부, 고아와 자식이 없어 스스로 살아갈 수 없는 노인들과,
심각한 병에 걸린 사람들, 장애인이나 몸이 불편해 일을 할 수 없어 구걸하는 백성들이 겨울에 얼어죽을 까봐
한성부(지금의 서울시청격) 등에 명하여 그들을 제생원에 모아 먹여 살리게 하였습니다.

이런 게 발전하여 시스템화 된 것이 명통사인데,
맹인들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일도 할 수 없었고
이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하늘에 기도를 하는 것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명통사라는 곳을 설치해 이런 맹인들을 모아 비가 내릴 수 있도록 기도를 하게 하고,
조정에서 이들을 위한 쌀과 콩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데, 이 제도는 태종과 세종 때 가장 활성화 됩니다.
그러다 맹인 뿐 아니라 심각한 장애가 있는 사람까지 명통사에서 담당합니다.
여기에서 심각한 장애란 폐질과 독질을 가지고 있는 사람입니다.

(역사체널e에서 폐질은 고칠 수 없는 병, 독질은 위독한 병이라 말하는데,
기본적으로 맞는 말이긴 하지만 장애를 논할 때 폐질과 독질은 의미가 조금 다릅니다.
폐질은 팔다리 중 하나가 절단되거나 하여 전혀 쓸 수 없는 사람을 말하고, 독질은 둘 다 쓰지 못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만, 팔이나 다리는 하나만 쓸 수 없어도 장애인으로 구분하지만,
눈은 한 쪽만 먼 것은 장애로 취급하지 않아 국가에서 돌보진 않았지만...그래도 기본적인 혜택은 좀 주어졌습니다.)

세종 땐 이런 태종 때의 것을 더 발전시켜 아예 명과학(길흉화복을 판단하는 학문)을 하는
장님을 선별해 서운관에 소속시켜 말단 관리들에게 그들로부터 학문을 배우게 합니다.
즉, 앞 못보는 장애인이 중앙 관청의 선생님이자 정식 공무원이 된 거지요.

세조 때는 이에 더 나가 심각하지 않은 장애인들을 위한 제도를 만듭니다.
팔다리가 없거나 앞을 못보는 건 국가에서 어떻게든 해볼테니 그나마 좀 미미한 장애를 가지고 있는,
예를들어 귀머거리와 절뚝발이는 다른 방도를 이용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그들을 보호할 친척이나 이웃을 찾게 한 뒤 돌보라 명하는 대신 댓가를 양육자에게 일정부분 지급해주는 겁니다.
그리고 일년에 4번 그들의 상태가 어떤지에 대해 조정에 직접 보고까지 하게 합니다.

찾아보면 더 있을 거 같지만...귀차니즘으로 여기까지....
그리고 오해를 하시는 게 조선이 신분제 사회였고 계급에 따른 차별이 존재하였다곤 하나,
천민이라고 백성 취급을 못 받은 게 아니었습니다.

신분에 상관없이 인간인 이상 그들은 백성이었고 그들을 평안하게 하는 게 왕이 해야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였습니다.
그래서 궁궐안에선 온갖 피바람이 부는 정치적 행위를 해도, 백성들에겐 따뜻한 마음을 가진 게 또 조선 왕이었고요.
(물론 그 마음이 백성을 편안하게 하는 정책으로 이어졌느냐는 별개의 문제겠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