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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게시물ID : lovestory_741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천재영
추천 : 1
조회수 : 49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06/08 11:09:57
이사
 

이사 가던 날 옆집 아이 돌이는
탱자나무 담장 그늘에 앉아서
순이를 떠나보냈습니다.
 

어디 인지는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로
공부하기 위하여 간다고 했습니다.
 

돌이는 마음과 눈에서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렸지만 순이 앞에서는 울지 못하고
순이를 웃으면서 손 흔들고 보내야 했습니다.
 

순이 세 식구는 새로 이사 가는 집에는
큰 나무도 있고 마당이 넓고 크다고
자랑하고 웃으면서 떠나갔습니다.
 

돌이는 날 하루 종일 제일 좋아하는
찐 감자도 먹지 않고 밥도 먹지 않았으며
하루 종일 순이가 간 하늘만 바라보았습니다.
 

갓난아기 때부터 한마을 같은 동네에서
오누이처럼 자란 둘도 없는 친구였는데
순이 네가 먼 도시로 이사를 갔습니다.
돌이는 날마다 순이와 앉아 놀던
우물가 까만 차돌 위에 앉아서
하늘만을 바라보았습니다.
 

내가 부지런히 얼른 자라서
순이 네가 이사 간 큰 도시로
따라 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돌이가 초 중 고등학교를 열심히 공부하는 동안
세월은 흘렀고 이제 대학을 졸업 할 때 쯤
순이네는 시골집으로 귀향을 했습니다.
 

순이 아버지 사업이 실패를 해서
도시 생활을 모두 접고 고향으로
다시 내려 올 수밖에 없었답니다.
 

순이와 돌이는 고향 집 우물가에서
이렇게 많은 세월이 흐른 뒤에
서먹서먹하게 만났습니다.
 

돌이는 공부만 열심히 한 덕에
도시의 큰 이름난 직장에 취직을 해서
이제 도시로 떠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순이가 떠나던 날 돌이는 밤새도록 울었고
세월이 흐르고 오랜만에 둘은 다시 만났는데
돌이가 떠나는 아침 순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또 한 동안 긴 세월은 흘러서
추석 명절에 둘은 고향집 담장너머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 둘은 서로 각자의 아기들을
순이는 아들을 등에 업고 있었고
돌이는 딸아이를 안고 있었습니다.
 

탱자나무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서로 자신 아기를 보여주면서
말없이 웃기만 하였습니다.
 

예전에 탱자나무로 울타리를 했던 것은
나쁜 짐승이나 낯선 사람이 담을 넘어
들어오지 말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돌이와 순이 둘은 탱자나무 울타리
때문인지는 몰라도 결국 이웃사촌
고향 친구로만 평생 살았습니다.
 

이사 가던 날 돌이는 하늘이 무너졌고
돌이 서울로 취직하여 떠나던 날 순이는
떠나는 얼굴을 볼 수가 없어 숨었답니다.
 

가슴 아리는 어린 시절의 풋내기 첫사랑
평생을 두고 말 못하며 가슴에 안고 살아가는
우리 이웃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늘 우리 옆집 젊은 부부가 이사를 가는데
자식 교육을 위하여 좋은 학교와 학구로 소문난
동네로 갔던 원래의 집주인이 다시 온다고 합니다.
 

자기 집으로 오는 그들 역시도 젊은 부부이기는 하지만
자녀가 어려운 과정을 마치고 곧 대학을 준비할 나이랍니다.
 

요즈음 부모도 자식을 위하는 일이라면 이사정도는 쉬운 일이고
어떤 고통도 이겨 낸다는 사실을 이웃집을 보면서 또 느끼게 됩니다.
 

부모는 열 자식 모두 잘 기르지만 열 자식은 한 부모 모시는 것도 힘들다 합니다.
이사를 가고 오는 양쪽 집 모두 큰 복 받아서 뜻하는 일 모두 잘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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