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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과 노무현
게시물ID : sisa_74099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글로배웠어요
추천 : 51
조회수 : 2525회
댓글수 : 42개
등록시간 : 2016/06/19 19: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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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집안 큰어른께서  돌아가셔서 장례식엘 다녀왔어요.
돌아가신 어른께 예를 갖추고 나서 여러 친척들이 둘러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 와중에
외삼촌께서 대뜸 그러시더군요.

"너 예전에 나한테 노무현이 얘기했던 거 기억 나냐?"
"???"

너무 뜬금 없이 나온 정치 얘기에 다들 긴장을 했습니다.
외삼촌은 아주 맹목적인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였거든요.

"얘가 전에 노무현의 진가는 나중에 알거라고 했거든..."

그러고보니 어렴풋이 기억이 났습니다.
20살 넘어서부터 가끔 외삼촌과 술 한 잔 하면서
여러가지 대화를 많이 했는데,
노무현 대통령 재임시절,
외삼촌과 술을 마시다 대통령의 정책에 대한 얘기가 나왔죠.
골수 새누리당 지지자가 그렇듯이
외삼촌도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 원색적인 비난을 하셨죠.
제가 알고 있는 사실에 대해 논리적으로 말씀을 드렸지만
결론은 그냥 '대통령 같지도 않은 새끼'였습니다.
그때 제가 드린 말씀이
'지금은 노무현 대통령이 욕을 먹고 있지만,
노무현의 진가는 퇴임 후에 반드시 재평가를 받을 것이다'였어요. 
그걸 외삼촌께서 아직 기억하고 계셨던 거예요.

 "그말 기억 나냐?"
"기억 나요. 노무현의 진가는 퇴임 후에 알게 될 거라고 했었죠."
"맞어 맞어!"
"거봐요. 제말이 맞죠?"
"그래. 니말이 맞더라. 넌 그걸 어떻게 알았냐?"
"제가 똑똑하잖아요^^"

그렇게 웃어 넘기려던 차였어요.
외삼촌의 딸인 사촌 동생이 불쑥 끼어들었어요.

"그럼 뭐해. 아빠는 박근혜 찍었으면서..."

외삼촌이 버럭 화를 내시더군요.

"너는 무슨... 아빠 박근혜 안 찍었어!!!"
"그럼 누구 찍었는데?"
"문재인 찍었지. 박근혜 그×은 안 돼!"

거기 있던 모두가 충격에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어요.
골수 새누리 지지자였던 외삼촌이...
노무현은 빨갱이라고 욕을 하던 외삼촌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문재인을 찍고
심지어 지난 총선 때도 더민주당을 찍었다는 겁니다.

저는... 포기하고 있었어요.
평생 그런 줄 알고 살아오신 분들을 설득하는 건 제 능력 밖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10여년 전에 술자리에서 흘리듯 한 얘기를
지금까지 기억하고 계시다가
스스로 생각을 바꾸신 외삼촌을 뵈니
다시 한 번 다짐하게 되더군요.
'우공이산'이란 말처럼
절대로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한걸음 한걸음 걷다 보면
 우리나라에 정의와 상식이 강물처럼 흘러 넘치는 날이 반드시 올 겁니다.
우리 모두... 포기하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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