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것이 내 인생은 빨랐다. 밥먹는것도 언제나 1등, 시험문제를 풀고 선생님께 제출하는것도 1등(하지만 시험성적이 썩 좋진 않았다)
심지어 나이까지 빠른연생이라는 것으로 동사무소에 또래들보다 1년이나 더 빠르게 학교에 진학하니 나에겐 모든것이 빨라야만 할 것 같았다.
중학교를 들어가자마자 자퇴를 하고 6개월이 지난뒤 검정고시를 쳤다. 합격이었다. 남들은 3년동안 다녀서 얻어야할
졸업증이 나에겐 6개월만에 모든것이 끝나버렸다. 다시 6개월뒤인 1년 2개월뒤엔 내 손에 고등학교 졸업증서와 같은
검정고시 합격증이 들려있었다. 할것이 없었다. 정말 할 일이 없어 할 일을 찾아헤매야만 했다. 그렇지만 부모님은
알바는 허락하지 않으셨다.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하라고 검정고시 보라고 한거지 어디가서 설거지나 하라고 검정고시 보라고 한게 아니다!"
나에게 언제나 응원을 해주고 따뜻한 말만 해주시던 부모님의 훈계였다. 나를 찾는 여행을 해야 할것 같았다.
뭐가 나를 가슴뛰게 만들지? 뭐가 나를 산다고 느끼게 해주지?
이 생각만 약 한달을 했던것 같다. 나는 조급했다. 왜냐하면 이제까지 빠르게 살아왔던 나는 생각할 시간도 없이
빠르게 결정해야만 할 것 같았다. 어렸을때부터 쳐왔던 피아노는 전공반에 들어가 있었지만 별로 가슴이
뛰진 않았다. 그러다 바이올린 선생님을 보고 그 매력에 빠져 한달만에 바이올린 전공을 선택해버렸다.
바이올린 선생님께 다가가 말했다.
"선생님 저도 그 바이올린 옛날에 방과후로 배웠었는데 전공 하고 싶어요!"
당돌하게 말했다.
"너 그거 진심이니? 다른 악기도 마찬가지지만 바이올린은 특히 지금 너의 나이라면 늦었다 포기하렴"
단호한 답변이 돌아왔다. 난 당황스런 기색을 숨기고
"정말이에요! 정말 하고 싶어요! 저에게 바이올린 곡 하나만 주세요! 일주일내로 완주할께요!"
라고 말해버렸다. 이렇게 말하면 내 자랑 같지만 다른것은 몰라도 앉아서 하는 것은 언제나 자신있었다.
그리고 내가 이렇게까지 말하면 당연히 선생님이
'어이구 기특해라~'
하면서 곡을 주실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선생님은 짐짓 지친다는 듯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답변도 안하시고 바이올린 전공학생들을 보러 가셨다. 오기가 생겼다.
옆에있는 친구의 스즈키(바이올린 연습곡이 들어있는 책)를 아무거나 들고와 첫페이지를 폈다. 그 와중에도
쉬워보이는 스즈키책을 집어들고 펴니 보이는 곡이 작은별이었다. 이미 방과후에서 배운 바이올린으로
그 곡은 켤수가 있었다. 하지만 오기가 생겨 정말 하루에 10시간씩 연습을 했다. 나만의 항의였다.
난 정말 하고 싶은데 왜 선생님은 내 마음을 몰라주는걸까 라고 생각을 했다. 이미 학교를 안가도 됐기
때문에 나에겐 24시간이 온전히 나만을 위해 쓸수가 있었다. 하루 10시간씩 연습하자 정말로 거짓말처럼
선생님이 나타나
"정말 너 못 당하겠다. 지금부터 곡을 하나 줄껀데 이게 대학 입시곡이야. 니가 6개월만에 아니, 1년안에 하면
진심으로 받아줄께"라며 뜬금없는 미션을 주셨다.
처음 본 대학 입시곡은 난해했다. 정말로 악보가 아닌 그림같아 보였다. 그것도 뭉크의 절규와같은 보기만해도 어지러운 그림같았다.
내 생각엔 선생님이 이걸 빌미로 중간에 떨쳐내시려는게 눈에 보였다. 연습했다. 또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바이올린이 없는 일상생활에선 그 시간조차 아까워 내 오른손이 지판이라고 생각하고 왼손으로 운지연습을 했다.
하지만 그냥 연습하는것은 효과가 없었다. 내 귀에는 고름이 날 정도로 이어폰이 꽂혀있었고 왼손으로 오른손에
비브라토 연습을 하고 다니니 사람들은 내가 틱 장애가 있는줄 알 정도였다. 화장실에서 볼일보는 시간이 아까워
목이 부러진 바이올린 지판을 가지고 들어가 연습하며 볼일을 봤다. 연습실까지 가는 시간이 아까워 바이올린을 끼고
다니며 연습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봤지만 이미 나는 음악에 빠져있었다. 아니, 미쳐있었다.
6개월이 지나자 완주해야 하는 곡은 총 4장 반 분량이었지만 난 겨우 2장을 연주할 수 있었다. 선생님이 연습하고 있는데
들어오셔서 말씀하셨다.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솔직히 지금 나이에 바이올린을 도전하는 것도 굉장히 웃긴 이야기고 니가 이렇게 하고 있는것도 굉장히 웃긴 이야긴데
그걸 하나씩 이뤄가고 있다는게 더 웃긴 이야기다. 근데 웃긴 이야기로 그칠게 아니라 정말 있을법한 이야기로 만들어보자"
난 이 이야길 듣고 6개월만에 인정받은것 같아 펑펑울었다. 물론 꼴에 남자라고 선생님앞에선 못울고 혼자 화장실가서
혼자 찔끔찔끔 훌쩍거리며 울었다. 선생님의 입시 전략(?)은 간단했다. 어짜피 지금 속도로 나머지 2장반을 못 채우니
운에 맡기고 2장 연습한것을 최대한 다듬고 입시때 입시관들이 거기까지만 듣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나에겐
보통으로 따지면 약 2년이라는 기간이 남았지만 언제나 빠르고 싶었다. 그리고 난 그 전략에 동의를 하고 최대한
다듬기 시작했다. 예체능은 입학시험이 년도 초에 있다. 1월에서 2월에 실기시험을 보러가야 하는데 난 수시를 넣었다.
검정고시를 친 나에겐 내신이라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수시가 나에겐 훨씬 유리했다. 실력으로만 평가를 받을수가 있으니
말이다. 시험을 치러간 학교는 단 한군데였고 난 떨리는 손을 계속해서 붙잡으며 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1번부터 5번까지 저쪽방으로 들어가세요"
라는 시험 진행하시는분이 말씀하셨고 나는 4번이었다. 그쪽방에 들어가니 옆에 암막커튼으로 쳐진 조그만 방에
1번을 제외하고 모두 들어가 있으라고 하셨다. 1번 학생은 기교가 굉장히 좋았다. 2번 학생은 기교는 그냥 그렇지만
음이 하나하나 굉장히 섬세했다. 3번학생은 하다가 두번 틀렸는데 거기서 페이스가 흐트러졌는지 갑자기 멈추고 말았다.
그리곤 문이 쾅! 열리며 3번 여학생이 울면서 나가는걸 보고는, 나의 신경은 극도로 민감해져버렸다.
"4번학생 들어오세요!"
방금 나간학생은 안중에도 없다는듯한 말투로 시험면접관은 나를 불렀고 난
'후우~ 하나, 둘, 셋!'
을 한숨에 털어버리며 스테이지로 향했다. 나의 이름과 나이를 확인하곤 무성의한 얼굴과 손짓으로 연주를 시켰다.
그리곤, 정말로 기억기 여기까지다. 다음 기억은 왠지 엄마와 동생, 그리고 사촌형과 피자를 먹고 있는 기억밖엔
없다. 내가 뭘 어떻게 했는지는 언뜻언뜻 기억나지만 그 기억의 연결고리는 좀처럼 이어지질 않았다.
약, 한달 후 나에겐 정말 기쁜 합격 소식이 들려왔고 난 당당히 고1의 나이에 대학을 진학할 수 있었다.
정말 빨랐다. 빨라서 만족했다. 하지만 빠른게 능사는 아니였다.
기초가 없는 나에겐 대학에서 내주는 과제와 실기과제를 따라갈수가 없었다. 남들은 이미 한번씩 했던 것들이지만
나에겐 처음보는 것들뿐이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졸업을 하고 바로 군입대를 하였다.
군대에서도 빨리빨리해야만 할 것 같았다. 빠르게빠르게 훈련소를 지나고 바로 자대를 배치받았다.
자대에서도 난 늘 빠르고 정확하게 일을 처리하는 이등병이 되어야만 했다. 남들은 쉬라고했지만 나는
언제나 빠르고 싶었다. 그 덕일까 자대에서 2달정도 지나자 날 좋게본 선임들이 사지방(pc방)을 데려가
맘껏 하게 해줬다. 그때당시엔 사지방은 일병부터 들어갈 수 있는, 나에겐 금단(?)의 구역이었다.
"정말 해도됩니까?"
"아 이새끼 뭘 쫄고 그래? 내가 하라면 하는거지 누가 너한테 토달면 김상병이 시켰습니다! 라고만 해 짜샤"
라며 츤데레 김상병은 나에게 해피타임을 주고 혼자 쭐레쭐레 나갔다.
"하아.. 벌써 다다음주면 100일 휴가구나. 시간 참 빠르네 이놈들한테 나 나간다고 얘기해줘야지!"
라고 친구들 싸이월드를 모조리 다니며 대대적인 홍보를 했다. 별로 특별할 것도 없는 군생활에서 휴가는
정말 꿀 같은 존재였다. 별탈없이 하루하루를 보내며 어느덧 일년이 지나 나도 상병이 되었다.
이야기는 지금부터 시작이다.
상병이 되어 여동생의 미니홈피를 보고있는데 심장을 강타당한것 같은 마치, 헤비급 복서가 온몸의
무게를 실어 내 가슴을 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그.녀.를.보.았.다
내 평생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전기가 뒷목으로 찌리릿!하고 타고내려오는 느낌
글이 너무 길어져서 댓글로 쓸게요.
실제로 본것도 아니고 모니터상으로 본것이었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첫눈에 반했다 라는 얘기가
바로 이것인가 싶었다. 그녀의 정체는 여동생의 직장동료. 정확한건 여동생에게 물어보는수밖에 없었다.
나는 곧바로 공중전화로 달려가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그 이쁜여자 누구야?! 너 주위에 그렇게 이쁜여자도 있었어?"
"뭐라는거지 이 하등동물은. 나를 말하는건가?"
"아니 너 말고 너랑같이 브이 그리면서 있던 이쁜여자!"
"아~ 우리 영양사 언니?"
그랬다. 그녀의 정체는 회사의 영양사였다.
"와~ 영양사야? 나 그분 소개시켜줘!"
"헐.. 내가 오빠가 뭐가 이쁘다고 소개시켜줘? 그리고 그 언니는 오빠같은 타입 안 좋아할껄?"
으... 이놈의 가시나를 그냥!!! 부들부들 떨며 그러는 넌 어떠냐고 묻고 싶었지만 내가
강하게 나갈 이유가 전혀 없었다.
아니 강하게 나가면 오히려 여동생은 더 신나서 소개시켜주지 않을것이 뻔했다.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고 내 머릿속은 어떻게 하면 휴가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수 있을까가 정확하게 계산되고
있었다.
"아! 나 지금 신청하면 다다음주가 월 초니까 휴가 올릴수 있어! 그때 소개시켜줘!"
"내가 왜? 능력있으면 나와서 만나보던지"
"내가 맛있는 피자 사줄께"
"콜"
우리의 딜은 순식간에 이루어 졌고 난 2주후에 행보관에게 최대한 빠른 날짜를 받고
휴가를 잡았다. 어서 그녀가 보고싶었다. 슬프지만 그녀는 나의 존재조차도 모르게 있을것이 뻔했다.
휴가를 잡는동안 여동생에게 나의 존재를 어필하라고 부탁조로 명령을 했고 여동생은 알아서 잘 하고 있는것
같았다. 드디어 그녀를 보러가는 휴가날, 하필이면 버스가 방금 막 떠나 다음 버스가 오려면 약 1시간은
기다려야 했다. 혹시나 부대안에서 간부가 안나오나 고개를 휘휘저어 봤지만 감감무소식 이었다.
'여기서 지체할 수 없다! 그녀가 기다린다!' 라는 자의식에 빠져 콜택시를 불렀다.
주머니엔 고작 5만원 밖에 없었지만 지금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나의 그녀가 있는곳에 하루빨리, 아니,
1초라도 빨리 가야만 했다.
나의 집은 정확하게 말 할순 없지만 그녀가 있는 곳과는 기차를 타고 약 두시간은 가야
만나볼수 있는 거리였다. 하지만 연애를 한번도 해본적이 없던 나는 마음만 앞서있었다.
정작 만날 시간이 5시간으로 가까워지자 보러가기가 싫었다. 아니, 민망했다. 대체 내가 무슨짓을 하고있는건지
나조차도 감을 잡을수가 없었다.
'내가 간다고 그녀가 날보고 같이 반할까? 내가 가면 뭐라고 인삿말을 꺼내야 하지? 만나서 반갑습니다
참 이쁘시네요~ 으아아아아 이게뭐야 삼류소설에나 나올법한 말이잖아. 미소가 아름다우시네요~
으히히힠ㅋㅋ 이 병신은 뭐야'
라고 혼자 거울을 보며 연습할 동안 이미 두시간이 훌쩍 지나간 뒤였다. 이젠 정말 나가야 할 시간이었다.
머리가 짧아 군인인것이 확! 티가 나지만 어쩌할 도리가 없었다. 모자를 쓰면 안그래도 못난얼굴 더 찌그려져 보이니
모자는 쓸 수가 없었다. 입대하기 전에 입었던 코트와 목도리를 둘러메니 나름 사회인 같아보였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착각이었다. 이런저런 준비를 하다보니 아뿔사! 이미 기차는 떠나고 난 뒤였다. 다음 기차는 약 30분후에 있었고,
그 기차를 타봤자 한시간정도 늦는것은 예정되어있는 일이었다.
이미 늦은것은 어쩔수 없었지만 처음부터 그녀에게 찍히기 싫어 여동생에게 늦는다고 말을 못했다.
그 마음을 안것일까.. 잠시뒤 여동생으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난 받지 않고 다음 기차를 탔다.
그리곤 시크하게 여동생에게
'나 30분정도 늦을것 같아'라고 문자를 보냈고
'아! 늦으면 어떡해! 오빠 온다고 언니랑 기숙사에서 저녁준비하고 있는데!'
나에겐 늦으면 어떡하냔 소리보다 그녀가 나를 위해 저녁준비하고 있다는 말에 가슴이 저 밑바닥부터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녀가 나를 위해 저녁을 준비한다. 그녀가 나의 존재를 알고 있다
이런 생각을 거치자 기차안에서 뛰어다니고 싶었다. 기차안에서 뛰어다니다가 아무나 잡고
"그녀가 절 안대요! 저랑 먹으려고 저녁도 하고있대요!"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그다음에 온 동생의 문자는 욕과 불만사항이 있었지만 아무래도 괜찮았다. 그녀가 날 위해 저녁을 만든다.
하~ 이 생각만으로도 그 빠른기차가 너무 느리게 달리는것 같아 기관사에게 따지고 싶을 정도였다.
어느덧 기차는 달리고 달려 목적지에 도착을 하고 승객들을 한순간에 내뱉어 놓았다.
승객들이 다 내뱉어진것을 확인한후에 기차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떠났고, 나도 오늘의 목적지를 향해
택시를 탔다. 그 기숙사라는 곳이 기차역에서도 택시를 타고 약 20분은 들어가야 있는 외진곳에 있었다.
택시를 타고
"안녕하세요. **으로 가주세요"
"네~ 거긴 미터기 없이 8천원 입니다"
"네? 그런게 어딨어요. 미터기 키고 가세요"
"그러시면 7천원에 해드릴께요"
라며 쓸데없는 이야기로 내 시간을 소비하고있었다. 나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지금 돈이 아니라
그녀를 빨리 만나러 가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거기서 적당히 합의를 보고 어서 출발하라며 재촉했다.
무슨 길이 이렇게 꼬불꼬불한지 무슨 길에 이렇게 방지턱이 많은지 를 생각하다가
'아... 내가 대체 뭐하고 있는거지 여자들은 사진빨이 있다던데.. 가서 무슨말하려고 가는거지?'
라며 마른침을 삼키며 혼자 되뇌었다. 그러자 택시가 갑자기 빨리 가는것 같아 부담스러웠다.
어느덧 목적지에 도착하고 계산을 한뒤에도 한참을 못내렸던것 같다. 택시기사님이 왜 안내리냐고
미간을 찌뿌리며 말을 했으니 말이다.
"아.. 내릴꺼에요. 근데 여기 오는 손님이 저녁엔 얼마나 돼요?"라며 어줍짢은 시간을 끌었고
택시기사님은 왠 미친놈이 시비를 거나... 싶은 표정으로 날 빤히 보고 계셨다.
"아.. 아니에요. 그럼 밤 운전 조심히 하세요!"라고 문을 쿵닫고 택시가 떠날때까지 기다렸다.
택시기사님은 그런나를 차안에서 빠~안히 보고있다가 결국 떠났다.
"후~~ 이제 어쩌지.. 그냥 이대로 다시 집에갈까.."
하지만 그 늦은시간에 택시가 다닐리도 만무할정도로 외진 곳이었고, 그것을 증명하듯
주위엔 저 멀리에서 개가 가끔씩 짖는 소리만 날 뿐이었다. 그때 여동생에게 전화가 와서 받았다.
"오빠 어디야! 대체 언제오는건데! 우리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라며
데데데데 날 몰아부치기 시작했고 난
"아.. 여기 무슨 언덕같은거 아래에 있는데 언덕올라가면 되나?"
"거기 올라오면 나랑 언니기다리고 있어! 빨리와 우리 추워!"
"어? 어"
그녀가 저 언덕만 지나면 날 기다리고 있다! 이 추운날에 그것도 이렇게 늦은시간까지
날 기다리고 있다! 라는 행복감에 도취되어 최대한 천천히 언덕길을 올랐다. 왠지 내가
언덕길을 뛰어올라가면 그녀가 날 보고 가벼운 남자같이 볼것 같아 행동하나하나 굉장히 신경을 썼다.
그리고 언덕을 올라가자 그녀가 있었고, 그녀는 사진과 다름없이 정말로 이뻤다.
정말 다른 말로 표현할수가 없을만큼 그녀는 나의 이상형이었다.
"어.. 안녕하세요 제가 많이 늦"
"진짜 늦게오네 -_-"
라는 얼음같이 차가운말과 몸을 휙! 돌려 기숙사로 걸음을 재촉하는 그녀와의 첫 만남이었따.
여동생과 나의 이상형은 같은 방에서 살고있었다. 가보니 정말로 나를위해 요리를 잔뜩한게 보였다.
아직도 기억한다. 우동, 돈까스, 샐러드 근데 돈까스 옆엔 희안한 소스가 옆에 놓여있었다.
"저.. 늦어서 죄송해요.."
"됐고, 음식들 다 식었잖아요. 남자가 시간약속 안지키는거 제일 싫은데"
나는 이상황을 타파해야 했지만 타파할만한 거리가 없었다. 다만 숨고 싶었던것 같다.
"저.. 화장실이?"
"저기 있잖아요"라며 매몰차게 말하며 음식들을 다시 데우기 시작했고
난 민망하게 화장실에가 거울을 보며 소리없는 절규를 하기 시작했다.
'이 멍청아! 대체 왜 늦은거야!! 그녀가 시간약속 안지키는 남자가 제일 싫다잖아!!
넌 쓰레기야 아주 쓰레기! 아오!'라며 내 손으로 머리를 팍팍 때렸다.
그리곤 아무렇지도 않은듯이 나와 음식 세팅하는것을 돕고 셋이 나란히 둘러
앉았다.
"우와 돈까스도 하셨어요? 근데 이 소스는 뭐에요? 샐러드에 뿌려먹는건가?"
아까본 초록색의 소를 보며 말했다.
"그거 돈까스에 뿌려먹는건데요?"
"아.. 하하하 그럴줄 알았어요. 제가 또 돈가쓰좀 먹을줄 알죠"라며 말도 안되는 너스레를 떨며
돈까스에 듬뿍! 찍어 먹었다.
"그걸 진짜로 믿네"
읭!? 이건 무슨 시츄에이션이지?! 라며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동안 여동생은 아무렇지 않게
티비를 켰다.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줄줄 흘리고있는지도 모른체 먹고만 있었다.
둘은 티비에서 눈을 절대 떼지 않았고 난 그녀의 얼굴을 가끔씩 곁눈질로 보며 눈치만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불편한 저녁을 다 먹고 그녀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군대에서 그렇게
연마한 마술을 보여주기로 했다. 하지만 내 생각과 달리 손은 덜덜덜 떨리며 자꾸 실수 연발을 했고
나의 이상형은 그 모습에 흥미를 잃었다. 여기서 멈추면 나의 사고가 정지될것만 같아
계속해서 말을했던것 같다. 무슨말을 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왜 지구의 쓰레기가 자꾸 쌓이는지
인류의 진화는 어떻게 되어져왔는지 등등 쓰레기같은 말만했던것 같다. 나의 그녀가 하품을 하는걸보고서야
카드게임으로 도둑잡기를 제안했다. 만난지 처음으로 반짝반짝하는 눈빛을 나에게 보내왔고,
나는 의기양양해져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여기 각자 10장씩 갖고 한장씩남이 모르게 내려놓는거에요. 하지만 내려놓을때는 다이아면 다이아를 외치고
클로버면 클로버를 외치면서 내려놔야해요. 근데 상대방이 봤을때 거짓말을 하고 있는것 같다고 생각하면
스탑!을 외치고 그 패를 까보면 되요. 거짓말이면 쌓여진 카드는 모조리 거짓말한사람이 먹는것이고,
아니라면 스탑을 외친 사람이 먹어야 되는 눈치싸움 같은 거에요. 이 게임의 목표는 내 손안에 카드를 최대한빨리
털어버리는게 목표죠"
"와! 나 이런거 첨해봐! 빨리 해봐요!빨리빨리!"
정말 세상에서 이렇게 귀여운 여자는 처음본것 같다. 이쁘면서 귀여운건 반칙아닌가?
라며 생각을 뇌까리고 있자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왜요! 나 이해했으니까 하자니까요?"
"아.. 네! 그럼 저부터 할께요 다이아!"를 외치며 클로버를 내려놓았고
그녀는 미소를 머금으며 나를 째려보더니
"도둑이다!"라고 외치며 카드를 뒤집었다. 결과는 당연히 내가 거짓말한게
들통이 났고 나는 두장의 카드를 먹어야만 했다.
"와!! 대박대박! 나 진짜 처음인데 왠지 촉이 왔어. 거짓말 평소에 잘 못하죠."
라며 신나게 떠드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거짓말로 내려놓은 내가 대견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도둑잡기는 점점 분위기가 무르익어 초반 5번이 돌때까진 아무도 도둑을 외치지 않았다.
5턴이 돌자 서로서로 눈치를 보며 도둑을 잡아내기 시작했고 그녀의 턴이 되었다.
"크~을로버?"라며 살포니 내려놓는 손을 탁!하고 잡으며
"도둑이네"
라고 말하곤 카드를 뒤집었다. 결과는 하트를 들고서 거짓말을 한것으로 그녀가 쌓여있던 모든 카드를 먹었다.
그녀는 입을 삐쭉이며
"저 거짓말 잘하는데. 다음엔 안걸릴껄요?"라고 말하며 굉장히 아쉬워했다.
난 그것보다도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는것에 굉장히 놀라고 있었다. 내가 그녀와 손을 잡았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내가 그녀와 손을 잡았다!! 이미 내 머릿속엔 도둑잡기따윈 남아있지 않았다.
아까 도둑을 잡아내며 탁!하고 잡은 영상만이 머릿속에서 계속해서 재생되어질 뿐이었다.
그렇게 게임을 모두 끝내고 난 거실에서 둘은 방에서 잠을 자기로 했고, 우리는 다음날 헤어졌다.
군대에 다시 복귀하기 전에 여동생에게 어렵게 물어봐서
얻은 전화로 그녀에게 전화를 했다. 아니, 전화를 하기로 마음 먹었다.
점심시간을 가지고 나면 약 1시간동안 자유시간이 주어진다. 밖에서 작업하는
내내 점심시간에 전화를 할까 저녁먹고 전화를 할까만을 생각했다. 그러다보니 작업하는 구역은
당연히 느려질수밖에 없었고, 나의 두달고참이 뒤통수를 때리며 말했다.
"대체 뭐하길래 아직도 이것밖에 못하냐? 너 정신 안차릴래?"
"죄송합니다. 제가 속이 안좋은것 같습니다."
"뭐? 그럼 의무대 가던지 왜 말을 안하는건데?빨리 의무대 가봐"
"네 알겠습니다. 갔다오겠습니다"
평소에 친한 선임이었던 탓인지 내가 아픈척 연기를 하자 흔쾌히 의무대를 보내주었고
내 머릿속엔 그녀에게 전화할 번호만이 또렷이 기억될 뿐이었다. 공중전화는 다행히 의무대 바로 옆
건물에 위치하고있었고 나는 그 덕에 의무대를 가는척하며 공중전화기로 갈수가 있었다.
머리가 꽤 안좋은 편이지만 왜인지는모르게 그녀의 전화번호는 한번 보자마자 구구단처럼 외워졌다.
사람과의 관계를 가장 부드럽게 하려면 언어유희를 써야한다고 책에서 읽었다.
받을지 말진 모르지만 일단 수화기를 들고 전화카드를 꼽고 머릿속에 입력되어있는 번호를 전광석화와 같이
누르고 마지막 번호인 6을 누를까말까를 만번도 더 생각한것 같다. 마침내 6을 누르고 수화음이 가기 시작했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그녀다.
난 사실 그녀가 받으면 처음할 말을 노트에 빼곡히 적어놨었다.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세요? **이 오빠요"
"안녕하세요 저 그날 늦었던 사람이에요"
"안녕하세요 그때 도둑잡기했었던 사람이에요" 등등
여러가지 문장을 이미 써놨었지만 그녀의 목소리를 듣자마자 내 머릿속은 하얘지며
앞에있는 노트따윈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무의식의 자아속에는 언어유희를 지나치게 강조하고있었고,
나는
"안녕. 폭풍간지야"
라고 말해버렸다. 진짜 최악이었다. 내가 왜 이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나도 말하고서 너무놀라
정신을 차릴수가 없었다. 할말이 따로있지 폭풍간지라니! 그것도 반말로 안녕이라니! 니가 미쳤구나!라며
자의식이 뭉게질즈음 그녀는
"뭐라는거야"라는 말과 함께 전화를 끊어버렸다.
아.. 최악이다...
한참동안이나 수화기를 들고 서서 멍하게 공중전화만 바라보고 있었다.
'넌 세상에서 제일 미친놈이야. 안그래도 점수를 못땄는데 그 여자한테 뭐? 폭풍간지?
진짜 너같은 인간은 왜사냐? 그냥 안부만 물어도 되잖아? 뭐하는건데?'라며 수화기로 공중전화를 때리며
분을 풀고있었고 그때,
"얌마! 너 일과시간에 여기서 뭐하는거야!"
헉, 이번에 갓 전입온 초임하사다. 온지 얼마 안되어 병사들과는 극과 극을 달린다.
"죄송합니다.. 저희 어머니가 아프시다는 말에 그만.."
"뭐..뭐? 얌마 그러면 중대장님께 보고해야지! 전화비가 없어? 내 폰으로 해"
라며 핸드폰을 스윽 주었지만,
"아.. 아닙니다. 제가 한번 말씀드려 보겠습니다."라며 위기를 모면했다.
얼른 그 자리를 회피하고 다시 작업장에 가니 이미 점심시간이었다. 하지만 이미 내 두달 선임을 제외하곤
모두 내 후임들이라 눈치는 크에 안보였다. 그것보다 폭풍간지라니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거시뭐시당가 ㅠㅠㅠㅠㅠㅠㅠㅠ 날 세상에서 제일 또라이로 기억할 것이다.
군대에서 밥은 병장을 제외하곤 모두 다같이 먹으러가고 와야한다. 그것도 바보같이 줄을 맞춰서 말이다.
물론 우리부대만의 룰이었을수도 있겠지만 나는 그랬다. 그녀에게 오해를 풀어야한다!! 안그래도 밥은 한번에
30번은 씹고 넘겨야 몸에 좋다지만 나는 지금도 3번씹고는 넘긴다. 근데 그때는 정말로 마셨던것 같다.
딱 먹고 나니 아무도 밥을 다 안먹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밥 먹고 갈때는 '전우조'라고 해서 세명이서만 다니면
되는 편리한 제도가 있었다. 옆에 이등병들은 내가 동생같이 잘 대해줘서 항상 날 따르는 아이들이었다.
그중에 두명을 부르고는,
"야 **아, &&아"
"이병! *!*! , 이병 &!, &!"
"야이씨 밥먹는데 쪽팔리게 그럴래? 식당에선 관등성명 하라그랬어 말랬어. 너희 오늘 밥을 부페온것 같다?"
"헤헤 오늘 밥이 맛있지 말입니다."
아..이 눈치없는 새X
"그래 훈련소에서 갓 온 너희에겐 부페 밥이겠지. 내말은 여기는 호텔이 아냐. 근데 너희는 밥을 호텔에 온것같이 음미하네?"
"헤헤 제가 호텔은 안가봤지만 이거보단 맛있겠지 말입니"
"아이썅! 빨리 안쳐먹냐? 니 윗고참깨지게 하고싶어?"
이런 나의 모습은 본 이등병둘은 식기에 코를 박고 먹었고, 정말로 그 많던 밥이 10초만에 사라지는 미라클을 경험했다.
원래는 설거지도 각자 본인이 해야 하지만 나는 그 이등병들이 필요했기에 걔네 식판과 내 식판 3개를 가장 친한 동기에게
부탁을 하고 튀어올라갔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도 후임을 시키는것은 내성격상 맞지 않았다. 이런것은 친구같은
동기가 가장 편했다.
"야! 고라니! 부탁한다!"
"야! 너 이거뭐야!"
라며 밥을 먹다가나를 잡으려니 얼굴은 아직 식기에 박혀있고 오른손은 숟가락을 쥔채로 입에 가져다 대고있지만
왼발과 엉덩이는 엉거주춤일어나 나를 잡으려고했다. 얼른 이등병들의 손을 잡고 후다닥 뛰어올라가 생활관에
딱 앉혀놓고 주의를 줬다.
"너희 오늘 암구어 뭔지 알아?"
"아직 모르겠습니다"
"그거 지통실가면 있거든? 그거 알아와서 우리 생활관에 써놓고 외워놔. 그거 못외워놓으면 다른애들이 너희갈굴꺼야"
라며 아이들을 보내고 난 혼자남아 아까 그 수첩을 다시폈다.
'음... 간단한 안부만 물으려고 했으니 문제가 된건가? 그렇다면 언어유희를 적당히 섞어서..
안녕하세요 군바리 입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제대1년남은 **이 오빠입니다 하하하!
안녕하세요 이제 군대에서 실권력을 잡고있는 **이오빠이 입니다 하하하!'
라며 나의 입장에서만 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어유희따윈 없었다. 이미 내 사고는 마비된
상태였기 때문이다. 그 사이 암구어를 알고온 후임들이 방에 도착했고,
"너희 집에 전화안할래? 내가 전화시켜줄께 가자!"
라며 별로 가고싶어하지도 않는 아이들을 데리고 공중전화로 갔다.
후우~~ 깊은 한숨을 뱉고 다시 마지막번호 6을 응시하고 있다. 이 번호만 누르면
난 완벽한 가면을 써야한다. 이제껏 여자라곤 여동생과 엄마에게만 대화를 해본게 다였지만
아무렇지도 않게 대화를 해야한다. 라는 강박증과 함께 마지막 6을 눌렀고 신호가 갔다.
"뚜르르~ 뚜르르~ 뚜르르~"
어? 안받나? 이제 이 번호르는 안받으려나?
"뚜르르~뚜르르~뚜르르~"
하아.. 나같아도 이런 또라이같은 놈 전화 안받지
"뚜르르~뚜르르~뚜르르~"
근데 그럴수 있지 않나? 간지폭풍 의외로 재밌었던것 같은데?
"뚜르르~ 여보세요"
헉, 그녀다.. 어쩌지! 난 어쩌자고 다시 전화를 한거야? 아참! 내 수첩!
어? 생활관에 두고왔나? 으악!! 최악이야!!!
"여보세요!"
신경질적이다.. 어... 어쩌지...
"하핳! 안녕하세요 제대1년남은 이제 군대에서 실권력을 잡고있는 간지폭풍입니다. 하하하!'
읭? 최악이다 ㅠㅠ
그날은 기분이 최악이었다. 도대체 간지폭풍은 어디서 나온것이란 말인가 ㅠ
도대체 그 단어는 왜 날 이렇게 비참하게 만드나.. 하며 생활관에 앉아만 있었다.
이미 과업이 모두 끝난 6시였기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누가뭐라고 하지 않았다. 밥도 먹기싫었다.
6시에는 밥을 먹어야 하는 시간이었지만 근무서는 선임에게 잘 말을 하고 구석에 찌그려져 있었다.
약 한시간이 흐른 다음일까.. 분대장 결산이라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을 분대장들과 행보관, 중대장이 모여
회의를 하는 시간이있었다. 우리 분대장은 휴가를 나간 상황이었기에 그 다음 짬밥인 내가 그회의에 들어와야만 한다고했다.
그곳에 참여하는것은 이미 두번도 더 참여해던적이 있기에 그냥 앉아서 중대장님의 어릴적 교장선생님 훈화를 듣는것과 같이
시간을 때우다 오면 되는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매일 똑같은 지시사항이 다끝나곤 중대장님이
"그래 오늘 모두 수고했고 건의사항없나?"
"건의사항보다는 알려드릴게 있습니다."
"어? 그래? 뭔데"
"아메리가노의 모친이 몸이 안좋으시답니다"
읭? 멍하니 정신없이 벽 지평선에 시야를 던지던 내게 머리를 쾅! 치는 얘기였다.
"아무래도 얘기를 들어보고 청원휴가를 보내줘야 할것 같습니다"
"그래? 아메야 어머니가 어디가 편찮으시니?"
"저..어버버..어버버.."
진짜 음경됐다 ㅠ 내가 저 하사를 일찍이 암살시켜야 이런일이 안벌어졌을텐데 ㅠ
"저... 어머니가.."
머리를 빨리빨리 굴려야 했다. 너무 큰 병이면 중대장님이 분명히 차로 같이 갈 것이고
너무 작은 병이면 청원휴가따윈 없다.
"그래 어머니가 왜"
라며 정말로 나를 걱정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았고 이윽고 나는,
"감기십니다."
... 일동이 싸~~해졌다.
난 진짜 세상을 얼려버리는 재주가 있나보다. 어떻게든 이 상황을 모면해야 했다.
"근데 어머니가 원래 폐쪽이 안좋으셔서 감기라도 걸리시면 다른 사람들과 다르십니다"
"어.. 그렇지? 원래 폐쪽이 안좋으시다면 그럴수 있지.."
라며 중대장님도 어떻게 해야할줄 모르고 있었고 나도 가만히 있었다.
"쟤 저번 연대 체육대회에서 포상딴거 있는데 1박붙여서 보내주면 어떨까요?"
행보관님의 말이었다.
"어? 그때 아메도 참가했었나?"
"네 그때 기타들고 나와서 장기자랑했는데 참가상으로 1박 받은게 있는데 1박 붙여서 2박3일 보내주면 어떨까요?"
"그래~ 그럼 이번기회에 어머니도 뵙고와. 아메야 그러고 싶어?"
"네..넷! 감사합니다!"
이라며 머릿속에선 이번 휴가를 얼른 그녀에게 알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 어머니가 아프시니까 그냥 내일모레가. 행보관은 이거 휴가조정해서 결제올리세요"
"네"
모든 일은 완벽했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이틀, 이틀만 있으면 그녀를 볼 수 있다. 아니, 만난다!
다시 만난다니! 이게 무엇인가! 정말 하나님이 나에게 축복을 내려준건가? 예전부터 연습해오던 기타를
집어들고 신나게 연습을 했다. 곡은 코타로 오시오의 Cherry Blossom이었다. 왠지 그녀를 보면 따뜻한 봄 향기가
나는것 같았고 이 곡을 듣는순간 따뜻한 봄이 생각이 났었다. 그리곤, 다시한번 전화를 하러갔다.
이번엔 실수없이 해야한다. 이미 노트따윈 필요치 않다라는걸 알아버렸다. 통째로 외우고
내것으로 만들어야만 그녀앞에서 얘기를 할 수가 있었다. 내가 그녀에게 전달할 말은
'나 내일모레 휴가나가 만나자!'
이 말뿐이었고 이 문장의 온갖 미사어구를 붙여서 포장을 잘해야만했다.
드디어 통화가 되고,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하핳, 간지폭풍 아메리가노 입니다. 아까부터 많이 놀라셨죠. 제가 오늘은 작업을 많이해서
그런지 헛소리를 하네요 하핳, 사실 간지폭풍도 헛소리인건 마찬가지이지만 말이죠 하핳."
"아하하 뭐에요. 근데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요?"
"하핳 원래 우리나라 군대에서 교육받으면 상대방 연락처는 쉽게쉽게 따올수 있습니다. 감청이라고 아시죠?
제가 나라에서 이렇게 중요한 역할을 맞고 있습니다 하핳"
미친놈. 감청한다고 전화번호 안다는게 말이되냐?
"아..네"
으아.. 벌써부터 지루해 한다 ㅠ
"저기.. 다름이 아니라 제가 내일 모레 휴가를 나가거든요"
"네"
"그래서 휴가를 나가면 말이죠 세상이 정말 행복할것 같거든요"
"네"
어? 이게 아닌데? 이런 반응은 원한게 아닌데?
"정말 행복해서 우리집에서 그쪽 기숙사까지 2시간거리인데 30분밖에 안걸리거든요"
"네"
뭐지?
"이번에 또 놀러가도 될까요?"
"글쎄요. **(여동생)이랑 얘기해보세요. 전 그날 집에가요"
헉! 이게뭐야! 집에를 가?
"아.. 그..그러세요? 당연히 그러셔야죠 집을 가야 어머니밥도 드시고, 오랜만에 가족도 보고.."
"네.. 근데 저 운동중이었거든요? 이따 전화주실래요?"
"아.. 아 네 운동은 정말 필요한 것이죠. 운동이 없으면 몸이 아파질테고 몸이 아파지면 맛있는것도 못먹을테고
그러면 힘이 없어서 일도 못할것이고 나불나불~"
"...미안한데 끊을께요"
툭, 전화가 끊겼다. 내가 정말 좋지 않은게 분명했다. 어찌됐든 이렇게 좌절하고만 있을수가 없었다.
내 온 마음이 담긴 편지를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어릴때 국군아저씨께 하며 썼던 편지가 내 마지막 편지로 기억되지만
이번 편지는 마지막이 되지 않기를 바랬다. 이편지를 함께 녹음한 기타곡으로 내 진심을 전해줘야지 하며
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여동생에게 부탁이 아닌 통보를 했다. 내일모레 놀러가니까 어디가지말고
기숙사에 있으라고. 사실은 가서 맛있는것이나 오랜만에 사주고 편지와 기타곡을 몰래 그녀의 책상에 올려놓고
나오려고 했다. 이틀뒤, 약속했던 휴가 날짜가 됐고, 어차피 그녀가 없기때문에 빨리나가봐야 소용이 없어서
버스를 타고가려고 했다. 왜 이럴땐 버스가 미리 출발도 안하고 얌전히 기다리는걸까? 버스를 타고 천천히 무궁화호를
타고 집에 도착한뒤에 집에있는 기타로 녹음을 하고 밍기적 밍기적 거리며 준비를 했다. 동생에게 기타를 넘겨주려고
얼른 둘러메고 다시 사회인의 복장을 준비했다.
그날 저녁 다시한번 그 언덕을 내 눈앞에 마주할수 있게 되었고 언덕을 넘어도 그녀가 없다는것을 알고는
어깨가 축 쳐진채로 올라갔다.
'기타가 이렇게 무거웠었나? 뭐가 이렇게 힘들지? 바닥에서 누가 날 끌어당기는듯한 기분이야'
터덜터덜 5분도 안걸릴것 같던 언덕은 10분도 더 넘게 올라가서야 기숙사에 당도할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
어? 그녀다.
정말로 핵직구를 맞은 기분이었다. 아니 그것은 신이 내려주신 선물이었다.
그녀는 분명히 없어야 했는데 이자리에 있다. 그것도 나를보며 웃어준다.
"아.. 안녕하세요. 집에 가신다더니?"
"그냥 내일가면 되요 오늘은 안 늦었네요?"
"네? 아.. 네. 근데 집에 가신다더니?"
"내일 간다니까요? 왜 이렇게 물어봐요"
"아.. 아...네.. 네?.. 아.. 네.."
생각은 혼미해져갔고 내가 전해줄 편지와 녹음본은 어디에 둬야할지 당췌 감이 안왔다.
'그녀는 내일 집에 간다고 했고, 내일 집에가면 내가 주려는 편지와 녹음본은 못보잖아? 어쩌지?'
라며 소파에 앉아 시간을 보냈다. 마침 그때 티비에선 유치하기 찬란한 스폰지밥이 나오고 있었고 나는,
"저거 너무 유치하지않"
"저거 너무 웃기지않"
헉! 내가 무슨말을 한거지 왜 너는 항상 입이 말썽이냐!
"스폰지밥이 유치하다구요?"
"아.. 아니 스폰지밥은 유치원에서도 틀어줄만큼 교육적이란 얘기죠 설마 유치하다고 했겠어요 제가"
후우.. 정말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이다. 뭐가 안맞아도 이리 안맞는가 말이다 ㅠ
그때, 동생은 샤워하러 화장실에 들어갔고 우리둘이 나란히 쇼파에 앉아 대단히 교육적인 스폰지밥을 보고있었다.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지만 집게를 자긴 가재?가 스폰지밥에게 문어와 싸웠으니 어떡하면 풀수가 있냐고 묻고 있었다.
말도 안되는 말로 스폰지밥은 둘을 다시 친하게 만들어주었고 나는 깊이 감명을 얻어 기타를 주섬주섬 꺼내기 시작했다.
스폰지밥이 알려준 교훈은 사물을 거치는게 아니라 내가 직접 가야한다는 것이었다. 기타케이스 앞부분엔 편지와
녹음본이 있었지만 편지와 기타만 꺼내 그녀 앞에 앉았다. 그녀는 당황한 표정으로 날 보고 있었고 난 편지를
줄까 말로 할까 하다가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건내준뒤에 이제껏 연습해왔던 cherry blossom을 앞에서 연주하기 시작했다.
편지안엔
'니가 좋다 이 곡을 들으면 너밖에 생각이 안난다.'등등 내 입술을 대변하는 말들을 주~욱 써놓았고
그녀는 꼼꼼히 읽어보기 시작했다. 총 2분 40초가량밖에 안되는 곡이었지만 나는 일부러 돌림노래형식으로 계속해서
노래를 끝내지 않았다. 이윽고 곡이 끝났고, 나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편지를 다 읽은 그녀는 편지를 내려놓으며,
"그래서 내 대답?"
"네"
"음.. 나는.."
끼익~ 쾅!
여동생이 샤워를 끝내고 나왔다.
"으아~ 시원해 오빠도 빨리샤워해"
뭐어어어어어?!!?!?!?!?!?!?!?!?!!?!!?? 니가 이렇게 중요한 타이밍에 왜 나타나는데?!?!?!?!?!?!?!?!?!?!??!!?!?
도대체 왜!?!?!?!? 넌 눈치도 없냐?!?!?!?!?!?!?
"어? 어..."
라며 주섬주섬 수건이며 옷가지를 챙겨들고 샤워를 하러갔다. 곁눈질로 흘깃보니 그녀는 편지를 다시
고의접어 동생못보게 감추는게 보였다. 그날도 그렇게 나는 거실에 둘은 방에서 자고,
난 잠에 들수가 없었다. 새벽5시까지 뜬눈으로 지새다가 약 두시간 정도 잤을까.. 놀래서 일어나보니
둘은 이미 출근을 하고 난 뒤였다. 나도 더이상 있을 이유가 없었기에 머리를 감고 기타를 챙기고 얼른
나왔다. 앞에는 왠 흰 가운을 입은 여자가 오고있었다.
"어? 벌써 가게요?"
"아.. 네 나라가 절 찾네요 하핳"
"아 네..그럼 밥도 못먹고 가겠네. 두유드시라구요"
라며 두유한팩을 나에게 챙겨줬고 나는 어제일을 종결짓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
"저.."
"네"
"두유 감사해요. 너무 잘먹을께요"라며 바보같이 얼른 그 자리를 피했다.
다행인것은 그 시간에 택시가 드라마처럼 딱 지나고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다.
고백 비슷한걸 했지만 역시 차이고 말았다. 그 여자가 나에게 싫다고는 얘기 하지 않았지만
차인걸 직감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답해달라고 얘기를 꺼내버리면 정말로 차일것 같아 바보같이 물어보지도 못했다.
이제껏 빠르게 살아왔지만 이번만큼은 빠르게 살면 안됐다. 그녀에게 온갖 정성을 쏟으면 나의 마음을 알아줄것 같았다.
작전을 짰다. 매일 같은 시간에 내가 군대에 있으므로 볼수는 없으니 전화라도 하자! 해서 매일 12시 부터 12시반까지 전화를 걸었다.
그녀와 모든것을 함께하고 싶었다. 그녀가 8시쯤 운동을 하니 나도 같이 운동을 하자! 우리는 같은 하늘아래에서 같은 시간에
똑같은 행동을 하고있었다. 갑자기 운동을 시작한 나에게 동기인 고라니는
"아메야~ 니가 그런다고 갑빠가 나오겄냐? 형처럼 해야 헐크같이 되는겨"
라고 끊임없이 날 짜증나게 했었고 그 녀석 덕분에 더욱 열심히 했던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리고 그때는 연애를 배울곳이 없어 정말로 책에서 연애를 배웠었다. 연애의 기본 조건은 남자가 우위에 서서 리드를 해야
한다나 뭐라나. 나는 그 이야기를 말을 놓아야 하는것으로 멋대로 해석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서는,
"여보세요. 오늘도 폭풍간지가 전화했지~ 오늘은 어떤음식 메뉴로 내놨었어?"
"근데 왜 갑자기 반말하세요?"
"원래 남자는 반한여자에게 말을 높이는게 아냐 그런것도 몰라?"
"참내, 그럼 나도 말 놓을꺼다"
"그래 그러던지!"
그녀가 나도, 나도라고 말했다. 나도란 뜻은 자신도 나에게 반했다는건가? 아닌가?
아니지 내가 방금 반한 여자에겐 반말쓰는거라고 했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 이 여자도 내게 마음이 있는것이
분명해! 와! 내 이상형을 정말 만나는건가? 그럼 더 요구사항을 얘기해 볼까 흐흐흐흐
"나 군대 면회와주라"
"내가 왜가?"
"아니그냥 심심한데 보고싶어서 면회와주면 안돼?"
"어 싫어."
너무나도 단호했다. 단호박인줄....
하지만 여기서 내가 어색해하면 그녀가 더욱 날 밀쳐낼것이 뻔했다. 이미 가면을 쓴 이상
난 이 가면이 나의 진짜 얼굴이 되어야만 했다.
"그래? 그럼 다음휴가때 내가 찾아가지 뭘"
"휴가가 언젠데?"
"다음주"
"아~ 나 이번주에 생일인데"
어?!?!? 뭐라?!?!? 생일이라?!?!?! 그녀에게 점수를 딸 엄청나게 좋은 기회였다.
하지만 난 그녀가 뭘 좋아하는지도 모르고 생일이라는 말에 감정이 복잡해져서 전화를 서둘러 끊었다.
그리곤 연애를 한번도 안해본 동기 고라니(별명)를 불러 연애상담을 하기 시작했다.
"야.. 그 여자분이 이번주에 생일이라는데 너 같음 어떻게 해주겠냐"
"야~ 여자가 뭐있냐? 그냥 옷 선물해줘 그게 최고야 형님이 짜샤! 여자옷 이쁜데 알아 사지방가자"
라며 나를 구원해주는듯 했고 사지방에 들어가서 그 녀석은 가차없이 도메인에 주소를 주르륵 쓰기 시작했다.
과연, 옷은 이뻤다. 하지만 이녀석은 옷 보다도 모델들을 보며 군침을 삼킬뿐이었다. 난 그런 녀석을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의자를 밀고 내가 보기 시작했다. 내 한달 월급이 그 당시 88,000원, 상병월급이
아마 이랬을것이다. 거기에 써 있는 옷들 가격은 무려 내 한달월급을 상회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나의 이상형이 이런옷을 입는다면 굉장히 이쁠것은 자명한 일... px남들 갈때 안가고 휴가나가서도
부모님 돈 안타쓰려고 모아뒀던 32만원통장을 씁쓸하게 어루만지다가 결제를 해버렸다.
선물의 효과는 강력한듯 했었다. 선물이 간 날은 내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가,
"이게뭐야? 왠 옷이야? 설마 내 생일선물?"
"응 보니까 딱 생각이 나서 샀어. 별건 아니야"
"정말 고마워"
나중에 동생을 통해 안 사실이지만 그녀는 그런 옷에 취향이 안 맞았어했던것 같다고 한다.
하늘하늘 거리는 플레어 스커트를 사줬었는데 내 기억에도 한번밖에 안 입었던기억밖에 없으니 말이다.
어느덧 휴가는 가까워 지고 나는 일일행사처럼 그녀의 미니홈피를 무심코 눌렀다.
아뿔싸... 이 남정네는 누구란 말인가? 얘는 뭔데 이렇게 친하게 사진을 찍고있는거지?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생겨버렸다.
내가 아닌 다른 남자가 말이다..
으어 음식을 완전히 흡입하고 왔네요 ㅎㅎ 다들 점심 맛있게 드셨나요~
딱 그 시점에 나는 대대 상황병으로 뽑혀서 상황실에서 근무를 하게 되었다. 별건 아니고 24시간동안 그날 있었던 일을 보고하고
접수하고 그날 당직사령께 보고하는 쉬운 업무였다. 하지만 문제는 24시간동안은 화장실을 가는것을 제외하곤 상황병은 계속해서
붙어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난 상황병이 된것도 좋았지만서도 그녀에게 전화를 못하는게 더 싫었다. 그래서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하루에 한새끼 꼬박꼬박 근무설때마다 짬짬이 쓰다가 다음날 오침하기전에 얼른 우체통에 넣고 그랬었다. 그녀에게 좀더 특별하게 보이고싶어
겉에 편지봉투도 직접 제작해서 보내곤했다. 하지만 군대에서 이쁜 사진이 없을리는 만무... 죄다 편지봉투는 미사일이 날아가는 사진,
어떤 군무원이 접사한 꽃사진등등밖엔 없었지만 내 진심을 전달하기에는 충분하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녀에게 남자친구가 있는 사실을 안뒤로는 모든 생활이 의기소침해졌다. 정말 가요의 노래처럼
'아프다고 말하면 정말 아플 것 같아서
슬프다고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냥 웃지 그냥 웃지 그냥 웃지
그런데 사람들이 왜 우냐고 물어'
이말이 너무나도 공감이 됐었다. 난 아무렇지도 않은데 주위에서 걱정하기 시작했다.
아무렇지 않았던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진짜로 받아드리면 현실이 될것만 같아 너무나도 무서웠다.
그렇게 보름을 지내다 이렇게 지내면 안될것만 같아 당직을 서는날 결심을 했다.
"사령님 죄송한데 제가 속이 안좋아서 화장실좀 길게 다녀와도 되겠습니까?"
"야 너 상황병이 오래 비우면 안되는거 몰라?"
"제가 죄송한 말씀인데 설사인것 같습니다"
라며 표정연기를 펼쳐보였고 당직사령은 혀를 '쯧'한번 차고는,
"다녀와 빨리갔다와야돼"
"네 감사합니다"라며 황급히 뛰쳐나왔다.
정말 정신없이 전력질주했었다. 평소에도 무서움을 잘타는 성격이었는데 약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공중전화부스까지 가는 길목은 정말이지 소름끼치게 무서웠다. 하필이면 인적이 전혀 없는곳에
공중전화 부스를 만들고 말야 ㅠ 하지만 난 오늘 그녀에게 하고싶은 말이 꼭 있었다. 내일도 어제도 아닌
오늘 당장 말이다. 무서움을 뒤로 하고 천천히 수화기를 들었다.
'10시 좀 넘었는데 자고있진 않을까? 어쩌지? 그냥 끊을까? 이제와서 내가 뭐라고 해?'
라는 복잡한 생각을 하고 있을때,
"여보세요? 오늘은 늦게 전화하네?"
라며 굉장히 다정하게 전화를 받아주었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도 모르겠다. 정말 정신이 나간사람처럼 계속해서 주절거렸던것 같다.
하지만 어느덧 시계를 보니 20분을 넘고 있었다. 더이상 지체되면 안된다..
"어.. 그 있잖아"
"어"
"축하해"
"어?"
얼른 내 할말만 하고 수화기를 탕!하고 내려놓았다. 그 수화기 앞에서 찌질하게 울고 있었다. 아무도 보는눈이 없으니
더욱 찌질하게 울었던것 같다. 지금은 귀신이고 뭐고가 정신에 박히지 않았다. 나의 이상형은 이제 없다.
나의 사랑은 내 손에서 빠져나갔다..
이미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그뒤로 나에게 미니홈피는 금단의 대상이 되어버렸다. 일체의 연락을 모두 끊어버렸다.
왠지 연락을 하다가 너무나도 궁금해 그녀의 미니홈피를 들어가면 더욱 가슴이 미어질것 같아 그랬다.
사회에 있는 친구들의 소식은 너무나도 궁금했지만 그녀의 소식을 알게 될것이 더 무서워 사지방 자체를 끊었다.
그날도 24시간 근무를 마치고 오침을 하고 막 일어난 시간이었다.
"아메 병장님 택배왔습니다"
"응? 고마워 누군데"
눈을 부비면서 물어봤다.
"아메 병장님의 그녀인데 말입니다 우히히힣"
뭐? 왠 택배?그것도 그녀한테서?
일어난지 얼마 되지도 않았지만 정신을 차리기엔 시간이 충분했다. 얼른 택배를 풀고보니
CD한장과 편지 한장이 들어있었다. 그때부터 Ruben Studdard라는 흑형은 나의 영원한 우상이 되었다.
편지를 보낸날을 보니 내가 축하한다고 말한 날보다 전에 보낸것이었다.
'하.. 그러면 그렇지...'
나는 쓸데없는 잡생각을 떨쳐버리기 위해 그 CD를 들어보았다. 흑형의 엄청난 소울은
나의 슬픔을 대변해주는듯 했다.
'역시.. 난 그녀를 잊을수가 없다.. 하지만 남자친구가 있는 상황에서 집적대는것은 사람이 아니다
그래도 편지는 괜찮지 않을까?'
라며 말도안되는 자신과의 타협을 하고 눈딱감고 편지를 보내봤다. 언제나 이런식이었다.
앞에선 말도 못하지만 에둘러서 표현하는것이 나의 표현방식이었다.
내 인생에서 제일 우울한 시기를 말하라고 한다면 단연코 이 당시에 3개월을 말할것이다.
3개월동안은 내가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 뭘하는지 전혀 무감각의 세계에 빠져살았다. 남들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티내는게 아닌 정말로 무감각의 세계에 빠졌었다. 주위에 평소 친하게 지내지 않던 쓰레기 같은 후임들이
"아메 병장님. 여자는 여자로 풀어야지 말입니다. 저희랑 이번에 외박 나가시지 말입니다"
라고 쓰레기 같은 조언을 했고, 나는 경멸의 눈빛을 보내며 그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녀석의 말을 그날 밤새도록 곱씹었던 기억이 있다. 여자는 여자로 푸는것이라..
내 가치관과는 너무나도 다른 말이었다. 그녀는 그녀일뿐 그녀를 대체할만한 사람은 없다.
그녀의 외모가 훌륭해서 사랑한게 아니라 그녀 '자체'가 좋았다. 모든것이 마음에 들었다. 심지어 불그스름한 뺨까지도 말이다.
그렇다면 여자라는 답이 나오는것이 아니라 그녀만이 나의 모든것을 해소해줄수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라는 결론에 다다르자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평생 밤에 뒤척이며 자지 못했던 적은 손에 꼽는다. 그날도 손에 꼽는 날이었다. 다음날 아침엔 생활관
막내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 불을 키고 하루를 열었다.
"허업! 아메 병장님 죄..죄송"
"야.. 뭐가 죄송해 내가 잠이 안와서 먼저 일어난걸가지고 애들한텐 니가 킨걸로해"
라며 다독이며 침구정리나 하라며 보내고 내 침구정리를 하며 땅이 꺼지는듯한 한숨을 내뱉었다.
그러자 그 생활관에서 군기담당을 맡던 녀석이
"야 막내야 너 오늘 불 안켰냐?"
라며 붕어 눈깔만큼 눈을 크게 키우고 눈을 부라리고 있었고 나는,
"야 그만해 내가 밤에 잠이 안왔어서 그래"
"니가 아주 정신줄을 놨구나? 막내 요즘 군대 편하지?"
"아이썅!그만 안해? 너 내가 요즘 풀어준다고 내말은 말같지도 않지?"
'아...아니 아메 병장님 저는.."
"너 씨x, 내가 아주 우습지? 응? 니네 안되겠다 오늘 단체로 미싱할 준비해라. 도구는 일체없고 니네 칫솔하고 치약으로만
문대라"
라며 괜히 남에게 화풀이를 해버렸다. 그래도 해소가 되지 않아 옥상에 나가 한숨을 쉬고있는데 옆에 고라니가 다가와
"워메~ 무서워 죽겄네. 뭐던다고 아침부터 애들을 잡냐?"
"가.. 짱나니까"
"허이구 세상에 모든 근심이란 근심은 모조리 가졌구만 여자한테 빠지면 이렇게 되는갑다"
"아이씨 아니라니까?"
"그러면 엄한애들헌티 왠 미싱을 시키고 지x이야. 형헌티 말해봐 애들한텐 미싱하지 말라고 내가 말한다?"
라고 말하곤 동기인 고라니가 미싱하지 말라고 오늘 일과 준비나 하라고 생활관에 다녀왔다.
"그냥.. 답답해서.."
"얌마 니가 군대에 있응께 그라제. 나중에 나가면 다른여자 많아야~"
"다른여자면 그 여자만한 여자가 있냐?"
"없을것도 없구만 뭘"
"아 진짜 이새x 도움안돼..."
라며 점호를 받으러 나갔다. 도저히 탈출구가 없었다. 이 밀려오는 스트레스를 해소할 탈출구 말이다...
그 당시엔 그렇게 좋아하던 바이올린, 기타를 아예 쳐박아놓고 건들지도 않으니 밑에 애들은 이유도 없이
하루종일 내 눈치보기에 급급했다.
그러던 와중에 약 3개월이 흘렀을까... 그녀의 편지에서 우울함이 느껴지는 글을 봤다.
아무리 봐도 그 문장의 뜻은 우울한 뜻이 아니었지만 왠지모르게 우울함을 내가 느껴버렸다.
그리곤 뭔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감을 느끼고는 정말 오랜만에 미니홈피를 접속했다.
그녀의 미니홈피를 파도타기목록에서 발견하고 누를까.. 말까를 수만번도 생각했다.
그리고 결국, 난 누르고 눈을 감고 모니터를 쳐다보지 못했다. 왠지 그 사진을 보면 또다시 그나마 진정되었던
나의마음이 허사가 될것이 뻔했다. 무슨 로또를 확인하는 사람마냥 눈을 감고 있다가 천천히떴다.
모든 사진이 없.어.졌.다.
'어?!'
다시한번 눈을 부비고 봐도 사진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 남정네사진이 없어지고 미니홈피가
모두 닫힘으로 변한것이었다. 직감했다. 그녀에겐 너무나도 힘들 일이었겠지만 지금 나에게
이렇게 행복한 일이 더이상 올수는 없었다. 너무나도 기쁜나머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니
후임들은 이 조울증 걸린 병x같은 놈이 또 왜이런가 하면서도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리곤, 고라니에게 가서,
"야! 없어!"
"뭐가 없어"
"남자가 없다고!!!"
"뭐가 없어 니눈엔 여기 야그들 안보이냐"
"아니 얘네말고 그 여자 남자가 없다고!!"
"이새끼 ㅋㅋㅋ 그래서 간만에 기분이 째지는고만 px갈려?"
"야 그래 가자! 내가 다쏜다!"
하며 그주위에 있던 후임들까지 모조리 데려가 한방에 계산하는 미친짓도 했었다.
그날 이후로 정말로 다른사람보단 더하면 더했지 못하진 않을만큼 전역일을 기다렸다.
누구는 나가면 외국간다, 공부한다, 아는형이 공장에 일하러 오랬다 등등 목표가 자신이었지만
나는 그녀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이제 60일만 더있으면 정말로 그녀를 쫓아다닐수 있다..'라는 생각은 내 하루를 붕붕떠다니게 만들만큼
마법가득한 생각이었다.
정말로 한국 군인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전역일이 50일 안쪽이되면 더욱 날짜는 안가게 된다.
하지만 결국 시간은 흘러 나도 어엿한 전역증을 가지고 전역을 하게되었고 그녀에게 고백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때는
'고백은 확답을 받는것이다.."라는 생각보단
'역시 미녀를 얻으려면 용기있는 남자가 되어야 한다'라는 마음이 지배적이었다.
전역하자마자 당장 한걸음에 기타를 메고 달려가 회사앞에서 기다렸다.
물론 그녀에겐 말을 하지 않고 말이다.
"뚜르르~ 뚜르르~ 여보세요?"
"나야"
"누군데요"
"간지폭풍"
"ㅋㅋㅋㅋ"
"ㅎㅎㅎㅎ"
"전역한거야? 핸드폰도 있고 사회인이네 이제?"
"고럼 핸드폰 사자마자 전화했지 바로 1순위로 전화한거야 ㅎㅎ"
근데 그 옆에서 똥개가 사랑의 기류를 감지했는지 자꾸 옆에서 짖기 시작했다.
"(왈왈!) 근데 이건 무슨소리야? 집에 개키워?"
"(왈왈!)아니 그냥 길거리 가고있는데 이눔시키가 따라오네"
아오 제발 조용히좀 해라 그녀한테 이벤트좀 하게!!!
"(왈왈!)그래? 난 개 무서워하는데"
"(왈왈!)나도 그래 근데 개 소리는 신경쓰지말고 지금 한가하면 밖에 나와볼래?"
이 얘기를 듣자 마치 그 개도 사람말을 알아듣는지 더울 사납게 짖기 시작했다.
"(커컼어컼컹ㅋ엉커컹!) 개가 희안하게 더 짖네 밖에는 왜? 암것도 없는데?"
"(으르크컼코켜쾌ㅑㅕㅙ댜ㅕㅗ개ㅑㅗ!!)그래 암것도 없지 ㅎㅎ 근데 나 지금 회사 밖에 와있거든
길옆에"
"(으ㅡㅋ르ㅐ댜ㅗ기매ㅗ매ㅑㅓㅣ머매ㅑㅗ콰콰카ㅏㅏ컹!!)어? 여긴 왜 왔는데?"
이때는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서 개에게 위협을 줬다. 그러자 집에 들어가 더욱 사납게 짖는다.
"아니.. 그냥 보고싶어서 왔는데 만나주면 안될까 해서.."
"나 안나갈꺼야"
"안나오면 나 평생 집에 안갈꺼야"
"그래라"
"그래라!"
라며 툭하고 전화를 끊었다. 기타를 주섬주섬 어깨에 연주하기 좋게 둘러매고 그녀를 기다리고있었다.
날씨는 추운데 몸은 춥지 않았다. 몸은 떨리는데 추워서 떨리는게 아니었다.
어느덧 그녀로 보이는 점이 빼꼼! 그 언덕위에서 날 쳐다본다. 그리곤 다시 뒤돌아간다.
다시 빼꼼! 하더니 내려온다. 그 와중에도 지나다니는 차들은 천천히 지나가며 왠 군인같이 생긴애가
기타를 매고있는지를 궁금해하며 보고있다. 한참을 연주하지 않자 그냥 지나가는 차들이 많았고,
나는 그녀를 기다릴뿐이었다.
민망함을가진채 연주를 시작했다.연주곡의 이름은
이한철씨의 fall in love.내마음을 대변해주면서
무엇보다 기타로만 연주가 가능하다는것은 정말이지
이보다 완벽할수가 없었다.
'그대지금 내 두눈이 보이나요
온통 내눈엔 그대뿐이죠. 날이 흐릿한 어젯밤도
눈이 감겨 어두워도 내겐 모든게 좋아보이죠'
한절한절 정성을 다해 노래를 불렀다. 노래를 썩
잘하지못해 노래방에서도 크라잉넛의 말달리자같은
소리릉 지르는 노래만 불러봤던 나에겐 너무나도 민망한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 민망함보단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컸기에 노래를 부를수 있었다
노래를 다 부르곤 또다시 사귀자고 말을 할수가
없었다. 솔직한 마음으로 여자가 나에게 사귀어달라고
말해줬으면 싶었다. 여자는 나에게 관심도 없는데
너무 거대한걸 바라고 있었다. 둘 사이엠 어색한
기류만이 감돌고 그때 뒤로 지나가던 차에선
"워호호호!+"
라면 응원아닌 응원을 해줬다. 둘중에 누구라도
말을 하면 좋겠지만 나는 나대로 여자는 여자대로
아무말도 못하고 있었다. 어색함을 깨준건 그녀였다.
"밥 먹었어?"
'이게뭐지 밥 먹었냐는건 나의 생존을 묻는것이고
그렇다는건 앞으로 계속해서 생존을 책임져 주겠다는
건가?'
라면 되도 않는 생각을 했다. 그리곤 쭈뼛거리며
"어? 아니.. 그러고 보니까 이것도 안줬네"
라며 챙겨갔던 장미한송이를 건네줬다.
그녀는 민망한지 자꾸 올라가지도 않는 잠바의
지퍼를 계속해서 올려서 가려지지도 않는 얼굴을
가리려고 ㅎ했고 결국엠 장미를 받아들고는
"추우니까 라면먹고가"
라고 상냥하게 말해줬다.
이말은 나에게 엄청난 뜻으로 다가왔는데 이건
그냥 읽으시는 분들의 생각에 맡기겠다.
"우리 이제사귀는거야?"
나의 집요한 물음에 끝까지 대답없던 그녀는
정말로 라.면.만. 끓여주고 나를 보냈다.
나는 단단히 착각에 빠져 그녀와 사귀는것으로
혼자 생각을 매듭지어버렸다. 그리고 그때는 빼빼로데이
가 얼마남지않은 시점이었고 인터넷 쇼핑몰을 하는
아는형네에서 빼빼로포장 알바를 하기로 했었다. 혼자
너무신나 빼빼로를 포장하며 콧노래를 부르니 쇼핑몰
사장님이었던 형이 나를 잘본것은 우연이 아닐것이다.
그러다 언뜻 그 여자도 내 빼빼로를 받고 싶지 않을까
해서 전화를 했다
"빼빼로데인데 남자친구한테 빼빼로받고 싶지 않아?"
"누가 내 남자친군데?"
"나"
"왜?"
"어?"
정말 멘붕이었다. 당연히 사귀고 있는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다시한번 인생에서 최악의 기분을 가진
날이었다. 서둘러 전화를 끊고는 일을 한지 10분이
되었을까... 일하는 형에게
"형.. 나 갑자기 가야할것같아.."
"어?왜?"
"그냥...."
이상한 기류를 알아챈것일까 산더미같은 빼빼로를보며
한숨을 포옥 쉬고는 선선히 보내줬다.
곧바로 기차표를 구매하고 기차에 몸을 싣고는
전화를 했다.
"나 지금 가고있어 얘기좀해"
"나 바빠 할얘기도 없어"
"바빠도 30분정도 빼줄수 있잖아"
"...."
"거의 다왔어 좀만 기다려줘..."
그리곤 다시 기타를 쳤던 그 언덕에서 만났다
이미 굉장히 늦은시간이라 나에겐 시간이 없었다
늦은밤에 여자를 밖으로 불러낸다는것은 엄청난 실례
라는걸 알기때문에 뭣보다 나는 남자친구도 아니였지 않는가 나는
"나는 지난 1년간 좋다고 표현하고 그랬는데
왜 내가 싫은지 모르겠어 이유를 얘기해줘"
"그게 왜 이유가 필요해?"
사실 맞는 말이지만 억지를 써서라도 내가 좋다란
말이 듣고 싶었다. 그저 내 욕심이었다.
끈임없이 서로 진전없는 얘기만을 되뇌일 뿐이었고
나는 거기에 결말을 내기위해 말했다.
"그럼 내가 싫다고 말해줘 그럼 내가 정말
관둘께"
"싫어"
"뭐?"
"싫.다.고"
"그래?"
하며 짐짓 괜찮은척했지만 이제껏 버텨오던 나의
자존심이 와르르하고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난 내 자존심보다도 그녀를 택했고 다시한번
가면을 덧데었다.
"그..으래? 그럼 내일보자"
라며 말하곤 황당해하는 그녀를 냅두고 도망치듯
택시를 잡았다.
약 3일간 전화도 안했던듯하다.
이미 내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져 복구가 안될 지경이었다
그러다 3일뒤에 전화를 했다. 하면서도,
'내 전화를 받을까? 이거라도 안받으면 큰일인데..'
"여보세요"
둘사이엔 서로 아무말도 없었다. 난 괜히 애꿎은 볼펜으로 계속해서 종이위에 동그라미만 그었다.
"왜 말이없어"
이번엔 내가 먼저 말을 했다
"이렇게 만든게 누군데!!"
라며 신경질적으로 얘기했고 그 목소리에 왠지
용기를 얻었다.
"흐흐 우리 영화보러가자. 세상 종말을 다룬 2012라는
영화보러가자. 내년에 세상끝나기전에 한번만
영화보러가자"
"내가왜?"
"그래도 세상 마지막날전인데 영화한번만 봐주라"
"...그럼 저녁은 내가 먹고싶은거 먹을꺼야"
야!!!!!!!!!!!!!!!!호!!!!!!!!!!!!!!!!!!
전역한날보다 입사시험 합격보다 더 기뻤다.
그리고 약속을 길게 늘일것도 없이 바로 3일뒤인
토요일에 약속을 잡았다. 영화는 예매할때 2012가 아닌
장동건 주연에 미스터 프레지던튼가? 대통령이야기를
다룬 영화를 봤다. 다음 약속에 여지를 남겨두기 위한
나름에 전략이었다
영화를 보고 친구가 알바를 하고있던 스테이크집에
가서 맛있게 고기를 썰었다. 물론 친구에게 말해놔
맛있는 와인도 한잔만 달라고했다. 그녀는 생각보다
나를 싫어하지 않는듯 싶었다. 나만의 착각이겠지만
나와 있을땐 웃으며 얘기를 했다. 아.. 나의 천사가
웃는다. 행동하나하나 너무 소중하게 바라보았고 심지어
머리를 넘기는 손까지 머릿속에 깊게 박아 넣었다.
음식을 다먹고 더이상 할얘기가 없을만큼 얘기를했다
너무 즐거워 얘기를 끝내고 시계를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가있었다. 집에 데려다주면서 얘기를했다.
"다음주에 뵙겠습니다"
"읭?"이라며 놀란토끼눈으로 날쳐다봤고 난,
"오늘 영화가 2012가 아니었잖아.다음주는 2012
보자. 원래약속은 2012를 보는거였으니까"
내가 말하고도 궤변이 이런궤변이 없을것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뭔가를 말할려는찰나에,
"그럼 다음주 토요일에봐!"라고 말하곤
환호성을 지르며 지하철을타러 갔고 실제로
우린 다음주도, 그 다음주도 계속해서 볼수 있었다
나의 마음을 내비치기엔 적어도 나에겐 음악이 최선
이었다. 계속해서 음악을 들려주며
"당신이 좋아 나랑 사귈래?"
"음... 글쎄?"
그녀가 바뀌고있었다. 아니, 바뀌었다. 내가
싫다고 말하던 그녀가 나에게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
"그래? 생각해봐 그럼"
이라며 재촉하지않았고 나의 두번째 고백은 그렇게
싱겁게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