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0일 월요일 두시 화창한 날씨에 성균관대 비천당에서 각지의 대학문제를 폭로하는 <대자보 백일장>을 열었습니다! 고대, 성대, 서울대, 동국대, 중앙대, 경남대, 성공회대 등 다양한 학생들이 모여주었고요!ㅎㅎ
참고로 성균관대 비천당 뜰은 종로구청 문화재 쪽에서 관리하는 곳이라 성균관대 학교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성균관대는 예전에 무단으로 예전 과거 시험장으로 쓰였던 비천당 뜰을 무단으로 점거하고 아스팔트를 깔고 유료주차장으로 사용했다고 하네요 ㅎㄷㄷㄷ
등록금을 내리지 않는 학교, 등심위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는 학교, 청소노동자를 탄압하고 대자보를 떼어가는 학교, 학칙을 멋대로 바꾸는 학교 때문에 안녕하지 못하다는 '고사'를 지냈어요. 대학 영정사진을 올려놓고요. 근데 중간에 학교측인지 종로구청측인지에서 온 사람이 상을 엎어버리려 했어 조금 곤란했다능... 그래도 무사히 제문도 읽고 그랬어요!
두근두근... 시제는 "대학문제와, 어떻게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할 것인가?"로 발표되었습니다!
열심히 대자보를 작성하고 있는 학생들...
대자보를 작성 중인 주현우씨
다 쓴 자보들을 빨랫줄에 걸고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의 장원 급제자!!! 어사화를 씌우고 가마를 태웠습니다
ㅎㅎ 급제자는 중앙대의 박정호씨였습니다! 장원급제자에게는 <비싼대학>이라는 책을 선물해드렸습니다.
장원급제작의 자보입니다.
< 선생님, 대학오면 웃을 수 있다면서요? >
선생님 대학가면 내가 좋아하는 소설 마음껏 읽을 수 있다면서요. 이쁜 여자친구 사귀어서 커피 마시고, 연극보고 여행가고 마음껏 웃을 수 있다면서요.
그런데 저희 학교는 청소노동자 분들이 학교의 부당한 처사에 맞서 파업을 했고, 과실 옆의 이웃 학과가 없어지고, 그 과의 친구는 꿈도 후배도 웃음도 잃었습니다. 아니, 빼앗겼습니다. 그 옆에서 저는 어떻게 해야 웃을 수 있습니까?
선생님, 봄인줄 알았던 대학은 겨울이었습니다. 너무 춥습니다. 너무 추워 타죽은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얼어죽지않기 위해 사람들의 손을 잡고 그 체온으로 연명할 뿐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봄은 오는 것입니다. 꽃은 필 것입니다.
-중앙대 박정호-
오늘 있었던 대자보들을 수합하여 철가방(급제자가 든 거 보이시죠?)에 다 넣었습니다. 전국 대학의 문제들을 말하는 대자보는 2월 25일 대교협(가산디지털역 부근) 건물에 배달(?)될 예정입니다! 그날 대교협 앞에서는 <두근두근☆전국대학 러시안룰렛>을 진행합니다! 각지의 대학생이 자신이 대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자랑(?)한 후 전국의 '최악의 대학'을 현장투표로 선정하는 이벤트가 열려요. 과연 어느 대학이 선정될까요? 총장님들도 두근두근☆해 하며 지켜보는 자리로 만들어볼까 해요ㅎㅎ
덧. [email protected]으로 전국대학 문제를 조사하고 공유할 '암행어사단'을 모집합니다. 대학문제는 한 캠퍼스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학생들이 전국적으로 연대하고 소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모색해 보아요.
덧. 아쉽게 장원을 놓친 대자보. 요새 중앙대가 막가서 중앙대생들이 주옥(?) 같은 글들을 많이 썼네요...
< 우리는 한 번도 안녕한 적이 없었습니다 >
2012년 중앙대학교를 입학했습니다. 입학한 뒤부터 이해할 수 없는 많은 일들을 마주했습니다. 두 번에 걸친 구조조정으로 과가 사라졌지만 그 과 학생들의 의견은 묵살되었습니다. 무더운 여름 천막을 치고 본관 앞에서 대화를 요구해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그 해 가을 청소노동자분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어 당연한 권리를 요구했지만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에도 추운 겨울 천막을 만들어 대화를 요구했지만 학교는 아직도 책임을 피하기 급급합니다. 이외에도 인문대학 선거개입을 하며 학생들에게 "납작 엎드려"라는 폭언을 하는 등의 모습도 보였습니다.
한번도 안녕한 적 없었지만 이조차 이야기할 수 없었습니다. 중앙대 커뮤니티를 학교 홍보실이 관리하며 학교와 정부를 비판하는 게시자는 아이디 이용정지를 하고, 학교의 입장을 전달하는 글들을 공지사항에 올리며 일방적인 정보전달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사장을 풍자하는 만화가 실린 언론매체를 전량 수거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점차 학교에서 비판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고, 학교는 이 모든 일들이 학교발전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함이라며 명분을 세웁니다.
최근 학교에 붙은 70여장의 대자보도 외부손님들에게 보이기 부끄럽다며 '클린캠퍼스'를 명분으로 모두 철거했습니다. 학교가 내민 학칙은 위헌적이기만 합니다.
우리는, 그리고 중앙대학교에 입학한 저는 단 한순간도 안녕한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안녕하지 못하다는 목소리마저 막아버리고 비난하는 모습에 더 안녕하지 못합니다. 허락받아야, 정치적이지 않고 공적이어야만 말할 수 있는 학교. 대학평가순위와 취업축하 플랜카드만 나부끼는 학교가 서늘하게만 느껴집니다. 우리 이제 안녕하지 못했다고 말좀 하고 삽시다. 함께해요. 안녕하지 못한 당신!
-중앙대 박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