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서 맥 이어가는 ‘계명주’ | ||||||||||||||||||||||||||||||
지역 대표 술 되기 위한 노력 최옥근 명인 직접 연구·전수 중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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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맛과 은은한 솔향 저녁에 빚어 새벽에 마신다는 계명주는 이름처럼 고문헌상에 속성주, 일일주, 삼일주라고 나온다. 과거 고구려 지역에서는 집에 술이 없으면 급히 계명주를 만들어 마셨다. 이 때문에 ‘잔치술’, ‘속성주’라고도 했다. 엿기름을 사용한다고 해서 ‘엿탁주’라는 이름도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보름 이상의 정성스러운 제조과정을 거쳐야만 참맛이 난다. 연한 황색을 띠며, 부드러운 신맛으로 시작해 뒷맛은 달다. 그리고 은은한 솔향이 입안에 남아돈다. 누룩, 수수, 솔잎 향이 어우러져서다.
쉽게 취하지 않으며, 설령 취해도 금방 깨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동의보감에는 적당량을 마시면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폐와 위를 보한다고 기록돼 있다. 수수·옥수수 주원료 계명주는 국내 전통주 중에서 보기 드물게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쓴다. 쌀이 귀한 북쪽 지방의 특성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중국 고량주의 주원료이기도한 수수는 계명주를 만드는 가장 중요한 원료이다. 때문에 본래 계명주는 붉은색이었다. 하지만 이 땅에 옥수수가 들어오고 옥수수를 사용하면서 지금은 황색이 됐다. 일반적인 전통주는 지에밥으로 빚지만 계명주는 죽을 쑤어 만든다. 일주일 동안 묵혀둔 누룩에 옥수수와 수수를 갈아 넣고 물을 부어 죽을 만든다. 이렇게 만든 죽을 삼베자루로 거르고 솔잎과 함께 발효시키면 계명주가 된다. 사라질 뻔한 사연 계명주는 최옥근 명인에 의해 그 맥이 유지됐다. 최옥근 명인은 1987년 경기도 무형문화재 1호로 등록되고 1996년 농림부가 ‘식품명인’으로 지정했다. 최 명인은 집안에서 전통적으로 빚어 오던 이술을 뒤늦게 동의보감에 기록된 ‘계명주’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시설과 자금 등 상황이 좋지 않아 대량 생산을 하지 못하고 가끔 소규모로만 만들었기에 널리 알려지지 못했다.
원형 보존위해 대학으로 수원대박물관은 지난 2006년 경기도 문화유산 현황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와 재정리하는 과정에서 경기도에서 지정하고 보호하고 있는 문화재조차 경기도민의 잘 알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하고, 문화유산에 대한 보존과 활용을 위해서는 먼저 지역주민들의 인식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2007년 경기문화재단과 힘을 합해 우선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를 중심으로 경기문화재대학과정을 개설했다. 첫 주제로 경기도의 전통술을 정하고 현재 지정돼 있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와 전통술 관련 전문가를 초청해 경기도의 전통술의 역사와 제조에 관한 전 과정을 배워보고, 전통술제조의 현재적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10주에 걸쳐 진행했다. 이때 쌀을 가지고 술을 담는 일반적인 방식과는 달리 수수와 옥수수를 주원료로 강건하면서도 섬세한 느낌의 발효과정을 거쳐 완성되는 계명주를 알게 됐다. 양정석 수원대박물관장은 “이후 수원대 박물관에서 문화재대학과정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면서 많은 수강생들이 계명주에 대해 관심을 보였지만 이 술을 쉽게 접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고 해결책을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계명주’ 장인 화성에 과거 화성에는 경기도 무형문화재였던 ‘부의주’의 양조장이 있었다. 그러나 철저한 준비 없이 이루어진 산업화로 인해 생산과 판매가 지속되지 못했고, 이에 따라 문화재로서의 맥도 끊어지게 됐다. ‘부의주’는 원래 경상도 전통주에 기반을 하고 있는 용인민속촌의 동동주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화성에 근원을 두고 있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문화재로 지정된 장인이 문화재를 만들어 내는 장소 역시 그 의미를 충분히 갖고 있다. 계명주도 원래는 평양지역의 전통주였다. 그것이 수원에서 문화재로 지정되고, 이후 남양주와 이천으로 제조장이 옮겨지는 과정을 겪었다. 그리고 이제 화성에 있는 수원대와 손잡고 본격적으로 문화재로서의 위상을 재정립해 가고 있다. 현재 수원과학대학 연구실에는 최옥근 명인과 그 전수자 이창수 씨가 연구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양정석 관장은 이에 대해 “화성에 다시 경기도 무형문화재인 전통주를 만드는 장소가 생긴 것”이라며, “지정이 해지되기 이전의 무형문화재 2호였던 부의주를 대신해 새롭게 무형문화재 1호인 계명주가 화성으로 돌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창수 전수자는 “무형문화재의 경우 장인이 핵심”이라며, “화성에 이러한 장인이 왔다는 것은 그 지역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전통은 만들어가는 것 이러한 계명주가 화성지역 대표 술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 양정석 관장은 “전통은 시간의 흐름과는 상관없이 한 자리에 멈추어 있는 그 무엇이 아닌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아껴 줄 때 비로소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즉 전통은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양 관장은 화성시민에게 “계명주는 경기도를 대표하는 전통주로 가장 먼저 지정됐지만 만들어가고 있는 전통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조금씩 자라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전통주에 대해 화성시민을 중심으로 많은 사람들이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더불어 화성시와 화성문화재단 등에서도 지역의 명주가 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지역의 문화유산이 돼 많은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명주가 다시 다른 곳으로 떠돌아 다니게 한다면 너무나 안타까울 것 같다”고 토로했다. 한편, 올해 수원대박물관에서는 화성시민을 위한 새로운 방식의 계명주 전수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