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몽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나는 그 매력적인 일을 할 수 있다. 만약 사람들이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어떻게 행동할까? 그 사람에게 삶은 쉽겠지? 만약 그런 사람을 알고 있는 사람은 어떨까? 그 사람에게 사랑받는 사람이라면 신의 가호를 받는 기분이겠지?
쉽게 생각할 수 있듯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여러 면에서 유용하다. 어려움을 미리 피할 수 있고, 원하는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어려움을 피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모든 결과가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는다. 삶은 똑같이 어렵다. 살면서 느끼기 힘이 생길수록 운명이 내주는 문제의 난이도가 올라간다.
미래를 보는 방법은 간단했다. 흔히들 예지몽이라고 이야기한다. 보고 싶은 미래를 집중하면서 잠들면 된다. 항상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 성공한다. 이 점을 이용해서 많은 돈을 벌었다. 이미지를 구체화할 수 있다면 원하는 꿈을 꾸는 확률이 올라간다. 손님들은 주로 관련된 사진을 가져왔다. 간혹 사진을 구하지 못하는 분들을 위해 이야기를 듣고 그림을 그렸다. 그림을 그리는 과정에서 이미지가 더 상세히 그려지기도 한다. 가끔 실패할 때도 있다.
그 때는 어려운 게 없었다. 쉽게 벌 수 있었고 원하는 대로 사용해서 수중에 남아있는 돈이 없었지만 아쉽지 않았다. 얼마든지 사용한 돈보다 더 많이 벌 수 있었다. 조바심을 낼 필요도 없었다. 미래를 볼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경쟁구도가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독점할 수 있었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다. 간혹 어리석은 자들이 내 능력을 노리고 나를 잡으려 했다. 그들을 피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미래를 볼 수 있는 나에게 그들의 움직임은 둔했다. 기회가 된다면 역으로 되돌려 줄 때도 있었다. 어디를 가든 이런 이들이 있었지만 단 한 번도 붙잡힌 적은 없었다. 곤란한 상황은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었다.
모두 나의 능력을 부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두려워했다. 나와 같이 특이한 능력을 갖추고 태어난 이들을 돌연변이라고 칭했다. 돌연변이를 두려워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꼽을 수 있다. 하나는 탄생배경이다. 섬나라에서 유출된 방사능이 전 세계를 휩쓸었다. 돌연변이는 이 방사능에 의해 생긴 존재들이었다. 돌연변이 곁에 있을 때 방사능에 오염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또 하나의 이유는 좀비라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보통 사람들과 소화구조가 달랐다. 영화에서 나오는 좀비처럼 사람을 먹는다고 생각하면 된다.
보통의 돌연변이들은 인간들과 함께 지내기가 어렵다. 대부분 자신의 정체를 숨기며 지내지만, 간혹 나처럼 사람들에게 필요한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는 정체를 드러내고도 교류를 할 수 있다. 하지만 거기서 정은 느낄 수 없었다.
사람을 손님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처지였지만 나쁘지 않았다. 나에게는 함께 지내는 사람이 있었고, 그녀 역시 돌연변이였기 때문이다. 오히려 서로만 바라보기에 더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그녀를 배신하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 일이 있었던 후 나는 무력해졌다. 예지몽은 더는 내 능력이라고 생각할 수 없게 되었다. 능력은 완벽했지만 나는 그러지 못했다. 무능력한 내가 가지기엔 너무 큰 능력이고 부담스러웠다.